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언, 빛을 담아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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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Pro2 / ZEISS Touit Planar T* 32mm F1.8 / 초점 거리 환산 약 48mm / (F2, 1/75초) / ISO 100 / 모델 김은진


빛을 담아내는 일
포토그래퍼 조재언

포토그래퍼 조재언은 사진 프레임을 마치 빛을 담는 그릇처럼 사용한다. 해방촌 작업실이라는 한정된 작업 공간 안에서 모델을 향해 부드럽게 혹은 딱딱하게 내리쬐는 빛을 가늠하고 그 빛을 가장 잘 담아낼 그릇을 택한다. 매번 같은 공간에서 촬영해도 사진의 느낌이 모두 다른 이유다. 한정된 공간과 매일 다르게 찾아오는 빛으로 매번 색다른 포트레이트를 담아내는 포토그래퍼 조재언에게 사진과 카메라에 대해 물었다.




MINOLTA X-700 / MINOLTA MD 50mm F1.7 / 모델 박민경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누군가의 포토그래퍼이자 누군가의 사진 교사인 동시에 연애사진집 <열두달>의 저자 조재언이다. 



주로 어떤 작업을 이어가고 있나? 

해방촌 작업실에서 포트레이트를 촬영한다.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땐 풍경과 정물을 주로 촬영했다. 당시는 포트레이트 촬영에 있어서 사람이 주는 느낌보다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낸 풍경이 주된 관심사였다. 20대 중반 우연히 전문 모델을 촬영할 기회가 생겼고 결과는 참담했다.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사진이었다. 사진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에게 화가 났고 이후 유명 포토그래퍼가 촬영한 포트레이트와 유명한 초상화, 얼굴 근골격 해부도까지 찾아보며 포트레이트를 공부했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지금까지 포트레이트를 작업하게 만든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FUJIFILM X-Pro2 / ZEISS Touit Planar T* 32mm F1.8 / 초점 거리 환산 약 48mm / (F4, 1/100초) / ISO 400 / 모델 소피아


스스로 어떤 포트레이트를 촬영하는 포토그래퍼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내 사진은 빛을 이용한 결과물이 많다. 부드럽게 내리쬐는 빛이나 흰 벽에 부딪혀 분산되는 빛은 물론 명암 차이가 확연하거나 딱딱하고 강한 빛까지 거의 모든 빛을 좋아하고 이를 포트레이트에 반영하려고 한다. 또 피사체가 렌즈를 바라보는 장면을 좋아한다. 사진을 보는 사람이 사진 속 피사체와 눈을 마주치는 느낌이 들도록 클로즈업 사진을 주로 촬영하는 편이다. 사실 이런 작업 방식에 대해선 쉽게 할 수 있지만 아직 명확히 어떤 포트레이트를 찍는 사람이다, 라고 한 마디로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스스로 더 발전해야 한다고 느낀다.




CONTAX G2 / ZEISS Planar 2/45 T* / 모델 손진희 


대부분 포트레이트 작업을 해방촌 작업실에서 진행한다. 일정한 장소에서 촬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해방촌 작업실을 얻기 전에는 주로 야외에서 촬영했다. 매번 촬영 장소를 선택하고 촬영 가능 여부를 확인하느라 고생이었다. 좋은 인연으로 렌탈 스튜디오에서 촬영 장소를 지원받기도 했지만 촬영할 때마다 내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그 염원이 담긴 장소가 해방촌 작업실이다. 촬영 콘셉트에 맞게 매번 소품과 인테리어를 바꾸는 일이 부담되지만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내 작업을 할 수 있어 작업실 촬영을 주로 하고 있다. 결과물이 쌓이면 해방촌 작업실에서 촬영한 포트레이트를 엮어 사진집을 내야겠다는 생각도 해방촌 작업실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다. 




FUJIFILM X-Pro2 / XF18-55mmF2.8-4 R LM OIS / 초점 거리 환산 약 83mm / (F4, 1/3500초) / ISO 400 / 모델 우예진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하고 있다. 촬영방식이나 모델, 클라이언트와 피드백 면에서도 두 카메라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작업 성격에 따라 사용하는 카메라가 정해져 있나? 

클라이언트 요구에 따라 필름 카메라만 사용하거나 반대로 디지털 카메라만 사용하기도 한다. 디지털 카메라보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할 때 유독 호흡이 긴 편이다. 셔터를 누르고 다음 셔터를 누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디지털 카메라보다 두 배 이상 길다. 그만큼 제한된 저장 장치에서 결과물을 뽑아야 하기에 필름 카메라로 촬영할 때 신경이 더 곤두선다. 클라이언트와 피드백 면에서는 디지털 카메라가 압도적으로 용이하다. 포토그래퍼는 필름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결과물을 볼 수 없는 클라이언트는 초조함을 느끼기도 한다. 디지털 카메라는 찍는 순간 바로 A컷을 결정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클라이언트와 함께 작업할 때는 디지털 카메라를 주로 사용한다. 




필름 사진에선 느낄 수 없는 디지털 사진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로 바로 결과물 확인이 가능하고, 저장 장치 제약 없이 수천 컷 촬영이 가능한 점 등 디지털 카메라가 갖는 강점은 많다. 다만 내가 느끼는 강점은 후보정을 할 때 디지털 사진이 필름 사진에 비해 변화의 폭이 월등히 넓어진다는 점이다. 필름 사진은 고해상 스캔을 한다고 해도 보정 폭이 좁다. 디지털은 필름 사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암부 계조 부분을 디테일하게 살릴 수 있다. 




