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 캐릭터가 사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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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사는 세계
코스프레 포토그래퍼 기로

진은 평면 예술이지만 작품에 따라 그 이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평면이라는 한정된 공간이라 할지라도 포토그래퍼가 피사체가 놓인 세계를 풍부하게 담는다면 사진을 보는 이는 사진이 표현하는 세계까지 생생하게 들여다본다. 코스프레 포토그래퍼 기로 사진이 단순한 캐릭터 재현이 아닌, 캐릭터가 사는 세계를 담은 작품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코스어가 재현하고 싶어하는 상상 속 캐릭터를 현실로 끌어올리고 싶어 코스프레 포토그래퍼로 활동 중이라는 기로에게 코스프레 화보 작업과 카메라에 대해 물었다.




OLYMPUS OM-D E-M1 Mark II /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F11 1/250초) / ISO 800 / 모델 피온(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 ‘에피스’)

서큐버스를 연출하기 위해 조리개를 최대한 조이고 조명 외에 다른 빛을 차단했다. 원형 레드 카페트와 장미, 보라색 젤라틴으로 캐릭터에 맞춰 분위기를 연출하고 촬영했다. 


코스프레 화보 포토그래퍼로서 지금까지 사진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재창조. 코스프레 화보는 현실에는 없을 법한 2차원적인 창조물을 오직 포토그래퍼와 코스어의 케미스트리로 현실에서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포트레이트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 코스프레 포토 그래퍼가 된 계기가 있나? 

우연한 기회로 코스프레 문화를 접했고 그 과정에서 코스어가 캐릭터를 재현하고 싶어하는 열정을 느꼈다. 어느 순간 그들이 형성한 문화에 동화돼 코스어가 재현해내는 작품 하나 하나를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실로 끌어올려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코스어가 보여준 열정과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주 촬영이 됐다. 




OLYMPUS PEN-F / M.Zuiko Digital 25mm F1.8 / (F2.8 1/200초) / ISO 400 / 모델 헥스(애니메이션 마크로스 프론티어 ‘쉐릴’)

 은하계 디바라는 쉐릴 콘셉트에 맞춰 패턴이 있는 조명을 집중해 호리존을 무대처럼 연출했다. 얼굴에는 그림자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그리드를 메인 조명에 섞이지 않는 각도로 조절하며 촬영했다. 


기로 사진을 보면 게임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빠진다. 코스프레 화보를 촬영할 때 캐릭터를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촬영 시작 전 최우선으로 고민하는 부분은 빛이다. 코스어가 밝은 캐릭터를 원한다면 주변 빛과 조명을 같이 활용해 빛을 넓고 부드럽게 분산시켜 화사한 느낌을 살린다. 반대로 어두운 캐릭터를 원할 때는 주변 빛을 최대한 차단하고 조명으로만 피사체에 집중되도록 세팅한다. 개인 작업은 주로 야간에 야외에서 촬영하는 편이다. 평소 지나치거나 신경 쓰지 않던 공간을 배경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늘 고민한다. 이를 테면 공원 내 에서 조명과 젤라틴을 최대한 활용해 평소 알던 장소가 아닌 전혀 다른 장소처럼 보이도록 촬영한다. 




OLYMPUS OM-D E-M1 Mark II /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F1.2 1/250초) / ISO 400 / 모델 노솜(애니메이션 도쿄구울 ‘스즈야 쥬죠’)

▲ 흔히 볼 수 있는 공원 굴다리를 위험한 분위기로 연출하기 위해 붉은색 젤라틴을 사용했다. 피부색을 최대한 창백한 색으로 보정해 연 약해 보이지만 위험해 보이기도 하는 캐릭터로 연출을 시도했다. 


코스프레 화보는 같은 캐릭터라도 다양한 콘셉트로 촬영을 진행한다. 어떤 캐릭터의 어떤 특징을 살려 촬영할지 결정하는 기준이 있나? 

