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사진이 아닌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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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아닌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

사진가 김태형

기억은 이미지의 형태로 흐른다. 명확한 날짜나 장소의 이름, 주고 받았던 대화가 모두 떠오르지 않더라도 이미지는 어렴풋이나마 머릿속에 남겨진다. 물건을 살 때도 그렇다. 하루를 살아가며 오프라인에서 봤던 수많은 이미지와 SNS 피드를 내리며 마주한 사진을 통해 제품은 머릿속에 남겨지고, 그것을 필요로 하게 된 어느 순간 머릿속은 유레카를 외치며 이미지의 형태로 기억을 꺼내놓는다. 


제품을 구입하고자 할 때면 어김없이 마주하는 제품 이미지는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완성될까? 클라이언트와 의견을 조율해 콘셉트가 정해지면 직접 제품에 어울리는 소품까지 제작해 작업을 진행하는 사진가 김태형을 만나 제품 이미지 사진과 촬영 환경, 카메라에 대해 물었다.





Canon EOS 5D Mark IV / EF 24-70mm f/4L IS USM / 초점 거리 70mm / (F16, 1/10초) / ISO 250 

▲ 투명하고 깨끗한 분위기에 잘 맞는 콘셉트 연출을 위해 소품으로 아크릴 구슬과 투명 큐브를 배치했다. 제품과 소품이 모두 선명하게 표현되도록 조리개를 조여서 촬영했다.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노력. 지금까지 작업은 별 다른 뜻 없이 노력 그 자체였다. 남들과 다른 경로로 일을 시작해 이 일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처럼 끊임없이 투자하고 공부하며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한 것은 아니다. (웃음).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노력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지금까지 즐거웠던 모든 작업처럼 앞으로도 즐겁게 쭉 이 일을 하고 싶다.





Canon EOS 5D Mark IV / EF 24-70mm f/4L IS USM / 초점 거리 59mm / (F13, 1/160초) / ISO 100 

▲ 제품 세트컷 촬영. 많은 종류의 제품을 카탈로그 출력을 위해 세로로 작업해야 했다. 큐브 박스로 단차를 준 뒤 제품 성분을 주변에 배치하고 촬영 제품과 성분 소품이 모두 잘 보이도록 구도를 위쪽에서 잡았다.


사진에도 많은 분야가 있다. 제품 사진이라는 분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인물 사진, 풍경 사진 등 다른 분야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분야들은 날씨, 모델, 로케이션 등 촬영 시 어쩔 수 없이 개인의 힘으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반면 제품 사진은 배경, 조명, 소품 등 사진가가 전부 컨트롤 가능한 환경에서 사진가가 온전히 공들인 이미지를 만든다. 이 점이 참 매력적이다.





Canon EOS 5D Mark IV / EF 24-70mm f/4L IS USM / 초점 거리 70mm / (F16, 1/10초) / ISO 250 

▲ 가장 좋아하는 사진. 별다른 콘셉트 없이 제품 재질과 내용물이 워터리한 제형인 점, 빛이 투과했을 때 그림자가 아름답게 나오는 점을 강조해 촬영했다. 제품 내용물이 비친 그림 자가 길게 나오도록 연출하려고 위쪽 조명을 최대한 아래로 내려 세팅했다.


SNS 피드에서 작업물을 볼 때마다 종종 구매 욕구가 상승한다. 그만큼 제품 특징을 잘 살려 소비자 마음까지 캐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유의 시선으로 사진을 담기 위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이미지 한 장 안에서 제품에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성분이 들어있으며,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표현할 수 있을까. 제품 색상과 어울리는 배경색은 무엇이고 오브제는 무엇을 선택해야 잘 어울릴까. 제품 특성상 어떻게 조명을 세팅해야 아름답게 나올까. 제품 이미지 한 장을 촬영하기까지 고민되는 부분이 참 많다. 다만 제품 사진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이미지를 촬영하는 일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부분과 내가 원하는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조화시킬까 하는 점이 늘 가장 큰 고민이다.





