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최용빈 작가, 최용빈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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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α7R III / FE 24-70mm F2.8 GM / 66mm / (F5.6, 1/250초) / ISO 640 / 중국 바자 2018년 2월 호 커버


최용빈의 선택 

포토그래퍼는 매순간 자신의 의도를 한계 없이 담아내는 카메라를 탐닉한다, 라고 최용빈은 말했다. 그런 그가 망설임 없이 소니 미러리스를 들었다. 





사진을 시작하고 지금의 최용빈이 있기까지 패션 사진 한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나?

원동력은 없었다. 단지 트렌디한 사진을 찍고 싶었다. 패션 사진을 하는 데 있어 공부처럼 어느 시점 이상 성장할 때까지 나를 끌고 갈 원동력이 있었다기보다 트렌디한 사진을 찍고자 하는 내 성향과 패션 사진이 잘 맞았다.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쯤 국내에 보그, 바자 같은 패션 매거진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엔 패션 사진보다 앨범 재킷 사진이 트렌디했고 고민 없이 앨범 재킷을 촬영하는 스튜디오를 택했다. 스튜디오에 패션 관련 작업이 계속 들어왔고 재미와 보람을 따라가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패션 사진에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정돈된 사진을 추구한다. 최대한 겉멋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려고 한다. 과하고 덜 과하고 문제가 아니다. 프레임 안에서 사진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조화로운가를 판단한다. 어릴 적 미술 선생님은 종종 이런 말을 했다. “한번에 여러 색은 쓰지마!” 사진을 찍을 때도 같다. 단순한 몇 가지 컬러를 사용해 조합이 딱 맞아 떨어졌을 때 정돈된 인상을 주고 보는 이가 안정감을 느낀다.




최용빈 사진의 조화로움이란 색의 조화를 의미하는 건가?

프레임 전체의 밸런스를 의미한다. 색은 그 중 하나다. 사진은 2차원이고 평면에 사람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포토그래퍼는 모델의 선이나 옷의 라인을 살리면서 누가 봐도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프레임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패션 사진뿐 아니라 풍경 사진을 찍을 때도 표준렌즈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다. 남들이 볼 수 있는 풍경 안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요소를 찾되 표준렌즈나 한정적인 렌즈로 자연스럽게 담는 것이 내가 말하는 조화로움이다.




매번 새로운 모델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모델이 까다롭거나, 원하는 동작과 표정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화보 모델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그 사람에 대한 자료를 많이 찾아본다. 어떤 피부 톤과 눈동자 색을 가졌고 어떤 룩이나 헤어 메이크업을 잘 소화하며, 어떤 포즈를 잘 하는지. 촬영에 있을 변수에 대비해 모델의 생김새와 습관 등 모든 정보를 파악한다. 촬영에 들어가면 특정 포즈나 표정을 권하지 않는다. 그 사람만의 방식이 있다. 원하는 포즈가 아니라고 해서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부정적 표현은 쓰지 않는다. 우리가 그 사진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대신 “이 부분이 조금 더 예쁘다”, “나는 그 포즈가 더 마음에 든다”라는 식의 긍적적 표현을 써 좋은 방향으로 유도한다.




매거진과 함께 패션 화보를 촬영할 때는 콘셉트를 같이 조율하는 편인가?

기자 성향에 따라 다르다. 예전에는 기자가 콘셉트를 잡았지만 요즘 추세는 꼭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룩은 정해져 있고, “이런 느낌으로 촬영해주세요”라는 지시나 “어떻게 촬영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이 들어온다. 그 안에서 좋다, 나쁘다 판단을 내려 의견을 조율하는 사람이 포토그래퍼다. 외국은 포토그래퍼가 콘셉트부터 룩, 헤어 메이크업까지 120% 컨트롤한다. 나도 뉴욕 촬영 때는 다양한 헤어 메이크업 옵션이 담긴 무드 보드 여러 개를 만들어 에이전시에 제출한다. 외국 포토그래퍼가 인정 받는 이유는 이렇듯 패션 사진 안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SONY α7R III / FE 70-200mm F2.8 GM OSS / 200mm / (F5.0, 1/320초) / ISO 1600


매번 새로운 콘셉트를 만드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영감을 받는 최용빈만의 습관이 있나?

평소 갖고 있는 습관이 아닌 일들을 하려고 노력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났을 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매번 차를 타고 다니던 길을 버스로 이동할 때 새로운 풍경이 보이고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그 길을 걸어가보면 또 다르다. 길에 꽃이 피었다거나 개미가 줄을 지어 간다거나. 바쁘게 살 때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하나하나 영감으로 자리한다. 영감을 위해 휴식시간을 준다고 표현하고 싶다. 포토그래퍼는 휴식도 일과 연관 있는 좋은 직업이다. 단순히 몸이 쉰다는 느낌보다 마음의 쉼과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는 쉼이 작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패션 사진을 촬영하면서 장비의 한계 때문에 촬영이 어려웠던 적이 있나?

모든 포토그래퍼가 매일 한계를 경험한다. 최고의 컷이라 생각했는데 포커스가 맞지 않았을 때. 눈으로 보는 느낌을 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할 때. 한계를 경험하는 일은 늘상 있다. 포토그래퍼가 다양한 카메라를 사용해보며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을 한계 없이 담아내는 제품을 찾는 이유다.