기본적으로 캐릭터 각자가 가진 고유 색상이 있다는 전제 조건을 갖고 연출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어떤 캐릭터는 분홍, 노랑, 초록이 고유 색상인 반면 어떤 캐릭터는 빨강, 검정, 회색이 고유 색상이다. 베이스가 되는 고유 색상을 선정한 후 밝은 분위기로 갈지 어두운 분위기로 갈지 전체적인 톤을 결정하고, 피사체에 집중해 촬영할지 배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촬영할지 연출 방향을 선택한다. 이러한 연출 순서를 거쳐 코스프레 화보가 탄생한다. 




OLYMPUS OM-D E-M1 Mark II /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F1.2 1/250초) / ISO 400 / 모델 초열(모바일 게임 음양사 ‘요도히메’) 

▲ 의상 패턴과 배경 분위기가 실루엣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모델 쪽 빛을 배제하고 배경에 있는 소품 조명과 색을 일치시키기 위해 주황색 젤라틴을 모델 바로 뒤에 배치해 최소한의 빛으로 연출했다. 


프로 코스프레 팀 CSL은 촬영 전 레퍼런스 준비, 모델 섭외, 의상 제작 및 장소 선정까지 코스프레 화보 촬영을 위한 모든 과정을 함께 준비한다. 코스프레 화보를 위해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함께하는지 궁금하다. 

팀 CSL과 하는 화보 제작 과정만 말하자면, 우선 팀 CSL 측에서 포토그래퍼에게 촬영할 캐릭터 레퍼런스를 주고 모델을 선정한 뒤 의상과 소품까지 준비해준다. 프로젝트 팀원들은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캐릭터와 포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촬영을 준비한다. 팀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면 장소를 섭외하고 촬영 날짜를 조율해 포토그래퍼와 촬영 내용을 공유한 뒤 촬영을 진행한다. 포토그래퍼가 캐릭터 분위기를 어떻게 살릴지에만 집중하도록 포토그래퍼는 포토그래퍼 혼자, 팀은 팀 내에서 준비한 뒤 마지막에 최종 촬영 목적을 공유해 진행한다. 




OLYMPUS OM-D E-M1 Mark II /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F1.2 1/200초) / ISO 500 / 모델 슈마(게임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 ‘앨리스(히스테리아 모드)’) 

▲ 현재 가장 애정 하는 사진이다. 야외 공원 나무 바닥 위에 설치한 사진 조명 외에 모든 빛을 차단했다. 위험한 분위기 연출 위해 붉은색 젤라틴으로 광기를 연출, 히스테리아 모드 게임 캐릭터를 최대한 재현한다는 느낌으로 계획이 미뤄지는 중간 중간에도 계속해서 연출을 고민하고 결과물을 얻어 낸(?) 촬영으로 기억한다.  


기로 사진은 단순히 캐릭터를 담는다기보다 캐릭터가 사는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구현한 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세상은 어떤 작품인가? 

최근에 진행했던 엘리스(히스테리아)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 촬영은 몇 년 전부터 코스어와 함께 계획했던 촬영으로 여러 준비 과정을 거쳤다. 여러 사정이 있어 올해 비로소 촬영할 수 있었다. 촬영이 많이 지체됐지만 오히려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화보 촬영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나만의 노하우가 조금 더 쌓였다는 생각이 들 때쯤 엘리스 촬영을 진행했고 그 덕분에 상상해온 이상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OLYMPUS PEN-F / M.Zuiko Digital 45mm F1.8 / (F1.8 1/10초) / ISO 1250 / 모델 슈마(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편 ‘사쿠라’)

 우리나라 벚꽃은 특징 색이 없는 하얀색에 가까운 벚꽃이 대부분인데 애니메이션 속 우리가 상상하는 벚꽃은 약간의 핑크색을 띈 벚꽃이다. 상상 속 벚꽃에 둘러싸인 캐릭터를 연출하고 싶어 야간에 벚꽃 주변에 핑크색 젤라틴을 사용해 조명을 세팅했다. 노출을 맞추기 위해 셔터 속도를 저속으로 사용했다. 올림푸스 손떨림 보정 기능을 믿고 셔터를 최대한 내려가며 촬영했던 결과물이다.  


