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한, 사진에 설탕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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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설탕 한 스푼
풍경 사진가 배용한

유독 하루가 힘든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서사에 깊게 빠져드는 소설보다 짧은 글로 심심한 위로를 건네는 시집이나 에세이집을 꺼내 든다. 풍경 사진가 배용한 사진을 책에 비유하자면 구구절절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소설보다는 ‘오늘 하루 어땠어?’라는 물음을 넌지시 건네는 에세이집에 가깝다. 그는 드라마틱하거나 화려한 풍경보다 어디선가 봤을 법한 익숙한 풍경을 잔잔하지만 본인만의 색을 담아 전한다. 그렇게 사진은 누군가의 지친 하루에 달콤한 위로를 건네는 묘약이 된다. ‘사진에 설탕 한 스푼’이라는 프로필 문구처럼 사진으로 달달한 위로를 전하는 배용한을 만나 그의 사진 작업과 카메라에 대해 들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50mm f/1.8 STM / 초점 거리 50mm / (F3.5, 1/800초) / ISO 100

▲ 벚꽃이 서서히 지는 계절, 빠른 셔터로 담아낸 벚꽃 비.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망설임 없이 시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계절이 가진 날씨에 맞게 시간을 활용해 촬영해왔다. 종종 극한 상황이나 아침 시간에도 촬영을 한다. 그 시간만이 주는 미션과 선물이 있기 때문이다. 잠을 포기하고 촬영에 나서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날씨와 장소를 체크하고 촬영지에 대한 정보도 알아야 한다. 만족할 만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의미에서 시간은 내 사진 작업에 중요한 포인트다. 사진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한 시간이 헛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40mm f/2.8 STM / 초점 거리 40mm / (F5.6, 1/320초) / ISO 100 

 한국의 알프스, 대관령.


사진에 설탕 한 스푼’이라는 SNS 프로필 내용이 인상적이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말 그대로 사진에 달콤함을 표현한다는 의미다. 사진에 달콤함을 표현하는 작업을 좋아한다. 화려하거나 웅장한 풍경보다는 흔히 보는 일상 풍경을 카메라에 기록한다.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종종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는데 사실 대부분 우리가 자주 가는 공간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고 계절마다 분위기가 다 다르다. 자주 가는 공간이 계절마다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공부해 촬영하다 보면 우리가 놓쳤던 순간을 담을 수 있다. 내 사진에 마치 설탕을 뿌린 듯이 사계절이 가진 달콤함을 담아낼 수 있는 이유다. 




Canon EOS R / EF 50mm f/1.4 USM / 초점 거리 50mm / (F3.5, 1/60초) / ISO 640

 노란 빛으로 물든 서울 한강이촌공원.


낭만배군 사진을 보면서 계절마다 특유의 색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계절색이 담긴 풍경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계절마다 촬영하는 피사체도 달라질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다. 꽃 필 무렵 첫 아름다움을 담는 봄은 사진가가 가장 바쁜 계절이다. 꽃은 가장 예쁠 때, 낙화할 때 등 촬영 가능한 시기와 아름다운 시간대가 정해져 있어 모든 순간을 담으려면 장소와 시기를 공부하는 계획과 지치지 않는 열정이 필요하다. 더운 여름은 더위에 취약한 내게 가장 힘든 계절이다. 다만 힘든 시간을 투자한 만큼 푸른 바다와 녹색이 어우러진, 푸르른 자연 이미지를 얻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특별한 계절이기도 하다. 알록달록한 가을은 기온이 봄과 비슷하고 계절 특색에 맞춰 촬영할 포인트도 많다. 종종 시네마틱한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컬러풀한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눈으로만 담아도 예쁜 계절이지만 짧게 지나가는 만큼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계절이기도 하다. 비로소 낙엽이 떨어지면 ‘아 계절이 또 흘러갔구나’ 생각한다. 겨울은 기복이 심한 편이다. 눈 없이 시린 바람과 함께 촬영한다면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인내심과 결단력이 필요한 계절이다. 겨울은 눈 사진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으로 기상 상태를 확인해 이른 새벽 촬영에 나선다. 우리나라는 낮보다 새벽에 눈이 자주 내리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조명만 있으면 눈 내리는 모습을 담을 수 있어 피곤함이 몰려와도 행복함이 더 크게 느껴지곤 한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50mm f/1.4 USM / 초점 거리 50mm / (F8, 1/800초) / ISO 200 

▲ 폭설 경보가 예고됐던 날, 제설 작업도 되지 않은 눈 오는 양떼목장 정상에 올라 담은 설경.


지금까지 마주한 수많은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그 순간을 왜 사진으로 남기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힘들었던 순간을 꼽지 않을까? 나 역시 쉽게 지나친 순간보다는 숨이 찼지만 24시간을 투자해 촬영한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소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못한 부분을 찾고자 하는 도전 정신이 강해 새로운 뷰와 나만 캐치할 수 있는 풍경을 좋아하는 편이다. 많은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이러한 도전 정신을 실현하기에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겨울 사진이 더 많은 추억을 안겨준다고 생각한다. 




Canon EOS 5D Mark IV / EF 70-200mm f/4L IS II USM / 초점 거리 200mm / (F4.0, 1/500초) / ISO 200

▲ 바람이 불어 은행 나무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순간을 담은 사진.


