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사진가 구의진, 삶을 예술로, 예술을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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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예술로, 예술을 삶으로

건축 사진가 구의진

사진가 구의진은 건축 사진을 주로 촬영하지만 ‘건축 사진가’라고 표현하면 그가 하는 작업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는 건축디자인과 공간디자인을 전공하고 건축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자유롭게 느껴진다. 단단해 보이는 건축물의 모습이 표상이라면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은 어쩌면 그 건축물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직접 건축물을 짓고 그 안을 디자인하는 과정을 공부했기에 그 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온기와 그러한 건축물이 모여 만드는 도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사실을 다양한 작업으로 표현하는 일에 힘쓴다. 그래서 그는 건축 사진가라기 보다는 예술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SONY A7 II / FE 16-35mm F4 ZA OSS / 21mm / (F22, 1/13초) / ISO 100 

▲ <구의 도시, 흑백사진> 렌즈는 구도심을 향하고 있지만 결국 시선의 끝은 거울에 비친 신도심에 가 닿는다.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다양성’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상업 건축 사진을 다루면서 동시에 건축적 시각예술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연재했던 <구의 도시> 연작에서는 구도심 기록을 진행했고 <건축조각수집>작업을 통해서는 건축물의 다양한 조형성을 수집하고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정녕 : 스테인드글라스 연작>이라는 작업으로 건축의 미시적 요소인 ‘창’을 다루는 작업을 진행했다.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뽑은 이유는 건축이라는 소재와 다양한 주제를 엮는, 지금까지 흔히 시도하지 않았던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종교, 관계, 도시 등 건축이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재료로 사진 작업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SONY A7 II / FE 24-240mm F3.5-6.3 OSS / 136mm / (F6.3, 1/160초) / ISO 250

▲ <건축조각수집, 건축물 측면사진> 서울시청 앞 더 플라자 호텔의 조형적 순간을 망원렌즈로 포착했다. 


사진에도 많은 분야가 있다. 건축 사진이라는 분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건축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표정에 매력을 느꼈다. 정물로 보면 굉장히 정적인 피사체로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다양한 삶을 품은 터전이기도 하다는 점이 그렇다. 보통 살아있는 유기체가 내뿜는 생동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익숙하게 인식하는 반면 우리를 둘러싼 건축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삭막한 편이다. 건축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간이나 계절 혹은 우리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항상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SONY A7R III / FE 12-24mm F4 G / 22mm / (F8, 1/2.5초) / ISO 100

▲ <실내사진> SYA 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한 도서관, 실내촬영시 주로 사용하는 SONY FE 12-24mm F4 G 렌즈를 사용해 촬영했다.


건축 사진은 여타 사진과 구별된 특별한 언어가 있는 것 같다. 건축 사진을 촬영할 때 지켜야 하는 규칙 같은 것이 있는가?

상업 건축 사진의 경우 건물 주변 환경이나 공간 구성, 시공의 디테일 등 의뢰인의 요구사항에 맞는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통용되어야 하는 규칙이 있다. 최대한 현장감이 잘 전달되면서 공간이 왜곡되지 않도록 수평, 수직의 조절과 화이트 밸런스 설정이 까다롭게 적용된다. 촬영하는 카메라 시선의 높이 설정 또한 다른 사진 장르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다. 카메라는 고정된 시선으로 장면을 담기 때문에 공간을 바라보는 화각과 높이가 주는 느낌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과 일치하도록 하는 섬세한 조절이 필요하다. 




SONY A7 II / FE 24-240mm F3.5-6.3 OSS / 212mm / (F40, 1/40초) / ISO 100

 <키키민트 달, 아파트> 낮에 뜬 달은 건축물과 한 사진에 담겼을 때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건축 사진 외에 분야를 촬영하기도 했다. 건축 사진가로서 작업과 개인적인 사진은 서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건축적 시각예술의 범주에서 본다면 모두 비슷한 결을 지닌 작업이라 생각한다. 풍경 사진은 건축 사진가로서 항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찍게 되는 것 같다. 다만 개인 작업을 할 때는 어느 정도 획일화된 규칙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다. 상업 사진가로서 정체성이 반영되어서 여전히 구도를 신경 쓰기는 하지만 의뢰인이 없는 개인 작업에서는 주제와 대상의 선정에 있어 좀 더 자유가 있는 편이다. 상업 건축 사진을 찍을 때는 의뢰인의 요구를 세세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개인 작업에서는 촬영자 본인이 스스로 작업의 의뢰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하는 점이 비슷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SONY A7R III / Nikon AF-S NIKKOR 20mm F/1.8G / 20mm / (1/8초) / ISO 100

▲ <키키민트 건축> 도시 건축물의 배치 상황을 좌우 대비시켜 촬영에 임했다.


