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그 무렵 내가 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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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내가 있던 순간

여행 사진가 이재민(소노코로)

익숙한 듯 낯선 공간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오가는 것처럼 묘한 긴장감을 준다. 얼마 전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는 외관부터 내부, 정갈한 복장을 한 사장님까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떠오르게 했다. 카페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어딘가 있을 법한 세계로 상상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곳에서 소노코로 사진집 <DOOR BOOK>을 만났다.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로운 가게를 만나면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기분이 듭니다’라는 글 뒤에 이어지는 익숙한 듯 낯선 가게 외관 사진들. 낯선 가게에 앉아 있는 나를 상상하다가 문득 소노코로가 담은 사진들 속에는 어떤 이의 시간과 공간이 담겨 있을까 궁금해졌다.




SONY α7 II / Zeiss Sonnar T* FE 55mm F1.8 ZA / (F1.8, 1/200초) / ISO 100  

▲ 도쿄의 골목길.


소노코로(sonokoro)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일본어로 그맘때, 그 무렵이라는 뜻이다. 그 무렵 내가 있던 순간을 사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SONY α7 II / Zeiss Vario Tessar T* FE 24-70mm F4 ZA OSS / 초점 거리 58mm / (F4.0, 1/160초) / ISO 100 

▲ 따뜻한 겨울, 교토.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여정이다. 인생이라는 여행은 때로는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맛보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련 또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부분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행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행위가 즐겁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만나는 풍경과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새로운 사건들 자체가 내 인생의 여정이다. 사진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일은 내 여정을 공유하고 인생을 함께 걷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사진이 아닐지라도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SONY α7 II / Zeiss Sonnar T* FE 35mm F2.8 ZA / (F2.2, 1/125초) / ISO 125 

▲ 동화 같은 가게. 도쿄.


소노코로 사진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도 마치 동화 속에서 방금 나온 듯한 풍경으로 묘사하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진을 찍는 사진가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동화라는 표현은 과찬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으며 우연히 지나칠 풍경을 담아두는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를 들면 산책하는 사람이나 누군가 웃고 있는 모습처럼 주위에 항상 있지만 잊고 살았던 무언가 말이다. 그런 부분을 되새기는 일을 좋아한다. 아마도 그래서 동화 속에서 나온 듯한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항상 잊고 살아서 놓치고 있던 부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소하고 소중한 것들을 담으며 느끼는 즐거움이 내 사진에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SONY α7 II / Zeiss Sonnar T* FE 55mm F1.8 ZA / (F11, 1/200초) / ISO 100 

 바닷가 앞 작은 가게. 가마쿠라.


 사진집 <DOOR BOOK>. 소노코로는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로운 가게를 만나면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는 이 사진집을 낸 뒤에도 주인의 섬세한 손길이 깃든 가게를 만나면 크고 작은 부분들에 담긴 주인만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사진으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DOOR BOOK> 사진집을 보면서 일상에서 흔히 볼 법한 가게지만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오래도록 기억될 장면이 됐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의미와 시선이 담긴 작업물들인가?

오래되었지만 튼튼한 나무 문과 세월의 흔적이 깃든 간판, 따뜻한 온기가 배어나는 유리창 앞에 정갈하게 놓인 화분과 자전거.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로운 가게를 만나면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기분이 듭니다.’ 이 문장은 <DOOR BOOK>에 담긴 유일한 글귀다. 큰 간판에서부터 작은 화분까지 크고 작은 부분들을 가게 주인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그들이 표현하고 싶은 외관 속 아이덴티티를 캐치해 그 부분이 부각되게끔 사진을 담았다.




SONY α7 II / Zeiss Sonnar T* FE 55mm F1.8 ZA / (F2.5, 1/200초) / ISO 100 

▲ BLUE. TOKYO.


소노코로 특유의 시선으로 사진을 담기 위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의 일상과 여행 속에는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보이는 작은 디테일이 존재한다. 작은 디테일을 크게 살리는 동시에 보여지는 전체적인 모습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고자 노력한다. 우연히 마주한 풍경을 억지로 아름답게 보이려 왜곡하기보다는 그 자체가 따스하게 느껴지도록 사진을 담고 있다.




 

SONY RX100M5A / 초점 거리 환산 약 24mm / (F2.0, 1/100초) / ISO 125

▲ 가마쿠라 마츠리.