Canon EOS 5D Mark IV / EF 24-70mm f/4L IS USM / 초점 거리 66mm / (F11, 1/15초) / ISO 250

 부드러운 마스카라의 특징을 살리고 제품이 코랄색인 점을 참고해 제품 색상보다 밝은 분 홍 실크천을 배경으로 택했다. 자연스러운 주름을 만들어 부드러움을 표현했다. 주름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아래쪽에서 조명을 준 뒤 탑뷰로 촬영해 명암을 살렸다.


제품 이미지 촬영은 촬영 스킬만큼 시안을 구상하고 제품을 배열하는 디렉팅 능력도 중요할 것 같다. 매번 다른 느낌으로 연출하기 위해 평소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거의 모든 생활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식당에 가거나 거리를 걸을 때, 흐린 날과 맑은 날에 관계 없이 어떤 물체가 빛을 받으면 어떤 그림자가 나오고, 또 다른 물체는 어떤 빛을 내는지 세심하게 관찰한다. 촬영에 대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처음 구상할 때 어느 정도 방향성이 정해진다. 이후 현장에서 클라이언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전에 촬영했던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가 나오기도 한다. 제품 이미지는 촬영을 하는 사진가와 제품에 대한 애정을 가진 클라이언트가 함께 작업하며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는 작업이기도 하다.





Canon EOS 5D Mark IV / EF 100mm f/2.8L Macro IS USM / (F20, 1/200초) / ISO 500

▲  한 번에 깔끔하게 닦이는 클렌징 워터 특징을 살려 직관적인 물 촬영을 진행했다. 잔잔한 물결을 주기보다는 최대한 깔끔한 분위기가 연출되도록 제품 위쪽 반 정도만 물에 잠기게 했다.


클라이언트와 콘셉트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의견을 주고 받는가? 이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촬영 의뢰 시 어느 정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콘셉트를 제안한다. 이후 제품의 형태와 재질에 따라 콘셉트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다. 그 과정에서 들어가야 할 오브제나 배경을 정하고 질감은 어떻게 나타내야 할지, 이미지 한 장에 들어가야 할 스토리를 풀어내기 위해 많은 의견이 오간다. 어느 과정도 쉬운 건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의뢰 받은 내용 이상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뿐 아니라 무엇하나 고민 없이 쉽게 가는 부분이 없다.





Canon EOS 5D Mark IV / EF 100mm f/2.8L Macro IS USM / (F10, 1/125초) / ISO 1600

▲ 젤 네일 스티커의 내추럴한 제품 콘셉트에 부드러운 느낌을 더하고자 천 배경을 활용했다. 조명을 자연광처럼 세팅하기 위해 텅스텐 조명을 사용하고 고보를 덧대 촬영했다.


조금은 사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만약 매달 종이책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카메라매거진 촬영 의뢰가 들어온다면 어떤 이미지가 탄생할까?

만약 디지털카메라매거진을 촬영한다면 카메라 필수 액세서리처럼 없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을 살려 촬영할 것 같다. 매거진뿐 아니라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도 다양한 기사를 자주 읽어보는데 카메라의 기능적인 부분이나 주변 액세서리까지 좋은 정보들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이런 점을 살려 ‘없어서는 안 될’이라는 콘셉트로 살리고 싶다.





Canon EOS 5D Mark IV / EF 100mm f/2.8L Macro IS USM / (F5.6, 1/40초) / ISO 100

 깨끗한 피부를 만드는 진정 크림 촬영. 투명한 구체 소품들이 자연스럽게 뭉개지는 동시에 제품에 포커싱되는 효과를 주기 위해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해 촬영했다.


빛, 패턴, 질감 등 여러 요소를 활용해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하는 이미지 연출을 위한 소품을 찾을 수 없는 경우 직접 제작하기도 하는가?

사실 생각보다 직접 제작해 촬영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시중에 나와 있는 소품을 활용하는 편이 가장 좋지만 색상에 맞춰 소품을 구해야 하거나 크기에 맞춰 제품을 올려 놓는 단이 필요할 경우 원하는 형태로 주문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각 분야에는 모두 전문가가 있다. 모든 일은 혼자 완벽하게 해내면 좋겠지만 그 시간을 줄여서 본래 중요한 촬영 부분에 힘을 쏟는 편이다. 





