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별, 낯설어서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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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어서 좋은 날
여행 사진가 봄별

낯선 풍경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종이와 펜보다 스마트폰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를 먼저 든다. 때로는 새하얀 종이 위에 펜으로 새긴 어떤 글보다 SNS 상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여행 사진가 봄별은 조금 다르다. 아무 것도 없는 새하얀 도화지 위에 글로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을 그리고, 사진을 그 위에 입혀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전한다. 때때로 영상이 그 둘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한 낯선 순간과 상상 속 이야기를 글과 사진, 영상으로 담아내는 봄별을 만나 그의 사진 작업과 카메라에 대해 물었다 




SONY α7 III / FE 24-105mm F4 G OSS / 초점 거리 73mm / (F4, 1/250초) / ISO 125 / 일본 교토

▲ 종종 의도하지 않은 우연에서 나오는 조합이 예쁠 때가 많다. 하늘이 무척 흐린 날이었지만 하늘 대신 하늘색을 가진 자동차가 우연히 저 자리에 세워져 있어 색감을 모자람 없이 채울 수 있었다. 최근 촬영한 단풍 여행 사진 중 가장 아끼는 순간이다.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산책. 천천히 호흡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장소를 규정하고 어떤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계획해 촬영한 사진보다는 우연히 마주한 순간을 사진으로 담았을 때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목적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거나 지도가 알려준 길과 다른 길목으로 들어섰을 때, 혹은 열차를 타고 가다 예쁜 역을 발견하고 무작정 열차에서 내렸을 때. 이런 사소한 우연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거리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사진을 촬영하는 일이 내 사진 작업이다. 




SONY α7 III / FE 24-105mm F4 G OSS / 초점 거리 105mm / (F4, 1/200초) / ISO 100 / 일본 교토 

 일상과 가장 가깝고 또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사진이다. 골목길에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고, 택시가 지나가는 풍경. 마침 햇살이 닿은 나뭇잎도 반짝여서 아름답게 기록할 수 있었다.


‘여행하고 적고, 사색하는 사람’이라는 SNS 프로필이 인상적이다.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라고 생각하는가? 

내 사진 대부분은 특별한 랜드마크가 등장하지 않는다.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도 좋은 피사체지만, 한 블록만 벗어나도 현지인이 사는 평범한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집 앞에 놓인 화분에서 누군가가 가진 취향이나 세심함을 엿본다거나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위해 주인이 집 앞에 세워둔 동상이나 트리를 통해서도 많은 영감을 얻고, 나아가 이를 사진 소재로도 활용한다. 특별히 급한 일정이 없다면 여행에서는 되도록 천천히 걷고 타인의 공간에서 상상을 통해 많은 요소 혹은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편이다. 사진은 단순히 순간을 담는 요소가 아니라, 프레임 안에 담을 이야기를 한 번 더 상상하게 하고 이를 다시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매개체라고 믿는다. 누군가 내 사진을 보고 평범한 순간에서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SONY α7 III / FE 24-105mm F4 G OSS / 초점 거리 105mm / (F4, 1/125초) / ISO 100 / 일본 교토

 좋아하는 종류의 사진 중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 이다.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는 숲 속을 달리 는 열차.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새로운 세상에 데려다 줄 듯한 그런 장면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과 같이 기록의 의미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봄별이 생각하는 사진만이 가진 장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진뿐 아니라 다양한 수단으로 기록물을 남기고 있다. 일기를 포함한 글이나 사진, 최근에는 영상물 작업도 시작했다. 글로 남긴 기록은 완전히 새하얀 도화지 위에 나만의 상상을 칠할 수 있고, 사진이 그 위에 입혀지면 원하는 방향이 가진 색이 보다 확고해진다고 생각한다. 글로만 표현해도 좋지만 사진과 함께 했을 때 보는 이의 시선을 의도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고, 같은 방향으로의 소통 또한 한결 수월해진다. 글, 사진, 영상 모두 저마다 장점이 달라 다양한 수단을 통해 여러 시선으로 소통하려고 하는 편이다. 