지금까지 마주한 수많은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그 순간을 왜 사진으로 남기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2018년 가을 가마쿠라 축제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좋아하는 도시의 축제 현장이라 들떠있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 속에 로컬 전차 ‘에노덴’이 지나가자 어디선가 아이들이 뛰어와 기차에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전차 안 사람들도 웃음과 손짓으로 호응해줬다. 그 풍경이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진을 남길 생각도 못한 채 웃으며 지켜봤다. 뒤늦게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냈지만 촬영에 집중을 하지 못해 흔들린 사진을 찍고 말았다. 그럼에도 내가 촬영한 모든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SONY α7 II / Zeiss Sonnar T* FE 55mm F1.8 ZA / (F3.2, 1/1250초) / ISO 100 

 가마쿠라의 아침.


여행 사진을 촬영할 때 카메라가 가진 성능이나 기능 중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여행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멋진 풍경을 만나곤 한다. 버튼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촬영 준비에 속도를 부여한다. 또한 SONY α7 시리즈의 뛰어난 AF 성능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을 수 있게 해준다. 빠르게 지나가는 기차, 갑자기 나타난 골목의 자전거 등 기민하게 촬영해야 하는 순간에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α7 Ⅲ로 카메라를 바꿀 예정인데 Eye-AF 기능이 아주 기대된다. 평소에 많이 찍지 않는 인물 사진에도 재미가 붙지 않을까. 




SONY A7 II / Zeiss Sonnar T* FE 35mm F2.8 ZA / (F3.5, 1/1250초) / ISO 100 

▲ 후지산으로 가는 길.


주로 어떤 렌즈를 사용해, 피사체와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촬영하는 편인가?

소니 자이스 Sonnar T* FE 55mm F1.8 ZA, Sonnar T* FE 35mm F2.8 ZA를가장 선호한다. 특히 Sonnar T* FE 55mm F1.8 ZA는 밝은 조리개, 높은 선예도를 자랑하는 렌즈인 만큼 어떤 날씨나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인물, 풍경 모두 탁월한 인생렌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실내나 좁은 골목에 위치한 가게를 촬영할 때에는 Sonnar T* FE 35mm F2.8 ZA로 촬영한다. 콤팩트한 사이즈를 가진 렌즈이지만 전혀 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준다. 두 렌즈 모두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다.




SONY A7 II / Zeiss Sonnar T* FE 55mm F1.8 ZA / (F2.5, 1/3200초) / ISO 100 

 가마쿠라.


앞으로 어떤 작업을 이어갈 예정인지 궁금하다.

지금껏 좋아하는 것들을 담기 위해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동안 촬영한 사진을 중심으로 가이드북 혹은 웹 페이지를 통해 다른 이의 여행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또한 외관 사진 모음집 <DOOR BOOK>에 이어 가장 좋아하는 도시 가마쿠라 사진으로 사진집을 제작하고 싶다. 지금껏 짧지 않은 시간을 카메라와 함께 했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을 통해 더욱 발전하는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SONY α7 II / Zeiss Sonnar T* FE 55mm F1.8 ZA / (F8.0, 1/100초) / ISO 100 

 황금빛 바다, 가마쿠라.


마지막 질문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 나는 사진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는다.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을 보고 ‘한번쯤은 이 곳에 가보고 싶다’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싶다. 여행의 설렘을 전하는 일이 사진가로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PROFILE


이재민 sonokoro


사소하고 소중한 것들을 담으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진가.


• 인스타그램 @sonokoro




• 사용장비 


SONY α7R II

소노코로는 일상과 여행의 어느 순간을 기민하게 포착하는 사진을 주로 찍는다. 촬영 스타일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버튼과 다이얼, 빠른 AF는 그가 소니 α 7 시리즈를 사용하는 이유다.


Zeiss Sonnar T* FE 35mm F2.8 ZA

Zeiss Sonnar T* FE 55mm F1.8 ZA

소노코로는 평소 인물과 풍경에 두루 사용하기 좋은 자이스 Sonnar T* FE 55mm F1.8 ZA를 주로 사용한다. <DOOR BOOK>에 수록한 사진처럼 좁은 골목에서 가게 외관을 담아낼 때는 조금 더 화각이 넓은 자이스 Sonnar T* FE 35mm F2.8 ZA를 선호한다.

 



탐나는사진가들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꾸준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젊은 사진가에게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디카톡의 사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디카톡은 사진 및 디지털카메라 관련 월간지 <디지털카메라매거진> 한국판에 매달 젊은 사진가 1명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연재 인터뷰를 게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사진가의 작업을 세상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젊은 사진가가 환경적 제약 없이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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