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한, 풍경 사진가의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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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사진가의 사계
대한민국 풍경 사진가 전승한

대한민국이 보여주는 사계는 풍경 사진가를 즐겁게 한다.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고 겨울이 되면 눈이 오듯 매해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는 지난 계절 동안 꿈꿔온 풍경을 담을 수 있다는 설렘을 안겨준다. 때때로 꿈꿔온 풍경이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 마주하더라도 그 자체가 또 다른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는 장르가 풍경 사진이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풍경을 담고 있는 전승한이 같은 곳을 최소 3번 이상 방문하는 이유다. 지금도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최고의 순간을 위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을 대한민국 풍경 사진가 전승한에게 그의 사진 작업과 카메라에 대해 물었다. 




SONY A7 III / EF 24-105mm F4 G OSS / 초점 거리 24mm / (F19, 3초) / ISO 50

▲ 강원도 무건리 이끼 계곡. 폭포를 장노출로 담고자 조리개를 최대한 조였고, 위에서 내려오는 빛을 표현하기 위해 플레어가 생기도록 구도를 잡았다.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국내 풍경을 담아오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많이 고민했다. 최근 작업한 대한민국 풍경 사진 시리즈는 ‘도전(Challenge)’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풍경 사진을 찍기 좋은 지리적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수년 전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 때문에 사진가가 촬영을 갔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오는 일이 태반이다. 같은 곳을 다시 찾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런 환경적 제약에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담아내는 대한민국 풍경 사진가들은 끊임 없이 도전하는 열정을 가졌다. 나 역시 그 사진가 중 한 사람이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 지금도 대한민국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어디선가 쉽지 않은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지 않을까(웃음). 




Canon EOS 5D Mark IV / SIGMA 12-24mm F4 DG HSM l ART / 초점 거리 15mm / (F16, 1/50초) / ISO 200

 마치 외국 풍경을 보는 듯한 강원도 안반데기. 운해가 넘실거리는 고지대에 펼쳐진 넓은 배추밭이 인상적이다.


전승한은 사진마다 특유의 진한 색감을 살리는 한편, 빛과 시간이 그려낸 깊은 묘사력을 가진 사진을 담아낸다.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사실적인 풍경 사진가다. 간혹 풍경 사진가 사이에서 “사진이 풍경을 못 따라간다.”는 말이 오가곤 한다. 모든 감정이 풍경 한 곳에 쏠려 있던 그 시간을 사진 한 장에 모두 담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촬영에 임할 때면 늘 눈으로 본 풍경이 사진에 그대로 표현되기를 바란다. 처음부터 사진 색감이 진하지는 않았다. 보다 역동적이고 그 순간 느낌 감정을 그대로 사진에 녹여 내려다 보니 자연스레 색감이 진해졌다. 반대로 평화로운 풍경을 담을 때는 한 톤 다운된 사진을 담기도 한다. 진한 색감이나 빛, 시간을 담아내는 등 특정 콘셉트에 얽매이지 않고 매 순간 느낀 그대로를 사진에 담아내고자 할뿐이다. 




Canon EOS 5D Mark IV / TAMRON 100-400mm F4.5-6.3 Di VC USD / 초점 거리 400mm / (F6.3, 1/1250초) / ISO 400 

 폭설이 내려 텅 빈 단양 거리 풍경. 겨울 설경을 촬영하려면 눈길을 달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전승한 사진은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명소를 담고 있다. 촬영 장소를 선정하고 사진 한 장이 나오기까지 풍경 사진가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가? 

제대로 된 풍경을 찍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최소 3번은 촬영에 도전한다. 사진 촬영이 일상이 된 나조차도 원하는 풍경을 찍기 위해 몇 년째 도전하고 있는 장소가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멋진 자연과 풍경을 가진 나라다. 다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풍경 사진에서 절대 조건과도 같은 날씨 영향 때문에 소위 말하는 ‘골든 타임’에 셔터를 누르기란 쉽지 않다. 새벽부터 집을 나설 때도 많다. 작은 조명 하나에 의지해 홀로 산에 오를 때 느끼는 공포와 설렘이 뒤섞인 감정은 때때로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처럼 환경적, 시간적으로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에 매번 어려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Canon EOS 5D Mark IV / TAMRON 100- 400mm F4.5-6.3 Di VC USD / 초점 거리 100mm / (F4.5, 1/320초) / ISO 100