키키민트 시리즈가 눈에 띈다. 작업을 진행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키키민트 시리즈는 사랑에서 영감을 받았다. 연인을 만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전보다 더욱 다채로워진 내 삶을 색으로 풀었다. 촬영을 하다보면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데 사진을 찍었던 그 순간의 감정을 선물하고자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밤의 달빛과 새벽의 푸르름이 매일 뜨고 지는 붉은 태양빛을 만나 서로를 물들이는 그 순간의 느낌을 연인과 사랑을 상징하는 두 가지 색으로 표현해 키키민트라는 컬러칩을 만들게 됐다.




Nikon COOLPIX A1000 / 16.9mm / (F5, 1/25초) / ISO 400

▲ <정녕 : 스테인드글라스, 전지적 창견 시점> 렌즈 위에 맺힌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다른 카메라로 촬영해 창을 간접적으로 담았다.


다양한 전시와 공모전에 참여했다. 기억에 남는 전시는 무엇인가? 그 때 전시한 작품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울과 경기에서 두 차례 진행한 <전지적 창견시점>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KAP는 2016년에 창단해 지금까지 멤버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건축 사진 창작 집단으로 지금까지 총 다섯 번의 단체전을 진행했는데 이번 전시는 처음으로 기획자와 작가를 외부에서 섭외해 협업한 작업이었다. 건축전공자 외에 예술경영, 영화, 도시공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폭발적이었다. 창을 주제로 건축의 미시적 요소에 접근하는 건축 사진 단체전이었는데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시각이 담긴 건축 사진을 접할 수 있어 감상자로서도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출품한 작업은 <정녕 : 스테인드글라스 연작>으로 종교적 공간의 창을 다룬 사진 연작이다. 건축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창에 투영된 빛을 통해 드러내 신의 존재를 빗대 표현했다. 동료 창작자들과 함께 건축 사진의 외연과 내연을 확장시키는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




SONY A7R III / Nikon AF-S NIKKOR 20mm F/1.8G / 20mm / (F-, 4초) / ISO 100

 <흰 건물 외관사진> 차량 이동이 많은 도심의 건축물은 셔터속도를 늘려 차량 이동의 궤적을 남기기도 한다. 


만약 디지털카메라매거진이 매달 발행하는 매거진을 주제로 촬영을 의뢰한다면 어떠한 이미지가 탄생할까? 

건축 혹은 피사체가 카메라의 일부로 여겨지는 클로즈업 사진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작업 중 카메라 렌즈에 피사체가 반영된 상태를 다른 카메라로 찍은 작업이 있었는데 렌즈가 눈동자라면 마치 동공에 그 물체가 맺힌 듯한 느낌을 준다. 디지털카메라는 현대인의 눈 이기도 하지 않나. ‘전지적 디지털 카메라 시점’의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지금까지 진행한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작업은 무엇이었나? 

성수동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한 건물의 입면 촬영이 가장 까다로웠다. 건물 앞을 가로지르는 전깃줄도 많았고 길 폭도 좁아 화각을 확보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시중의 틸트/시프트 렌즈로는 촬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 틸트/시프트 컨버터를 활용해 소니 A7R III 카메라에 14mm 초점 거리를 가진 렌즈를 장착해 촬영했다. 이 마저 화각이 충분하지 않아 결국 상단과 하단을 분할해 촬영한 후 후보정 작업을 통해 사진을 결합해 성공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SONY A7 II / SAMYANG AF 35mm F2.8 / 35mm / (F2.8, 1/5초) / ISO 100

▲ <한강 풍경사진> 잠실 롯데타워와 주변 풍경의 조화를 담았다. 건축을 넘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건축 사진을 촬영할 때 카메라가 가진 성능이나 기능 중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화질이다. 건축 사진은 디테일, 텍스쳐, 컬러, 분위기 표현이 까다롭고 간혹 색감 보정 뿐 아니라 화면 속 요소를 지우고 새롭게 그리는 수준의 후보정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고화질 원본 사진이 필수로 요구된다. 현재 사용하는 소니 A7R III는 ‘픽셀 시프트 멀티 촬영’이라는 기능을 지원하는데 센서를 픽셀 단위로 움직여 촬영하고 이를 하나로 합성해 이미지 센서의 성능보다 화질이 4~16배 높은 이미지를 생성하기 때문에 더 정교하고 수월한 작업이 가능하다.