▲ 풍경 사진가 배용한이 최대호 작가와 함께 출간한 감성 콜라보 에디션 에세이집. 감성 에세이에 사진에 설탕 한 스푼을 뿌린 듯 평범한 일상도 달콤하게 풀어내는 배용한 작가 사진이 더해져 우리의 지친 일상에 작은 위로를 건넨다. 


2018년에 최대호 작가와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라는 감성 콜라보 에디션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에세이에 맞는 사진을 고르고 책으로 출간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개인 사진집을 준비하던 중이라 고민을 많이 했지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콜라보를 진행했다. 내 사진으로 무언가를 출간했을 때 뿌듯함을 미리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사실 용기가 필요한 시기에 주변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줘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 작업은 글과 사진 조합이 가장 큰 핵심이었다. 이미 촬영해둔 수많은 사진을 갖고 있어 사진을 선택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글에 맞는 사진이 없으면 대안을 찾아야 하고 후보정이 돼 있지 않으면 다시 해야 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런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책도 잘 나왔고 꾸준히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17-40mm f/4L USM / 초점 거리 17mm / (F5.6, 1/1250초) / ISO 100

▲ 5월, 유채꽃축제가 한창힌 안성팜랜드.


풍경 사진을 촬영할 때는 어떤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는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캐논 DSLR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이든 환경이 달라지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이 카메라도 브랜드 자체가 바뀌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캐논을 사용하며 익숙해진 촬영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캐논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EOS 5D Mark III를 사용한다. 상위 기종으로 바꾸려고 하다가 EOS 5D Mark III가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고수하고 있다. 미러리스도 편리성은 좋지만 사진은 결국 사진가가 가진 시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50mm f/1.8 STM / 초점 거리 50mm / (F11, 1/250초) / ISO 400 

▲ 대기가 깨끗한 날 서대문구 안산 정상에서 촬영한 서울 풍경.


주로 어떤 렌즈를 사용해, 피사체와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촬영하는 편인가?

광각부터 망원까지 여러 화각 렌즈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선호하는 초점 거리는 50mm로 부담이 없고 풍경과 인물 등 다양한 촬영을 할 수 있어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렌즈다. 실제로 촬영한 사진 중 50%가 50mm 초점 거리 렌즈로 촬영했을 정도다. 웅장한 풍경, 야경, 노을을 촬영할 때는 50mm와 함께 광각줌렌즈를 들고 다니며 예쁜 공간을 다양한 시선으로 촬영한다. 최근에는 70-200mm 초점 거리 렌즈를 구매해 또 다른 시각으로 촬영 중이다. 망원렌즈는 흔히 볼 수 없는 시선을 표현해준다고 느꼈다. 


 


Canon EOS 5D Mark IV / EF 17-40mm f/4L USM / 초점 거리 17mm / (F5.6, 1/200초) / ISO 200 

 아름다운 단풍으로 단장한 창경궁.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갈 예정인지 궁금하다. 

현재 건강 관리를 우선적으로 신경 쓰고 있어 그 점이 해결되면 개인 전시와 사진집 출간을 생각하고 있다. 또한 많은 공간을 찾아 다니며 새로운 시선으로 촬영한 사진을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Canon EOS 5D Mark IV / EF 70-200mm f/4L IS II USM / 초점 거리 200mm / (F11, 25초) / ISO 100 

 시정 거리가 가장 좋은 날 남한산성.


마지막 질문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누군가에게는 이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달콤함 하면 생각나는 사진가가 되고 싶다. ‘사진에 설탕 한 스푼’이라는 말처럼 사진에 달달함을 표현함으로써 나를 기억해주는 이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도 많은 분이 그렇게 기억해주고 애정해줘서 항상 감사하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지친 일상을 사진 한 장으로 위로할 수 있는 사진가로 성장하고 싶다. 




PROFILE 


배용한 Bae Yonghan


일상 속 감성적인 풍경을 담는 사진가. 낭만배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사계를 자신만의 색으로 담고 있다. 현재 상업 촬영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으며 개별 사진 작업 외에도 사진 전시와 사진집 출간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 Instagram:@_peppermint.b

 



• 사용장비 


EOS 5D Mark III

풍경 사진가 배용한은 “사진은 결국 사진가가 가진 시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용하는 카메라 브랜드가 달라지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촬영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2009년부터 캐논 DSLR만을 줄곧 사용해왔다.



EF 17-40mm f/4L USM /

EF 50mm f/1.4 USM /

EF 70-200mm f/4L IS II USM

풍경 사진가 배용한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렌즈는 EF 50mm f/1.4 USM이다. 그는 웅장한 풍경, 야경, 노을 풍경 촬영에 대비해 평소 EF 50mm f/1.4 USM과 EF 17-40mm f/4L USM을 챙긴다. 최근에는 EF 70-200mm f/4L IS II USM을 활용해 다른 시각으로 풍경을 담아보는 중이다.

 



탐나는사진가들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꾸준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젊은 사진가에게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디카톡의 사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디카톡은 사진 및 디지털카메라 관련 월간지 <디지털카메라매거진> 한국판에 매달 젊은 사진가 1명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연재 인터뷰를 게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사진가의 작업을 세상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젊은 사진가가 환경적 제약 없이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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