사물 너머의 감정, 김용훈의 정(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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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너머의 감정
김용훈의 정(情)물
김용훈은 주로 대형 필름 카메라와 조명을 사용해 정물을 관찰하고 꽃과 화병, 주사위와 연필 등 각종 오브제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일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의 정물 사진에 감정이 살아 숨쉬는 이유다. 







오색찬란한 정(靜)물이 아닌, 정(情)물 사진
사진 탄생 초기에는 사진술이 저조해 정지 상태의 정물 사진이 많았다. 정물 사진 초기에는 사물의 정확한 재현이나 회화적 사진이 주를 이뤘지만 점차 작가 내면을 은유적으로 표출하려는 경향으로 흘러왔다. 정물 사진이 오랜 역사를 가졌음에도 김용훈의 정물 사진에 시선을 빼앗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 특유의 감각과 진솔한 정서 때문은 아닐까.

꽃과 꽃병이 주 피사체인 <오색찬란> 시리즈는 ‘어머니’와 깊은 관계가 있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가 따스한 봄을 기다릴 때 아파트 화단에 목련이 피었고, 그는 그때부터 꽃 작업을 시작했다. 10년이 넘도록 관찰해온 꽃 작업은 농축된 고고함으로 그지없이 아름답다.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가 꽃이 의미하는 바를 그렸다고 말한 점과 같은 맥락에서 읽혀지는 까닭이다.

그는 돌연 ‘시대정물’로 방향을 전환한다. 대표작인 <시대정물>은 오래된 집게, 줄자, 야구공, 주사위 등의 배열이 돋보인다. 정물이 놓인 바닥면은 천을 사용했고 배경은 색지 두 장으로 상하를 색면으로 나눴다. 그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작품을 좋아해 극도로 절제된 ‘색면 추상’, 특히 모호한 색면의 희미한 경계선을 도입했다. 단순히 정(靜)물 사진이 아닌, ‘정(情)물 사진’으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오브제 해석에 자율성을 주고 있다는 점이 주지되는 지점이다.

버려질 운명에 놓인 사물은 일종의 기호 범주 내에 존속하는 사물로 사회 문화 현상과 맞물려 그 의미를 더한다. 철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말처럼 인간의 욕망은 사회적 관계의 산물로 ‘사물’은 시대의 사회상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는 이에 따라 욕망의 초상 혹은 노스텔지어로 다가올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리움을 하나쯤 갖고 살아간다. 김용훈에게 <시대정물>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말한 노에마(그것은-존재-했음), 즉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표상은 아니었을까? 시대정물 작업이 어머니의 유품, 반짇고리 안에 있던 다양한 사물과의 정서적 교감으로부터 시작됐으니 말이다.

김용훈의 정물 사진은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작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물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짐에 따라 정물 사진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신작 <폴라로이드> 사진이다. ‘색’이나 정물 자체의 형태적인 조형성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로, 폴라로이드 필름에 감광유제를 발라 처리한 탓일까 회화적 색채가 짙게 묻어난다. 향후 그 진행 방향이 사뭇 기대되는 이유다.















PROFILE


글 : 조아 (JOA, 조형예술학 박사, 사진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순수사진으로 석사 학위, 조형예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진적 소통을 좋아해 ‘사진 읽기’, ‘사진찍기’를 즐기고 있으며 몇 차례 개인전과 광주비엔날레 등 다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다. 사진가 인터뷰 및 사진 비평을 쓰고, 사진학과 및 아카데미에서 사진 이론과 실기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용훈 (사진가)

서울예술전문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파인 아트를 전공한 후 본격적인 개인 작업을 시작했다. 첫 개인전 ‘A Prioriof Entity(2006년)’ 포함 8번의 개인전과 국내외 다수 그룹전을 진행했으며 <오색찬란>, <시대정물>, <폴라로이드>가 대표작이다.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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