▲ 폭설이 내린 전라도 화순 만연사. 핸드헬드 촬영 시 최소한 렌즈 초점 거리 이상 셔터 속도를 확보해야 하며, 200mm 이상일 경우 삼각대를 사용 하는 편이 좋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점이 사진이 가진 매력이다. 눈으로 마주한 풍경을 본인만의 시선으로 담아내기 위해 촬영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매일 날씨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사진가 눈에는 모든 장면이 다른 풍경이자 사진으로 다가온다. 설령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대에 사진을 찍는다고 하더라도 사진가마다 결과물이 다른 이유다. 모든 사진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최대한 느끼고 본 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카메라는 사람 눈처럼 정교하지 않아 명암 표현이 극단적이다. 내가 본 그늘진 풍경이 아닌데 카메라에 촬영된 사진은 완전 어둡게 표현되기도 한다. 


카메라가 가진 기능을 활용하거나, 촬영 방법을 달리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풍경을 살리고자 노력한다. 또한 풍경은 빛이 절대적인 요소다. 빛의 유무에 따른 차이는 확연해서 최대한 빛의 방향과 양을 파악하고 위치를 옮겨가며 촬영에 임한다. 한 자리에서 한 장면을 위해 오래 머물기보다 위치를 바꿔가며 다양한 연출을 해보고 머릿 속에 그려본 결과물과 가까운 사진을 담는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4L IS USM / 초점 거리 35mm / (F6.3, 1/50초) / ISO 200

▲ 산이 높지 않아 야경 촬영지로 유명한 김해 분산성. 이곳에서 보기 어려운 운해가 꽉 들어찬 풍경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전승한이 마주한 수많은 대한민국 풍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수많은 출사지에 가봤지만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순간은 단연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서 색다른 풍경을 만났을 때다. 비가 온 뒤 어두운 산길을 따라 안개를 뚫고 올라간 아주 낮은 산. 바로 김해 분산성이다. 일출을 보기 위해 오른 불과 200m도 되지 않는 산에 운해가 가득 차 있었다. 김해 시내 하늘이 온통 운해로 가득한 모습은 단 한 번도 본적 없었기에 정신 없이 사진을 찍었다. 그 후로 종종 다시 분산성을 찾았지만 그날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처럼 풍경 사진가에게 날씨란 절대 요소고 그 순간이 지나면 이 풍경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때문에 하늘이 좋고 빛이 있다면 어디서든 카메라를 꺼내 든다. 




SONY A7 III / FE 24-105mm F4 G OSS / 초점 거리 27mm / (F9, 4초) / ISO 100

▲ 관람객과 함께 담은 서울 불꽃 축제. 매년 여러 불꽃 사진을 찍고 있지만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쉽지 않다.


풍경 사진을 촬영할 때 캐논 카메라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캐논 바디를 고집하는 이유는 색감 때문이다. 캐논이 재현하는 채도 높은 사진이 내 눈을 사로잡았고 렌즈군 선택 폭도 넓어 다양한 풍경을 담기 유리하다. 풍경 사진가가 되기 전에 주 피사체는 가족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는 가족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을 시작했고 캐논이 풍경뿐 아니라 인물에 있어 원하는 사진 색감에 가장 부합했다. 현재 타 브랜드 제품도 사용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결과물을 담아내는 카메라 역시 캐논이다. 다만, 내가 캐논을 고집하는 이유는 인물과 풍경을 같이 촬영해야 하는 타협 때문이지 풍경 사진에 있어 최고의 카메라라는 뜻은 아님을 말하고 싶다. 




Canon EOS 5D Mark IV / SIGMA 12-24mm F4 DG HSM l ART / 초점 거리 12mm / (F4, 30초) / ISO 2000 

▲ 강원도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서 촬영한 별궤적 사진. 홀로 새벽까지 거센 바람을 맞으며 2시간을 촬영한 결과물이다.




Canon EOS R / RF 24-105mm F4L IS USM / 초점 거리 24mm / (F11, 1/100초) / ISO 100 

▲ 힘들다고 소문난 월출산 일출. 정상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만 2시간 30분 남짓. 아직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EOS R과 함께한 첫 일출 출사라, 어렵게 담아냈다.