Canon EOS 5D Mark IV / EF 24-70mm f/4L IS USM / 초점 거리 70mm / (F9, 1/25초) / ISO 250 

▲ 같은 성분을 가진 제품 라인업 촬영. 빛나고 위엄 있는 분위기 연출을 위해 조명을 제품 양 옆과 뒤쪽에 세팅하고 카메라를 아래로 내려 위로 올려다 보는 구도로 촬영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작업 중 가장 까다로웠던 제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2018년도에 촬영했던 여성 용품 촬영이 가장 어려웠다. 까다롭다기보다 남자로서 생소한 제품이다 보니 제품 형태부터 제품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촬영 콘셉트를 잡아 촬영해야 할까 의뢰 단계부터 고민이 많았던 작업이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당시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통해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제품 특성상 과학적인 기술이 들어가고 센서가 포함돼 있어 과학 연구소, 실험실로 콘셉트를 잡아 촬영을 잘 마무리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어려웠던 제품 중 하나다.





Canon EOS 5D Mark IV / SP 70-200mm F2.8 Di VC USD G2 / 초점 거리 144mm / (F9, 1/125초) / ISO 2000 

 한여름의 오후, 석양이 지기 전 느낌을 내기 위해 그림자가 강하게 지는 텅스템 조명을 사용했다. 색감과 부드러운 톤 연출은 캡쳐원 프로그램으로 후보정을 통해 연출했다.


제품 이미지 사진을 촬영할 때 카메라가 가진 성능이나 기능 중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현재 캐논 EOS 5D Mark IV를 사용하고 있다. 제품 이미지를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화소와 렌즈의 다양성 때문에 이 카메라를 사용 중이다. 전에 사용하던 EOS 6D 라인은 삼각대 거치 후 AF 포인트 범위가 부족해 수동으로 맞추거나 카메라를 돌려서 촬영했지만 EOS 5D Mark IV는 넓은 AF 범위와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아내는 AF 성능 덕분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스톱 모션 촬영, 물줄기의 순간을 포착하는 촬영 등에서 빠른 연사 속도 덕분에 여러번 시도해야 할 촬영도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다른 브랜드가 크게 앞서나가지 않는 이상 당분간 카메라를 바꿀 일은 없을 정도다. (웃음).




주로 어떤 렌즈를 사용해, 피사체와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촬영하는 편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마다 가까이서, 아래서, 위에서 등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기 때문에 무엇이 주력 렌즈다 할 것 없이 여러 화각 렌즈와 TS 렌즈 등 다양한 제품을 활용해 촬영한다. 그 중 멀리서 촬영하거나 접사를 촬영할 때도 사용 가능한 매크로렌즈 EF 100mm f/2.8L Macro IS USM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Canon EOS 5D Mark IV / EF 24-70mm f/4L IS USM / 초점 거리 70mm / (F16, 1/125초) / ISO 250 

 수분, 진정이라는 콘셉트와 잘 맞고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물방울과 같은 다양한 오브제를 배치했다. 전체적으로 색감이 조화로운 느낌이 들도록 과일, 꽃을 배치해 적당하게 시선을 분산시켰다.


마지막 질문이다. 사람들에게 어떤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한 번 보고 지나치는 제품 사진이 아닌, 오래 오래 시선을 끌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 유명한 제품 사진을 찍어서 유명한 사진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찍어서 제품이 유명해질 수 있는 그런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다.




PROFILE



김태형 Kim Taehyoung


오늘 하루도 커피로 버티며 부귀 영화를 꿈꾸지만 촬영으로 지하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진가.


• 홈페이지 www.studio280.net

• 인스타그램 @taehyoung_king
 



탐나는사진가들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꾸준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젊은 사진가에게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디카톡의 사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디카톡은 사진 및 디지털카메라 관련 월간지 <디지털카메라매거진> 한국판에 매달 젊은 사진가 1명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연재 인터뷰를 게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사진가의 작업을 세상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젊은 사진가가 환경적 제약 없이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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