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여성 수중 사진작가 와이진(Y.Zin), Dear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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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Ocean 

와이진의 사진을 물에 비유하려면 ‘스며든다’라는 동사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모든 순간에 물처럼 스며드는 사람이다. 개인 작업할 때는 한 마리 인어이며, 해피 해녀 프로젝트를 작업할 때는 한 명의 해녀가 된다. 마치 처음부터 물 속이 자신의 스튜디오였던 것처럼. 그녀가 바다와 시간을 담은 사진으로 캐논 압구정 갤러리에 러브레터를 띄웠다. Dear Ocean,으로 시작하는 그녀의 러브레터에는 어떤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을까.





지금까지의 수중 사진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해주세요 .

처음부터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음. ‘도전’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나요. 다이빙을 배울 때 ‘Stop, Thinking, Action’이라는 훈련을 받아요. 대부분 두려움이 닥쳤을 때 멈추고, 생각하는 것에서 그치죠. 저는 액션 이상을 나아가는 사람이에요. 그게 바로 도전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수영은 못하지만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라 물로 향했고,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강해 수중 촬영에 적합하지 않은 몸으로도 수중 사진작가가 될 수 있었죠. 도전 정신이 지금의 와이진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와이진은 물 속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인어라고만 생각했어요.

지금은 인어나 다름 없어요. (웃음) 수중사진 촬영에 적합한 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쭉 저와의 싸움이었어요. 전문가 소견을 따르는 선에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았죠. 단계별로 밟아가다 보니 성취감도 있었지만 중간중간 몸에 무리가 가기도 했어요. 이 과정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깨닫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죠.






전시 타이틀인 ‘디어 오션(Dear Ocean)’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요.

전시를 처음 준비할 땐 타이틀이 ‘와이진 수중사진전’이었어요. 전시 작품 선정을 위해 바다와 물을 소재로 촬영해온 결과물을 쭉 나열하고 보니 이 모든 사진이 바다와의 추억이더라고요. 10년 가까이 작업을 이어오면서 나 참 잘 버텼구나, 하는 위안도 들고요. 사진 안에는 바다와 함께 교감하고 서로 사랑해온 시간, 바다 때문에 힘들었던 추억이 모두 담겨 있어요. 마치 연애를 하듯이요. 그 시간을 되짚어 보니 모든 사진이 제가 바다에 쓰는 러브레터의 한 대목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러브레터 첫 머리를 써내려 가는 마음을 담아 ‘디어 오션’으로 전시 타이틀을 바꿨죠. 액자를 걸기 바로 직전에요.




 디어 오션으로 시작하는 와이진의 러브레터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까요?

수중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찾았던 바다를 시간이 지나고 다시 방문한 적이 있어요. 테니스장만한 크기로 무리 지어 다니던 물고기들이 목욕탕 만한 사이즈가 됐더라고요. 제 스튜디오인 바다가 많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로 ‘남기는 건 버블만, 가져오는 건 사진만’이라는 철칙을 세웠어요. 바다는 제 스튜디오지만 바다에게 저는 잠시 공간을 빌려 쓰는 손님이니까요. 전시를 통해 전해질 러브레터 안에는 바다와 제 이야기를 넘어 이런 환경적인 부분까지 전달됐으면 해요.  





수중사진은 일반적인 사진과 촬영 환경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사진을 흔히 빛의 예술이라고 하죠. 바다는 1m 간격으로 빛이 사라져요. 1m 내려가면 빨간색이 사라지고, 2m 내려가면 주황색이 사라지는 식으로 색을 하나씩 잃어가죠. 10m 정도 내려가면 시야에는 회색과 블루만 남아요. 조명이나 태양광을 활용할 각도를 찾아야 색을 살릴 수 있죠. 수중에선 사진가와 피사체 사이에 물이 가득 차있어요. 사진가가 조명을 치면 젤리처럼 뭉쳐서 흐르던 물이 전부 빛에 반응해요. 일반 스튜디오에서는 빛이 어디에 닿는다는 확신이 있지만 수중에선 빛이 피사체에 닿을지조차 예측할 수 없죠. 8년 가까이 촬영하다 보니 제가 이만큼 움직이면 빛을 몇 퍼센트 더 넣을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지역의 기상 상태나 시간에 따라 수중에 비치는 태양빛을 활용하는 노하우도 생기고요.





사진은 컷 수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촬영을 많이 해본 사람만이 아는 노하우네요.

사진은 컷 수에 비례한다는 표현은 맞는 말이지만 그렇지 않기도 해요. 공기통의 정량, 인간이 버틸 수 있는 감압 시간 등 한계가 있다 보니 컷 수를 아껴야 하죠. 모델은 10초에서 30초 정도 촬영하고 물 위로 올라가는 상황을 반복해요. 더군다나 물고기는 페이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타협점이 없어요. 사진가는 초 단위로 바뀌는 상황을 예측하면서 피사체와 스태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되 팀원들 위치까지 파악해 셔터를 눌러야 해요. 물 속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셔터를 남발할 수도 없고요. 컷 수를 최대한 절제해서 결정적 순간만 캐치하는 게 수중사진가의 역량이죠.





