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의 매우 사적인 寫(사)담 ③ 박중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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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Harmonies). 모델 가운데 여러 분이 이미 세상을 뜨셨다고 한다.


김종수의 매우 사적인 寫(사)담

Vol. 3 박중하 작가

몇 해 전 무작정 카메라를 구입한 후 그저 잘 찍는 법을 배우고 싶어 가까운 곳에서부터 멘토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김기자. 그가 약 4년간 만난 사진 멘토들과의 사적인 사진 대화들. 세 번째 멘토는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채우기 위해 카메라를 들기 시작해 20년째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중하 작가다. 




Interviewee 


박중하 작가


일명 ‘쥬커맨’으로 불린다. 올해 57세로 한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미국 뉴욕에서 인터랙티브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한때 중앙일보 출판국에서 일했고 이후엔 에디터와 인터넷 미디어 관련 사업가로 일하다가 20년째 전업 사진 작가로 살고 있다. 소화전의 인간적인 모습을 포착한 전시와 ‘인비저블 포토그래퍼’로 도심 속 이웃들의 일상을 기록한 작품 등이 유명하다.



 트루 컬러즈 시리즈 목판에 페인트.


최근 우연 같은 인연으로 박중하 작가를 만났고,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그의 사진전을 관람했다. 그의 사진을 보니 뭔가 마음이 따듯해졌고 그를 따라다니며 한 가지라도 더 배우고 싶었다. 자주 대화를 나누며 꾸준히 촬영한 사진을 그에게 SNS로 보내길 반복했다. 계절을 나타내는 도시 풍경, 일터의 사람들을 찍어서 보냈더니 한밤중 충무로역 앞에서 밥을 사주며 따끔한 조언을 해줬다. “피사체에 더 가까이 다가가라. 방송 기자의 버릇인 듯한데 사물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그는 원래 글쟁이였다 

인터뷰를 위해 박중하 작가를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만났다. 그가 애용하는 장비를 직접 들어보니 못을 박을 때 써도 손색없을 정도로 무겁고 견고했다. 니콘 필름 카메라였다. 셔터를 눌렀을 때 소리가 매력적이었다. 그는 그런 작가였다. 소지품으로 은연중에 자신을 말하고 나타내는 사람. “원래 문학을 전공했다. 해외 사진 작가들 중에는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 정말 드물다. 물론 상업 사진 작가 중에는 전공자가 꽤 많지만 다른 전업 사진 작가나 보도 사진을 하는 사람 중에는 전공자가 드물다.”


박중하 작가는 기획과 특집을 취재하는 기자뿐 아니라 에디터로도 한참 활동했다. 그런 그가 사진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사진을 도구로 사용한 일이 계기가 됐다.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촬영한 사진 한 장에 대한 글을 한 페이지 정도씩 써보는 연습을 꾸준히 했고 이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의 말이 사진에 이야기 거리를 잔뜩 담아보라는 뜻으로 생각됐다. 혹은 한 장소에 머물러 피사체에 신경을 고정하고 사진을 찍었다면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말 같이도 들렸다.




 뉴욕 브루클린 다리. 미국 영화 포스터로도 사용돼 애정 깊은 작품이다.


전업 작가로 살아온 세월은 고난의 연속 

요즘처럼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밖에 잘 나가지 못하고 미팅이나 전시가 위축되면 전업 사진 작가는 뭘로 먹고 살까? 요즘이 작가로 먹고 살기에 가장 힘들지 않냐고 질문하니 말보다 웃음이 먼저 돌아왔다. “아니다. 20년 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해왔는데 뭐 하나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계속 힘들었고 앞으로가 더 힘들 것 같다는 말이다. 인터넷 생방송의 시초가 되는 모델을 만들어도 봤고 각종 사업도 해봤는데 사업상 알던 사람들에게 왜 그런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사진을 하던 큰 형 덕분에 어려서부터 사진을 빨리 접한 박중하 작가는 일찌감치 핫셀블라드 카메라를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형은 유명한 사진 작가가 된 뒤 사진계를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카메라를 분해하면서 놀던 동생은 아직도 사진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 인생은 결국 모순투성이고 아이러니인 셈이다.


얼굴에 웃음과 장난끼가 가득했던 박중하 작가는 미소가 멋진 중년이 되었다. 작가로서의 신념 또한 무척 투철한 편이다. “스스로 세운 약속 때문에 나태해지지 않도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몇 시간씩 길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다. 새 옷을 입고 광화문에서 물웅덩이 속에 누워보기도 했다. 수상한 사람으로 몰려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레드 포 라이프(Red for Life). 이 사진이 그가 소화전 작가로 불리게 된 계기가 됐다.


인화한 사진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라!

음악을 좋아하는 박중하 작가는 외모와 달리 나이가 이미 50대다. 그는 삶이 독특한 사진 작가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비틀즈의 마지막 콘서트를 근거리에서 찍은 록앤롤의 역사를 기록한 작가 짐 마샬(Jim Marshall)을 좋아해왔다. 또한 미국 쌍둥이 형제 사진 작가 피터 턴리(Peter Turnley)와 데이비드 C. 턴리(David Carl Turnley)도 좋아하는데 이 또한 작가의 삶 때문이다. 피터 턴리는 4년 전까지만 해도 쿠바 수도인 아바나 거리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돌아다녔다. 그 영상이 외신에 소개될 정도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쿠바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포착했고 쿠바의 아바나 미술관에서 전시도 열었다. 미국 사진 작가가 쿠바에서 전시를 연 일은 쿠바 혁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필름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를 구별하지 않고 담고 싶은 메시지를 담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 작업을 하는 작가를 좋아하고 또 그들과 인간적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박중하 작가의 말을 듣다 보니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지 궁금했다. 특히 타고난 재능이나 배움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사진을 찍기만 하지 말고 인화를 한 뒤에 포트폴리오도 만들어봐라. 그리고 작은 전시가 될지언정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소통하는 시간을 늘린다면 실력이 늘어가는 게 확실히 보일 것이다.”




Interviewer

김종수


사진을 보고 찍기를 좋아하고, 잘 찍는 법을 배우고 싶은 나이 사십이 넘은 진정한 아저씨. 3년 전 해외에서 분수에 맞지 않을 정도로 크고 비싼 장비를 무작정 구입해 어쩔 수 없이 모시고 다니는 언론계 직장인. 오늘도 기자라는 타이틀보다 출퇴근 버스, 혹은 지옥철에 시달리는 생활인이란 말에 무한한 애착을 느낀다.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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