건축 사진을 촬영할 때 주로 사용하는 렌즈는 무엇인가? 

공간의 특성과 촬영의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렌즈가 상이하기 때문에 렌즈 하나를 꼽기가 어렵다. 실내 공간 촬영에는 소니 FE 12-24mm F4 G 렌즈를 사용하고 건물 외관 촬영에는 니콘 AF-S NIKKOR 20mm F/1.8G ED 렌즈를 사용한다. 디테일 클로즈업 촬영 시에는 소니 Sonnar T* FE 55mm F1.8 ZA 렌즈를 주로 사용한다. 


이 중 상업 현장에서 활용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소니의 FE 12-24mm F4 G 렌즈다. 렌즈를 사용할 때는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4mm 구간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좁은 공간에서 한 프레임에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할 때는 12mm 화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실내 촬영을 할 때는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촬영이 대부분이라 촬영 시간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다. 소니 FE 12-24mm F4 G 렌즈는 빠른 촬영에도 용이해 자주 사용한다.




DJI Mavic 2 / 48mm / (F3.8, 1/1000초) / ISO 100

▲ <드론사진> 드론의 활용으로 건물의 입지환경과 전체적인 외관을 표현하는 조감도 뷰의 사진을 담아내기 쉽게 됐다.


촬영 장비의 발전이나 새로운 장비의 도입이 건축 사진에 불러온 변화가 있나? 

다들 공감할 듯 한데 드론의 등장이지 않을까? 드론의 상용화 덕분에 높은 고도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촬영이 가능해졌다. 초기에는 드론 카메라의 촬영 지원 수준이 전문가용으로는 부족했지만 현재 출시되고 있는 드론 카메라의 화질은 필드에서도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 됐다. 크레인과 같은 중장비 섭외 없이도 건축물의 주변 환경과 인근 동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배치도 및 조감도를 쉽게 촬영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SONY A7R III / 14mm / (1/40초) / ISO 100

 <물결건물 외관사진> LKSA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한 건축물, 상단부와 하단부를 분할해 촬영한 후 후보정 작업을 통해 사진을 결합했다.


앞으로 어떠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며 사람들에게 어떠한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삶을 예술로, 예술이 삶이 되도록 사진을 찍는 것이 목표다. 작가로서는 표상적 아름다움을 넘어 개념적 아름다움을 탐구해 나갈 계획이며 이러한 고찰을 일상 속 건축과 공간이라는 피사체에 담아 표현하는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다. 사진은 일종의 기록 도구이자 하나의 취미활동이다. 일기를 꾸준히 쓰면 자연스럽게 지난 날의 추억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자료가 되는 것처럼 사진을 꾸준히 찍어서 생기는 기록이 삶을 사는데 있어 재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가는 “자신 안에 떠도는 어떤 감정이나 느낌을 세상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하루와 그 감정을 글이나 사진, 영상으로 소셜 미디어에 기록하는 이들도 모두 한 명의 예술가와 같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PROFILE


구의진


건축디자인 학부를 졸업한 후 공간디자인 석사과정에 진학. 건축사진가로서 삶 속 공간에 대한 관심과 고찰을 바탕으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인스타그램 @_guuijin




• 사용장비 


SONY A7R Ⅲ

사진가 구의진은 소니 A7R III를 주로 사용한다. ‘픽셀 시프트 멀티 촬영’기능을 활용해 센서의 성능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고화질 이미지를 기록한다고 한다..


SONY FE 12-24mm F4 G

좁은 실내에서 화각이 넓은 초광각 렌즈는 활용도가 높다. 사진가 구의진은 가장 많이 활용하는 렌즈로 소니 FE 12-24mm F4 G를 꼽았다. 촬영 시간에 제약이 있는 인테리어 작업시 빠른 촬영이 용이하다고 한다.

 



탐나는사진가들


자신만의 뚜렷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꾸준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젊은 사진가에게 다양한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디카톡의 사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디카톡은 사진 및 디지털카메라 관련 월간지 <디지털카메라매거진> 한국판에 매달 젊은 사진가 1명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연재 인터뷰를 게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젊은 사진가의 작업을 세상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젊은 사진가가 환경적 제약 없이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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