현재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 코스프레 화보 촬영에서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첫 DSLR이 올림푸스 E-1이었다. 일 때문에 잠시 다른 브랜드 카메라를 사용하긴 했지만 올림푸스 미러리스 성능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판단이 서자마자 다시 올림푸스 카메라로 장비를 바꿨다. 코스프레 화보 촬영 중 9할은 기본적으로 들고 다니는 스피드 라이트 ‘GODOX V860II’와 ‘AD200’을 활용한다. 부족한 광량에도 불구하고 올림푸스 미러리스가 어느 정도 조리개 값을 확보하면서 배경 심도가 날아가지 않게 내 기준에 부합하는 밸런스를 잡아준다고 생각해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OLYMPUS OM-D E-M1 Mark II /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F1.2 1/200초) / ISO 500 / 모델 슈마(웹툰 가담항설 ‘백매’) 

 아름다움을 가진 악녀 캐릭터인 백매를 원작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호리존 부분을 붉은색 젤라틴으로 연출하고 인물에만 빛이 집중되도록 휴대용 지속광을 인물에 최대한 가깝게 배치해 촬영했다. 


코스프레 화보를 촬영할 때 주로 어떤 렌즈를 활용해 피사체와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촬영하는 편인가? 

현재 주로 사용하는 렌즈는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다. 인물에 집중해 촬영할 때는 피사체와 거리를 가깝게 설정하고 반대로 깊은 피사계 심도로 여러 정보를 포함해 담을 때는 피사체와 거리를 두고 촬영하는 편이다. 두 표현 모두 무리 없이 표현해낼 수 있어 애정하는 렌즈다. 피사체와 거리감에 대해 굳이 생각해본다면, 배경 정보와 인물 전신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지는 정도 거리감을 선호한다.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캐릭터가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그 캐릭터를 화보로 담는다면 어떤 화보가 될까?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캐릭터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답변이 어려울 듯 하다. 다만 재도전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명확하다.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에 등장하는 ‘산’이라는 캐릭터인데 원시림 같은 공간에서 촬영해보고 싶다. ‘산’이 사진 속에서 살아 숨쉬는, 자연에 동화된 느낌을 가진 화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OLYMPUS OM-D E-M1 Mark II /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F3.2 1/250초) / ISO 500 / 모델 헥스(애니메이션 카드캡터 사쿠라 ‘사쿠라’) 

▲ 애니메이션 마크로스 프론티어 ‘쉐릴’처럼 패턴을 활용한 촬영이었다. 쉐릴이 규칙적 패턴을 통한 무대 연출이었다면 사쿠라는 불규칙적인 패턴을 활용해 맑은 날 잎사귀 사이사이로 드는 빛 속에서 촬영한 상황처럼 표현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포토그래퍼로 기억되고 싶은가 

촬영한 사진 한 장 한 장이 사람들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포토그래퍼로 남고 싶다. 




PROFILE 


기로 Giro


프로 코스프레 팀 CSL 소속 포토그래퍼. 처음 코스프레 문화를 접했을 당시 코스어가 보여준 열정과 그가 가진 작품에 대한 욕구가 지금의 프로 코스프레 포토그래퍼 기로를 만들었다.


• 홈페이지 : wearecsl.wixsite.com/teamcsl

• Instagram:@photobygiro

 


• 사용장비 


OLYMPUS OM-D E-M1 Mark II

포토그래퍼 기로는 스피드 라이트가 가진 부족한 광량에도 불구하고 올림푸스 카메라가 인물과 배경의 피사계심도 표현에 있어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밸런스를 잡아주기 때문에 OM-D E -M1 Mark II를 고집한다.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포토그래퍼 기로는 촬영 거리에 따라 원하는 피사계심도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를 주로 사용한다. 인물에 집중하고 싶을 때 피사체에 다가가고 여러 정보를 함께 담고 싶을 때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촬영을 선호한다.

 



탐나는사진가들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꾸준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젊은 사진가에게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디카톡의 사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디카톡은 사진 및 디지털카메라 관련 월간지 <디지털카메라매거진> 한국판에 매달 젊은 사진가 1명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연재 인터뷰를 게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사진가의 작업을 세상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젊은 사진가가 환경적 제약 없이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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