SONY α7 III / FE 24-105mm F4 G OSS / 초점 거리 105mm / (F4, 1/125초) / ISO 160 / 프랑스 몽펠리에 

▲ 첫 남프랑스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 이국적인 골목길 모습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친구와 종일 걸어 다녀도 힘들지 않을 만큼 푹 빠져있었다. 가까워진 햇살, 누군가 넣어놓은 빨래, 거리에는 등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이날 하루 중 가장 따스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 


봄별 사진은 어느 정지된 순간을 담고 있지만 마치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듯 스토리가 느껴진다. 특유의 시선으로 사진을 담아내기 위해 촬영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내 사진은 랜드마크뿐 아니라 인물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여행을 갔을 때 텅 빈 거리 속에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그 공간이 온전히 내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에 촬영한 사진은 찍는 이도 보는 이도 그 순간 속에 나를 투영해보는 경우가 많다. 누구에게나 쉽게 닿을 수 있는 일상적이고 아주 소소한 풍경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늘 그리워하는 여행 속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보는 이로 하여금 ‘내가 저 길을 걷고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해온 이유다. 



SONY α7 III / Sonnar T* FE 55mm F1.8 ZA / 초점 거리 55mm / (F4, 1/1250초) / ISO 1250 / 일본 교토 

▲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제대로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만큼 고생했다. 카메라로 이 사진을 담고서는 이번 여행도 참 좋았다는 말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 가득 쏟아진 빗줄기를 최대한 몽글몽글하게 표현하고 싶어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해 촬영했다.


봄별이 마주한 수많은 여행지 풍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교토에 머물 때였다. 빗줄기가 꽤 굵고 거칠었고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새로 산 카메라를 들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사진을 찍기는커녕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어 눈 앞이 캄캄했다. 하루를 망쳤다는 생각에 속상했다. 기온거리를 빠져 나와 상가가 쭉 늘어선 아케이드를 걷던 때, 마지막으로 맞은 편 거리를 겨우 촬영하고 돌아섰다. 그때 촬영한 사진에는 우산을 접으며 아케이드로 들어오는 사람과 빈틈 없이 프레임을 꽉 채운 빗줄기가 담겼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힘든 날이었지만 그 사진 속 장면은 지금도 가장 아끼는 교토의 한 순간이다. 매번 모든 여행이 다 좋을 수는 없지만, 망쳤다고 생각한 여행을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해주는 점이 사진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여행 사진가 봄별은 SNS에서 활동 하는 여행 사진가 3인과 함께 <사색유람> 사진집 시리즈를 출간했다. <사색유람>은 좋아하는 곳에 더 오래 머물고, 좋아하는 순간을 모두 담아두고 싶어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기록하는 삶을 사는 여행 사진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행 사진가 봄별 특유의 따듯한 글과 사진은 ‘낯설어서 좋은 날’ 편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을 온라인상에서만 소비하지 않고 엽서나 포스터, <사색유람> 같은 사진집처럼 실재하는 무언가로 제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SNS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대부분이 연 몇 회 정도 오프라인 작업물을 내놓는다.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여행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더 많은 형태로 사진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질감을 가진 종이 위에 사진을 입혀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 즐겁다. 손으로 만져지니 마치 사진 속 순간이 내 손 안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책상 위에 붙여 놓은 종이 포스터를 보고 있으면 당시 느꼈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기억날 때도 많다. 다시 저 풍경 앞에 서 있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누군가 포스터를 걸어두거나 사진집을 보고 자신의 여행을 떠올리고 기억하고, 다시 새로운 여행을 꿈꿀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SONY α7 III / FE 24-105mm F4 G OSS / 초점 거리 105mm / (F4, 1/320초) / ISO 2500 / 프랑스 몽펠리에

▲ 렌즈가 가진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어두워 광량이 떨어지는 밤에는 사진을 찍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 거리가 불을 밝히는 순간 가장 바쁘게 걸어 다니는 이유다. 온전하게 시야가 확 뚫린 노을이 아니라도 이렇게 골목 곳곳에 비친 저녁 빛을 좋아한다.


여행지 풍경을 촬영할 때 주로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나? 