현재 캐논 풀프레임 DSLR과 미러리스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평소작업 스타일과는 어떤 바디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작업을 하다 보니 힘든 요소 중 하나가 장비 무게다. 기본 한 두 시간을 걸어야 하는 출사지에 20kg이 넘는 카메라 가방은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 결과물 차이 때문에 DSLR을 고집해왔는데 최근 미러리스를 하나 둘 접해보면서 오히려 DSLR보다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사용 중인 EOS R은 580g으로 가볍고 그림감도 좋다. 타 기종에는 없는 셔터 막이 있어 센서에 먼지가 달라 붙을 걱정도 없다. 모든 면에서 상위 기종 EOS 5D Mark IV와 견주어도 손색 없을 정도라 가벼움이 장점인 EOS R이 활동량이 많은 내게 더 잘 맞는 바디라고 생각한다. 




Canon EOS 5D Mark IV / TAMRON 100- 400mm F4.5-6.3 Di VC USD / 초점 거리 154mm / (F6.3, 1/800초) / ISO 125

▲ 봄에 진달래가 핀 여수 영취산 S자 길. 영취산은 여수 공단에 둘러싸여 있다. 어떻게 이 공기 속에 이런 예쁜 꽃이 필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주로 어떤 렌즈를 사용해, 피사체와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촬영하는 편인가? 

대부분 사진을 16mm 이하 초광각렌즈로 촬영한다. 35mm 초점거리로 파노라마는 찍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광활한 풍경을 한 프레임 안에 담기 위한 작업이다. 초광각렌즈를 사용할 때는 많은 요소를 포함해 자칫 사진이 조잡해 보일 수 있다. 때문에 인물이나 건축물 같은 프레임 안 주제를 찾는 데 집중한다. 산 촬영의 경우 해와 운해, 바위, 나무 등이 포인트일 때가 많다. 뷰파인더와 눈으로 풍경을 번갈아 보며 나만의 힐링 포인트를 찾아 적정한 거리로 담아내려고 한다. 


 


Canon EOS 5D Mark IV / SIGMA 12-24mm F4 DG HSM l ART / 초점 거리 23mm / (F7.1, 1/250초) / ISO 160 

 우리나라 대표 가을 산 중 하나인 대둔산. 대둔산이 가진 자연의 색은 수천 가지가 넘는다고 여겨질 정도다. 그 많은 색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마지막 질문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남다른 감각, 시야로 나만의 표현 방식을 갖고 사진을 찍는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다. 결과물에 있어 많은 이에게 인정 받으면 좋겠지만, 내가 담은 풍경과 그때의 느낌을 사람들과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또한 앞으로 대한민국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풍경을 담고, 내가 가진 노하우를 여러 매체를 통해 주변과 나누는 사진가로 남고 싶다. 





PROFILE 


전승한 Jeon Seunghan


대한민국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위해 밤잠 안 자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진가. 부산에서 활동하는 사진팀 DND 소속 사진가로 현재 게티이미지 코리아 등록 작가이자 인스타그램 한국관광공사 VK Crew로 활동 중이다.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원고를 기고하며 있으며, 네이버 블로그 및 SNS에서 ‘동네찍사’라는 닉네임으로 수많은 사진가와 교류하고 있다.



• Instagram:@dongnejjicsa

 


• 사용장비 


Canon EOS 5D Mark IV

풍경 사진가 전승한은 EOS 5D Mark III를 시작으로 약 7년 동안 EOS 5D 시리즈를 사용해 풍경 사진뿐 아니라 다양한 사진을 촬영해왔다. 그가 캐논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는 풍경과 인물 분야 모두에서 색감이 우수해 한 바디로 두 분야 촬영을 모두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Canon EOS R

풍경 사진가 전승한은 캐논 EOS R을 두고 “EOS 5D Mark IV와 견주어도 손색 없을 정도다. 가벼움이 장점인 EOS R이 활동량이 많은 내게 더 잘 맞는 바디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벼우면서도 그립감이 우수하고 타 기종에 없는 셔터 막 덕분에 풍경 촬영이 한결 수월해진 점을 이 바디가 가진 장점으로 꼽았다.

 



탐나는사진가들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꾸준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젊은 사진가에게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디카톡의 사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디카톡은 사진 및 디지털카메라 관련 월간지 <디지털카메라매거진> 한국판에 매달 젊은 사진가 1명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연재 인터뷰를 게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사진가의 작업을 세상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젊은 사진가가 환경적 제약 없이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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