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찬, 흐르는 시간을 담아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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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을 담아내는 일

풍경 사진가 김승찬

시간은 앞으로만 흐른다. 이미 흘러버린 시간은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고,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겨진다. 사람들은 이 기억이 시간처럼 흘러가버리지 않도록 붙잡아 두기 위해 종종 펜과 카메라를 든다. 풍경 사진가 김승찬이 선택한 도구는 카메라다. 그는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은 장면을 만나면 그 장소에 오래도록 머무르며 사진으로 기록한다. 김승찬이 기억을 기록하는 방식은 시간의 흐름을 담는 장노출 사진이 주를 이룬다. 장노출 사진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두 눈으로 보지 못하는 상상을 현실로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상상 속에는 어떤 시간이 흐르고 있을까. 김승찬을 만나 그의 사진 작업과 카메라에 대해 들었다.




Canon EOS 5D Mark IV / EF 100-400mm f/4.5-5.6L IS II USM / 초점 거리 188mm / (F11.0, 0.5초) / ISO 100 

홍콩 야시장. 밤에 더욱 빛나는 곳 이다.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음식. 재료 본연의 맛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이 있는 반면 때에 따라 다양한 조미료가 더해져 맛있어지는 음식이 있다. 사진은 카메라 세팅, 필터와 같은 각종 액세서리, 보정 방법에 따라 저마다 다른 맛을 낸다. 사진가는 맛있는 사진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요리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항상 새로운 재료와 레시피로 요리에 도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Canon EOS 5D Mark IV / EF 24-70mm f/2.8L II USM / 초점 거리 24mm / (F13.0, 1/20초) / ISO 100

▲ 홍콩 상징과도 같은 빨간 택시를 패닝 샷으로 담았다. 이 한 장을 위해 수많은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있다.


김승찬은 풍경 사진 안에서 시간을 멈춰 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담아내기도 한다.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기록하는 사진가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가 놓치는 아름다운 장면이 많다. 그 순간 순간을 찾아내고 사람들과 공유하며 살고 싶다. 화려하고 멋진 사진도 좋지만, 평범하더라도 내가 사진을 촬영한 의도가 오롯이 전달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번쯤 의미를 생각해보게 해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때가 가장 기쁘다.




SONY α7R III / SIGMA MC-11 + Canon EF 100-400mm f/4.5-5.6L IS II USM / 초점 거리 263mm / (F29.0, 3.2초) / ISO 160

▲ 대구 서문시장의 명절. 1년 중 사람이 가장 붐비는 날이었지 싶다. 북적북적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을 표현해봤다.


사진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장면을 포착하기보다 한 풍경을 면밀히 살피고 오래도록 기록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사진의 다음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진을 담기 위해 촬영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이미지를 카메라와 렌즈를 통해 이미지화시켰을 때 성취감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때문에 다양한 화각을 활용해 여러 장면을 담는 일보다 한 프레임 안에서 빛 방향을 읽고 마음에 드는 한 장을 얻기 위해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다.




Canon EOS 5D Mark IV / EF 100-400mm f/4.5-5.6L IS II USM / 초점 거리 100mm / (F18.0, 20초) / ISO 100

 서울역 앞 서울로 위에서 경복궁을 바라본 시선이다. 도로를 가득 채운 버스와 자동차로 도로에 색칠 놀이를 해봤다.


유독 느린 셔터 속도로 촬영한 사진이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특별하지 않은 사진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장노출 사진이 조금 더 특별할 뿐이다. 주변에서 쉽게 마주하는 사소한 일상이 느린 셔터 속도를 만나면 새로운 세상으로 표현된다. 촬영 세팅에 따라 일상을 분주하게 만들거나 때로는 고요하게 만들 수도 있다. 장노출 사진은 항상 상상력을 자극한다. 움직이는 빛이나 피사체와 정지된 풍경의 조화를 생각해 머릿속에 결과물을 미리 상상하고 의도에 맞게 카메라를 세팅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궤적이 만들어지고 그 궤적이 사진의 일부가 됐을 때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느린 셔터 속도로 담은 사진을 좋아한다.




Canon EOS-1D X / TAMRON SP 150-600mm F/5-6.3 Di VC USD A011 / 초점 거리 213mm / (F8.0, 1/400초) / ISO 250

▲ 달나라로 가는 케이블카. 여수 해양공원에서 바다를 가르는 케이블카를 낮달과 함께 담았다.


머릿속에 그려 놓은 풍경과 같은 장면을 매번 마주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촬영 장소를 선정하고 사진 한 장이 나오기까지 풍경 사진가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

매번 원하는 장면을 얻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날씨 예보를 체크하고 출사지에 가지만 성공하는 날보단 실패하는 날이 더 많다. 특히 나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은 촬영 시간이 주말밖에 허락되지 않는다. 정말 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출근 전 잠시 다녀올 수 있는 거리로만 간다.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촬영을 할 때마다 좋은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단지 그 장소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Canon EOS 5D Mark IV / EF 100-400mm f/4.5-5.6L IS II USM / 초점 거리 227mm / (F7.1, 0.5초) / ISO 160

▲ 홍콩의 어느 거리. 사랑하는 이와 낭만적인 키스를 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차가 지나가는 동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마주한 수많은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그 순간을 왜 사진으로 남기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홍콩 여행 중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들었을 때 내 프레임 안으로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이 들어왔다. 그들은 도로 위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키스를 했다. 궤적이 생길 정도의 느린 셔터 속도로 촬영했으나 커플에게 사랑의 힘이 작용한 듯 그들은 한치의 미동도 없었다. 그동안 촬영했던 풍경 사진 중 가장 낭만적인 순간으로 기억한다.