MINOLTA X-700 / MINOLTA MD 50mm F1.7 / 모델 조은솔 


디지털 카메라는 후지필름 X-Pro2를 사용한다. 수많은 디지털 카메라 중 후지필름 X-Pro2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후지필름 X-Pro2를 사용하기 전에는 타사 풀프레임 카메라를 사용했다. 기변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작고 가볍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촬영해도 부담이 없고 일상과 여행 모두에서 운용하기 수월하다. 특히 작은 크기 덕분에 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모델과 작업할 경우 모델이 카메라를 크게 의식하지 않아 좋다. X-Pro2만의 강점은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이다. 지금까지도 필름을 생산하는 브랜드답게 후지필름은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손쉽게 필름 느낌과 색감을 재현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한다. 심지어 필름 입자감을 표현하는 그레인도 두 가지로 조절해 설정할 수 있다. 




포트레이트 촬영 시 어떤 렌즈로, 피사체와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사진을 담는 것을 선호하는지 궁금하다. 

작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50mm 렌즈로 촬영을 시작해서 프레임 구성에 따라 다른 화각 렌즈로 바꿔 촬영한다. 디지털 카메라는 ZEISS Touit Planar T* 32mm F1.8, 필름 카메라는 ZEISS Planar.2/45mm와 MINOLTA MD 50mm F1.7 단초점 렌즈를 선호한다. 해방촌 작업실에서 촬영하는 경우 앉은 포즈와 상반신 구도를 주로 구성해 피사체와 1~2m 내외 거리에서 촬영한다. 작업실 공간이 넓지 않아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 촬영을 하는 일이 잦아지기도 했고 피사체의 감정을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파악할 수 있는 거리감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50mm 근방 초점 거리를 가진 렌즈를 선호한다. 




FUJIFILM X-Pro2 / ZEISS Touit Planar T* 32mm F1.8 / 초점 거리 환산 약 48mm / (F2.8, 1/450초) / ISO 200 / 모델 윤초아


누군가의 사진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떤 사진 강의를 진행하나? 

7년 전 사진 강의를 처음 시작했다. 쉬지 않고 계속 이어온지는 4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별도 공간을 빌리거나 카페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해방촌 작업실이 갖춰지고부터 초급, 중급, 인물, 조명, 필름 원데이 클래스 등 제법 많은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필름 원데이 클래스를 제외한 강의는 대부분 주 1회 2~3개월 과정이다. 강의 기획부터 접수를 받고 강의를 진행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소화해 어려움도 많지만 힘든 만큼 보람을 느끼는 일 중 하나다. 




▲ 연애사진집 <열두달>. 포토그래퍼 조재언이 여자친구와의 여름, 가을, 겨울, 봄 그리고 다시 여름까지의 시간을 보내며 촬영한 사진을 엮은 사진집. 포토그래퍼의 시선뿐 아니라 여자친구가 카메라 너머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사진집이다.


모델로 만나 연인이 된 후 열두 달을 기록한 연애사진집 <열두달>이 인상 깊었다. 이 사진집에는 어떤 사진과 어떤 시선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

사진집 <열두달>에는 처음 여자친구를 만난 여름부터 가을, 겨울, 봄 그리고 다시 여름으로 이어지는 그녀와의 시간을 담았다. 모델로 만나서 처음 촬영한 사진을 시작으로 연인으로 만나 데이트를 하고 일상을 함께 공유하며 담은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부터 사진집을 염두하고 촬영한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연인 간의 사랑과 장난스러운 시선, 작가와 모델처럼 어느 정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진도 있다. 일반 사진에서 ‘시선’은 포토그래퍼가 바라보는 피사체의 느낌으로 한정되지만, <열두달>은 포토그래퍼의 시선과 더불어 피사체인 여자친구가 카메라 너머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느낄 수 있다. 




FUJIFILM X-Pro2 / XF18-55mmF2.8-4 R LM OIS / 초점 거리 환산 약 69mm / (F4, 1/25) /, ISO 200 / 모델 이아령 


앞으로 어떤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인가?

지금처럼 해방촌 작업실 촬영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담은 포트레이트 작업을 하려고 한다. 또 3월 초까지 남미 페루와 볼리비아를 다녀올 예정이다. 그곳에서 담은 사진으로 사진집을 구상중이다. <열두달>과는 또 다른 풍경과 스냅이 주를 이루는 사진집을 낼 계획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어떤 포토그래퍼로 기억되고 싶나?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포토그래퍼로 기억되고 싶다. 나 또한 수많은 포토그래퍼와 작가, 영화 감독과 배우, 음악가와 여러 아티스트에게서 영감을 받았기에 다른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그만큼 오래 기억되고 회자되는 포토그래퍼이고 싶다.




PROFILE 


조재언 Jo Jae Un


광고 스튜디오 어시스턴트부터 시작해서 대한항공 사진부서 및 다수 회사 촬영팀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 프리랜서로 전향한 지는 이제 4년차. 상업 촬영이라면 가리지 않지만 제품과 프로필, 룩북 촬영이 주된 업무다. 여자친구와 1년을 담은 사진집 <열두달>의 저자이자 해방촌 작업실을 지키는 독거청년이다.


• 홈페이지 : www.jae-un.com

• Instagram:@jae_un

 


• 사용장비 


FUJIFILM X-Pro2

포토그래퍼 조재언이 선택한 디지털 카메라는 X-Pro2. DSLR보다 작고 가벼워 장시간 촬영에도 부담이 없고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은 모델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않는다. 그가 꼽은 X-Pro2의 매력 포인트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필름 느낌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다.

  



탐나는사진가들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꾸준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젊은 사진가에게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디카톡의 사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디카톡은 사진 및 디지털카메라 관련 월간지 <디지털카메라매거진> 한국판에 매달 젊은 사진가 1명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연재 인터뷰를 게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사진가의 작업을 세상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젊은 사진가가 환경적 제약 없이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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