변수가 많은 바다에서 모델, 스태프와의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물 속에서 마스크 없이 눈을 뜨면 눈 코 입의 형태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꿈처럼 느껴져요. 모델은 조명 빛으로 사진가 위치를 파악하죠. “시야가 너무 밝아지면 카메라에 가까이 온 거야. 조명이 움직이면 내가 움직이는 거니까 당황하지마” 등 사전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요. 물 속에서 약속된 수신호나 몸짓을 주고 받으며 스태프와 서로 감을 찾아가는 연습도 하죠. 모델을 케어하는 레스큐 요원은 모델 호흡이 다하면 물 위로 올리거나 호흡기를 물리는 역할을 해요. 사진가가 모델에게 할 말이 있으면 마스크를 씌워 신호를 주고 받도록 도와주죠. 수중사진은 모델과 저만의 작업이 아닌 팀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에요. 항상 같은 스태프들과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수중사진과 가야금 소리가 의외로 잘 어울려요.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진행했더라고요.
사진작가가 추구하는 메시지 전달에 있어 사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전시를 찾은 사람이 청각, 시각, 촉각까지 활용해 바다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체험했으면 했죠. 콜라보를 진행한 작가는 8-9년 이상 함께 작업한 분들이에요. 액자에 걸리는 사진을 제외하고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 어떤 아웃소싱이 나올 수 없어요. 제 사진과 영상에 주보라 씨의 가야금 소리가 어우러진다거나 강숙 작가의 캘리그래피가 얹어 지면 비로소 우리가 함께 전하려던 바다 이야기가 완성되죠. 서로 영감을 주고 받으며 내는 시너지로 많은 사람이 바다를 사랑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도 좋지만 물 속 해녀를 촬영한 <해피 해녀 프로젝트> 작품이 특히 인상적이에요. 프로젝트명에 ‘해피’를 붙인 이유가 있나요?

흔히 해녀 팔자가 기구하다고 하잖아요. 제가 처음 본 해녀의 모습은 달랐어요. 다섯 시간 동안 물질을 하고 나와서도 60kg가 넘는 태왁을 멜 때를 제외하곤 웃음이 끊이질 않더라고요. 해녀도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인데 해녀 관련 사진집은 고되고 힘든 모습을 담은 무채색 사진이 전부였어요. 제 해녀 사진집에 컬러풀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사진만 사용했던 이유도 편견에 가려진 행복한 해녀들의 삶을 담고 싶어서 였어요. 해피 해녀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행복한 해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의미죠.  





해녀를 촬영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엔 서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해녀들은 제가 왜 무거운 스쿠버 장비까지 착용하고 자신을 찍으려고 하는지 이해 못했죠. 저도 억센 제주사투리를 못 알아들어 상처받은 적이 많아요. 그들의 삶에는 필요 없는 일을 나 좋자고 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김재연 해녀의 감사 전화를 받고 해녀분들을 설득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일본 아마가 아닌 한국 해녀의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진심을 전하니 해녀들도 마음을 열어주더라고요. 물론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루즈를 바를 시간 정도는 주겠다는 딜과 함께요. 





해녀 문화는 우리에게도 조금 생소하네요.
일본 아마는 바다의 주인이 있고 고용된 아마가 매달 월급을 받아요. 해녀는 바다의 주인이 없는 대신 공동체를 이루고 그들만의 규칙을 지켜요. 오늘 이쪽 바다에서 물질을 했으면 다음에는 옆 바다로 나가죠. 나이 많은 해녀와 처음 시작하는 해녀는 얕은 물, 20-30대는 먼 바다로 나가요. 그날 채집한 해산물을 한데 모아 각자의 몫을 정확하게 나누죠. 누구 하나 많이 가져가는 사람 없이요. 싱가폴 해양박람회에서 해녀들과 함께 그들의 문화를 알렸어요. 발표가 끝나자 외국인들이 기립박수를 쳤고 해녀들이 제 손을 잡고 우셨어요. 죽기 전에 내가 이렇게 멋있는 여자라는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요.





가슴이 뭉클하셨겠네요.
사실 박수갈채가 처음은 아니었어요. 홀로 해피 해녀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박수를 받는데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박수를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요. 이듬해 남편을 설득해 제 사비로 해녀들과 무대에 올랐어요. 같은 여자로써 한 여자에게 당신의 삶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음에 감사했죠.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누군가에게 메시지와 감동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앞으로 그려나갈 와이진의 수중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이지 않을까요. 해피 해녀 프로젝트와 파인 아트 작업을 병행하면서 수중 생태계 보호를 위한 촬영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곧 있을 샤크 촬영도 사크 보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예요. 사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인어 시리즈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에 불과해요. 우리가 흔히 아는 동화 속 이야기를 수중에서 재현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죠. 곧 새로운 동화 시리즈로 찾아뵐게요.



PROFILE  



와이진(Y.Zin) 


2017년 미국브랜드 'SCUBAPRO' 브랜드 앰버서더 선정 (아시아지역 대표)

2017년 (ADEX) 싱가폴 다이브 엑스포 2017 초청 강연 (제주 해녀 사진전시 및 강연)

2016년 문화체육부장관 양성평등문화상_신진 여성 문화인상 수상

2015년 세계 최초 여성 사이드마운트 트라이믹스 101m 잠수성공 (월드레코드, 2월)

2014년 SHARK SAVERS KOREA Leader 공식 임명(4월)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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