Canon EOS 5D Mark IV / EF 100-400mm f/4.5-5.6L IS II USM / 초점 거리 117mm / (F11.0, 10초) / ISO 100

 서울역에서 바라본 버스정류장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차량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풍경 사진을 촬영할 때 카메라가 가진 성능이나 기능 중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여러 카메라를 거쳐 현재 소니 α7R III를 사용하고 있다. 이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고화소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연사 속도, 마지막은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다. α7R III는 약 4,240만 화소로 최대 해상도가 7,952 x 5304다. 사진 한 장으로도 대형 인화가 가능하며 트리밍이나 크로핑에서도 자유롭다. 이 카메라는 고화소 바디임에도 불구하고 연속 촬영을 최대 10fps까지 지원한다. 


또 이미지 처리 속도가 빨라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다양한 환경에서 쾌적하게 촬영할 수 있다. α7R III가 가진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 덕분에 다룰 수 있는 빛 범위가 크다. 물론 프레임 안 암부와 명부 노출 차이가 지나치게 크면 노출이 각기 다른 사진을 여러 장 촬영해 브라켓팅을 하거나 그라데이션 필터를 사용한다. 다만 이 카메라를 사용하고부터는 후보정 폭이 넓어져 사진 촬영에서도 편의성이 늘어났으며 촬영에서 실패할 확률이 많이 줄었다.




SONY α7R III / SIGMA MC-11 + Canon EF 100-400mm f/4.5-5.6L IS II USM / 초점 거리 300mm / (F9.0, 1/500초) / ISO 500

▲ 제주도 공항 근처 도로. 이곳에 오래 머물면서 빠른 셔터 속도로 다양한 항공사 비행기의 착륙 모습을 촬영했다


주로 어떤 렌즈를 사용해, 피사체와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촬영하는 편인가?

촬영지 주변 환경이나 담고자 하는 피사체에 따라서 렌즈 선택이 달라지지만 광각렌즈보다는 망원렌즈를 주로 사용한다. 광각렌즈를 활용해 광범위하게 많은 요소를 담은 사진보다 70mm 이상 망원렌즈를 사용해 프레임 안에 강조하고 싶은 주제를 위치시키고 그 주제를 강조할 수 있는 부 주제를 넣어 주제가 더욱 집중될 수 있는 사진을 촬영하는 일을 선호한다.




SONY α7R III / SIGMA MC-11 + Canon EF 100-400mm f/4.5-5.6L IS II USM / 초점거리 227mm / (F10.0, 8초) / ISO 100

 여수 첨산에서 바라본 화려한 공단 모습. 공단 불빛을 렌즈가 가진 특유의 빛망울로 표현했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이어갈 예정인지 궁금하다.

고향이 여수다. 낭만이 흐르는 바다와 불빛, 잔잔한 매력을 가진 여수를 나만의 시선으로 담아보는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Canon EOS 5D Mark IV / EF 100-400mm f/4.5-5.6L IS II USM / 초점 거리 117mm / (F4.5, 0.6초) / ISO 200

 홍콩의 어느 횡단보도. 움직이는 사람들이 한 곳에 가장 오래 머무 는 신체는 지면에 닿는 발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사진을 진심으로 즐기고 그것으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사는,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시선을가진 사진가로 기억해주면 좋겠다. 내겐 바쁜 일상과 쌓인 업무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고 힐링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카메라를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PROFILE


김승찬 Kim Seungchan


사진을 찍고 다양한 사진을 감상하는 일이 취미인 평범한 직장인이다. 사진이 그저 좋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취미 사진가들을 응원한다.


• 인스타그램 @shine_photostory




• 사용장비 


SONY α7R III

풍경 사진가 김승찬이 현재 소니 α7R III를 사용하는 이유는 고화소, 연속 촬영 속도,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다. 그는 “폭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로 후보정 폭이 넓어져 사진 촬영에서도 편의성이 늘어났으며 촬영에서 실패할 확률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EF 100-400mm f/4.5-5.6L IS II USM

풍경 사진가 김승찬은 평소 광각렌즈보다는 망원렌즈를 주로 활용한다. 광범위하게 많은 요소를 담은 사진보다 프레임 안에 강조하고 싶은 주제를 위치 시키고 그 주제를 강조할 수 있는 부 주제를 넣어 주제가 더욱 집중될 수 있는 사진 촬영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탐나는사진가들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꾸준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젊은 사진가에게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디카톡의 사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디카톡은 사진 및 디지털카메라 관련 월간지 <디지털카메라매거진> 한국판에 매달 젊은 사진가 1명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연재 인터뷰를 게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사진가의 작업을 세상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젊은 사진가가 환경적 제약 없이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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