처음 디지털카메라를 선택할 때부터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 가능하고 가격 부담이 없는 제품을 찾았다. 현재 소니 α7 III를 사용 중인데 이 부분을 충족할 뿐 아니라 전자식 뷰파인더로 촬영 세팅값이나 결과물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 원하는 순간을 상상한 대로 담기 좋다. 기술적인 부분에는 큰 관심이 없어 좋은 기능을 자주 활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뷰파인더에 비친 그대로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무게적인 부담도 없어 내 작업과 촬영 패턴에 잘 맞는 바디라고 생각한다. 




SONY α7 III / FE 24-105mm F4 G OSS / 초점 거리 82mm / (F4, 1/320초) / ISO 400 / 일본 교토

▲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이라 단풍 잎이 종종 비처럼 쏟아졌다. 떨어지는 순간을 잡아보고 싶어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해 촬영했으나, 마음에 드는 사진이 좀처럼 얻어지지 않았다. 때마침 떨어진 빨간 잎 하나가 마음에 들어 최종컷으로 선택했다. 


주로 어떤 렌즈를 사용해, 피사체와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촬영하는 편인가? 

현재 FE 24-105mm F4 G OSS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80-105mm 망원 영역을 활용하는 편이다. 걷다가 우연히 마음에 드는 순간을 발견하면 주변 풍경 없이 그 부분만 눈 속에 가득 들어온 듯한 착각을 할 때가 많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는 순간도 좋아하지만 멀리서 특정 부분에만 집중해 프레임에 가득 차도록 촬영하는 재미를 더 좋아한다. 


 


SONY α7 III / FE 70-200mm F2.8 GM OSS / 초점 거리 158mm / (F2.8, 1/10초) / ISO 100 / 프랑스 파리

 파리에서 밤을 보내는 날에는 꼭 이 다리 위에서 에펠탑을 바라보다 집에 가고는 한다. 많은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에펠탑. 반짝거리는 빛을 내는 때는 물론 커다란 등대처럼 서서 거리를 밝히는 시간에도, 에펠탑은 늘 현실과 동떨어진 꿈 속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준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갈 예정인지 궁금하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되도록이면 내년 한 해도 복직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할 예정이다(웃음). 내년에는 더욱 치열하게 온•오프라인 모든 방향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사진으로만 남겼던 순간을 움직이는 영상물로 꾸준히 제작하고, 두 번째 책인 여행 사진 에세이를 2019년 상반기 중에 출간할 예정이다. 또 여행과 사진에 관련된 다양한 강연 자리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SONY α7 III / FE 24-105mm F4 G OSS / 초점 거리 105mm / (F4, 1/125초) / ISO 160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문화 유산이라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많은 볼거리를 자랑한다. 숙소 근처를 산책하던 중 길을 건너다 마주한 순간이 러시아 여행에서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실 이 사진을 찍은 다음 날 카메라를 떨어트려 렌즈가 망가지고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 도시다.


마지막 질문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함께 걷는 사람이 어떨까? 걸으며 보고 느낀 순간을 정지된 화면 속에서, 그리고 눈을 감고 그릴 수 있는 글로, 혹은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영상으로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편안하고 사소한 순간, 그 시간을 잘 표현하는 사진가로 기억해주면 좋겠다. 




PROFILE 


봄별 BOMBYUL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고 글을 적는다. 자판을 치는 일이 좋고 펜으로 종이 위에 글자를 적는 일이 좋은, 지독한 기록인이기도 하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에만 모든 시간을 쓰고 싶다.



• Instagram:@bombyul

• 유튜브 : www.youtube.com/c/bombyul

 


• 사용장비 


SONY α7 III + FE 24-105mm F4 G OSS

여행 사진가 봄별은 우연히 마주한 순간이 가진 이야기를 자신이 의도한 대로 담을 수 있는 미러리스 중에서도 소니 α7 III를 사용한다. 또한 평소 여행지에서 마주한 순간을 망원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주로 FE 24-105mm F4 G OSS 렌즈가 가진 망원 영역을 활용해 풍경을 촬영하는 편이다.

 



탐나는사진가들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꾸준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젊은 사진가에게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디카톡의 사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디카톡은 사진 및 디지털카메라 관련 월간지 <디지털카메라매거진> 한국판에 매달 젊은 사진가 1명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연재 인터뷰를 게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사진가의 작업을 세상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젊은 사진가가 환경적 제약 없이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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