소니 α9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손에 익은 장비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진가가 메인 카메라를 바꾼다는 건 큰 결심이다. 손에 익은 카메라 대신 모험을 하는 일이다. 소니 α9모델 제의를 받고 “한 달 동안 써보고 잘 맞으면 하겠다”고 했는데, 결정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α7R Ⅲ로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α9과 α7R Ⅲ는 포지션이 명확하다. 패션 사진에도 두 카메라의 활용 영역에 차이가 있나?
스튜디오 내에서 촬영을 진행할 때는 α7R Ⅲ를 주로 사용한다. α9이 갖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이나 역량은 크지만 α7R Ⅲ가 스튜디오의 작업 방식과 잘 맞는다. 패션 사진에 필요한 고용량을 지원하고 테더링 촬영 시 컴퓨터에 사진을 띄우는 속도도 훨씬 빠르다. α9은 특수한 촬영 영역이나 야외에서 자연광으로 촬영할 때, 메모리카드를 사용할 때 주로 사용한다.



α9의 초당 20매 초고속 연사와 무소음 기능이 패션 사진에서 어떤 부분을 변화시켰나? 

예전부터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동영상을 구성하는 한 컷이 고용량이라면 굳이 한 장씩 촬영할 이유가 있을까. α9은 포토그래퍼가 상상하던 이상을 실현해준 카메라다. 1초에 20장을 고용량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포토그래퍼가 원하는 장면을 다른 카메라보다 빠르게 잡아낸다. 


자연광이라는 한정적 환경에만 해당하지만, 무소음 기능을 활용할 때 훨씬 자연스러운 장면 캐치가 가능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빼는 순간을 촬영하고 싶은데 모델은 셔터 소리에 맞춰 손을 넣거나 빼는 동작만을 취한다. 초고속 연사와 무소음 기능을 활용하면 모델은 영상에서 연기하듯이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포토그래퍼는 원하는 찰나를 담아내면 된다.




모델 입장에서는 조명이 터지거나 셔터음이 난 후 다음 포즈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속 촬영을 하게 되면 모델도 모드가 완전 달라질 것 같다.

이제 모델은 영상에서 연기하듯 포즈를 취하고 포토그래퍼가 “좋아.”라는 식의 디렉션을 준다. 포토그래퍼는 콘셉트에 맞는 감정과 연기를 끌어내는 역할이다. 영상 감독의 역할과 비슷하다. 최근 뉴욕 타임즈나 아메리칸 지큐도 영상 촬영본을 캡쳐해 지면에 활용했다. 사진이 없어진다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포토그래퍼와 모델의 역할과 개념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다만 꼭 이렇게 찍고 저렇게 찍는다가 아니라 α9이라는 카메라가 나옴으로써 촬영의 폭이 넓어지고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게 맞다.




SONY α7R III / FE 70-200mm F2.8 GM OSS / 113mm / (F4.5, 1/320초) / ISO 1600


클라이언트도 초고속 연사와 무소음 촬영이 만드는 미묘한 변화를 느끼나?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배우 공유를 촬영할 때 통상적으로 100컷을 촬영하던 시간에 200~300컷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만큼 더 다양한 순간과 포즈가 나왔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선택 가능한 컷이 많다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가 “카메라가 좋아요”라고 변화한 스펙이나 촬영 환경을 직접적으로 알 순 없지만 그들의 방식으로 변화를 감지한다.




α7R Ⅲ로 촬영한 지속광 패션 화보가 기억에 남는다. 카메라 고감도 저노이즈 성능이 패션 사진에서 어느 정도까지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포토그래퍼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나는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고감도 노이즈가 나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필름 시절에는 일부러 증감 현상을 하기도 했다. 노이즈가 아니라 노이즈로 인해 사진에 잡색이 끼는 현상이 문제다. 타 바디를 사용할 때는 입자에 잡색이 껴 사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소니 미러리스는 입자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고감도 촬영에 부담이 없다. 이번 패션 매거진 바자 커버도 고감도와 지속광을 활용해 촬영했다. 이러한 촬영에서 또 하나 좋은 점이 포토그래퍼가 눈으로 본 그대로 찍힐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피사체와 빛의 거리에 따라 빛의 질이 달라지는데, 질을 눈으로 확인하며 촬영하기 때문이다.




소니 미러리스를 사용하면서부터 줌렌즈를 주로 사용한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타 브랜드 카메라를 사용할 때 줌렌즈 광각측으로 촬영하면 프레임 가장자리 영역에 초점을 맞춰도 초점이 맞지 않았다. 카메라가 보여주는 프레임을 풀로 사용하지 못하고 트리밍을 예상해 그 안에 다시 프레임을 만들어 촬영했다. 소니 줌렌즈는 아직까지 그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또한 줌렌즈에서도 Eye-AF 성능이 유지되는 점도 좋다. 최대 개방 조리개에서는 10장 중 1-2장 정도 초점이 나가지만, 지금도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다. 이전에는 모델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표정과 제스처를 확인해가며 포커스까지 신경쓰느라 결정적 순간을 놓친 경우도 많았다. 소니 줌렌즈를 사용하면서부터는 오롯이 프레임과 모델에 집중해 촬영할 수 있어 만족도가 훨씬 높다.




마지막 질문이다. 어떤 포토그래퍼로 기억되고 싶나?

이 질문 정말 많이 받았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이 마니아층이 있는 포토그래퍼라고 답한다. 유명한 포토그래퍼도 좋지만 최용빈을 아냐고 물으면 “사진 좀 하는 구나.” 라는 대답이 따라붙었으면 한다.




PROFILE  



최용빈 CHOI YONG BIN 


현재 용장관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Agency Teo 소속 작가로 활동 중. BAZAAR, W, VOGUE 등 다양한 패션 매거진과 브랜드 화보를 촬영하고 있으며, 경일 대학교 특임 교수와 사진가 협회 이사를 겸임 중이다. 대표 사진집으로는 <박용화 Tokyo 사진집>, <박용화 Paris 사진집>, <이병헌 일본 화보집>, <장동건 일본 화보집>이 있다.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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