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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디자이너가 말하는 X 디자인의 모든 것
‘후지필름다운 카메라’라는 고민에 대한 해답.
  • 브랜드 스토리
  • 최고관리자
  •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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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 Story PART 1
X100으로 X 시리즈의 신호탄을 쏘다

‘후지필름다운 카메라’라는 고민에 대한 해답.
"후지필름은 왜 미러리스를 택했을까?"

후지필름 X 시리즈의 역사는 2011년 3월, X100 출시 시점으로부터 시작된다. X100은 당시 후지필름뿐 아니라 카메라 시장 자체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타입의 렌즈 일체형 카메라였다. 현재 후지필름이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X 시리즈 라인업은 X100이 기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약 8년간 이어온 X 시리즈의 진짜 시작점에 대해 말하려면 시대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후지필름이 파인픽스(FinePix)에 집중하던 2008년은 X 시리즈에 대한 구상조차 시작되지 않았을 때다. 당시는 미러리스 시스템이 이제 막 탄생했던 때로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DSLR과 렌즈 일체형 카메라가 주를 이뤘다. 끝없이 성장할 것처럼 보였던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2010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2016년까지 약 6년 동안 극도로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원인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 속도에 있었다. 카메라 브랜드와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미 2009년경부터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축소를 예견했고, 모든 브랜드는 사활을 걸고 대책을 강구했다.


이 과정에서 후지필름은 단순히 작은 크기를 강조하는 콤팩트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 카메라와 영역을 달리하는 DSLR과 미러리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중점을 두기로 방향성을 잡았다. 당시 DSLR은 고성능이지만 바디와 렌즈 무게가 상당했고 기술이 많이 발전한 상태라 차별점을 두기 어려웠다. 반면 미러리스는 구조적으로 DSLR 대비 작고 가벼우며, 당장은 성능적인 면에서 떨어지더라도 후지필름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성장 가능성이 높고 차별점이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후지필름은 이후 고부가가치 제품 중 차별점이 확실한 미러리스로 방향성을 완전히 틀었다.


2011년부터는 ‘후지필름다운 카메라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답은 두 가지였다. 오랫동안 필름 사업으로 축적한 사진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 그리고 영화와 TV 산업에서 축적한 후지논 렌즈의 고화질 기술. 이 두 가지를 기반으로 진정한 플래그십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디자인적으로는 누구나 ‘한 눈에 봐도 좋은 카메라다’라고 느낄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자는 방향성을 잡았다.






1세대 X 시리즈 X100의 탄생 비화
"디지털 시대의 클래식 카메라"

우리는 X 시리즈의 디자인 방향성을 X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X 디자인의 가장 상위에는 카메라가 가진 본질적인 매력을 추구한다는 콘셉트가 있다. 후지필름만의 독자적인 화질을 토대로 조작하는 즐거움과 소유하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는 뚜렷한 지향점을 갖고 1세대 제품인 X100부터 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방향성을 바꾸지 않았다.


X100의 코드 네임은 처음부터 X100이었다. 다만 디자인적으로는 많은 시도가 따랐다. 핵심 포인트는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였다. 이 시기에 후지필름의 ‘하이브리드 뷰파인더’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광학식 뷰파인더와 전자식 뷰파인더의 장점을 결합한 획기적인 뷰파인더로, 카메라 100년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시스템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목을 끌었다. 


하이브리드 뷰파인더가 완성되자 X100의 상품성이 확고해졌다. X100은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서 촬영한다는 점과 사진의 원점에 서서 만들어진 새로운 디지털카메라라는 점이 핵심 포인트였다. 그에 맞춰 디자인적으로도 카메라가 가진 전통성을 반영하고자 했다. 이전까지 등장한 콤팩트 카메라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됐지만 새로운 X 시리즈는 한 가지 디자인에 뿌리를 두고 라인업마다 약간의 차별점을 두자는 의견이 관철됐다. 또한 미러리스 시스템의 특성에 걸맞게 손에 딱 잡히는 적당한 사이즈와 무게감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X 시리즈의 디자인 콘셉트다.





후지필름 디자인센터는 이후 디테일한 구상을 위해 과거 경험을 구체화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사람의 기억 속에 있는 이미지를 구현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카메라를 처음 접했을 때의 경험에 대해 떠올렸다. 현 30-40대는 어린 시절 아버지 방에 있던 캐비닛에 아주 소중하게 모셔져 있던 물건을 카메라에 대한 첫경험이라고 추억하는 이가 많다. “절대로 만지면 안돼!”라는 말에서 어림짐작할 수 있었던 카메라의 가치는 고급스럽고 좋은 물건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이 부분에 대해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이라 판단했고 실제로 후지필름 디자인센터 내에서도 동일한 경험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가 많았다.


우리는 그 시절 카메라의 디자인을 재현한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외관만 보고도 ‘이 카메라는 좋은 카메라야’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는 확신에 찼다. 전통적인 카메라에서 단순히 외관 디자인만 따오는 방식이 아닌 카메라가 가진 본질적인 요소를 추구하는 데 집중했다. X 시리즈가 탄탄한 라인업을 갖춘 지금까지도 후지필름 디자인센터는 전통적인 카메라가 가진 표면적인 디자인은 배제하고 심플한 외관과 높은 품위, 쾌적한 조작성을 가진 디자인을 탄생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원점에서 시작해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다
"오감으로 감각하는 X 디자인"

앞서 말한 디지털 시대의 혁신 기술과 본질적인 부분을 추구한 카메라 디자인이 결합된 카메라가 X100이다. 디자인에 있어 방향성을 결정한 뒤 외관 디자인과 세부 디자인을 설정하면서부터는 조작성에 대해 처음으로 돌아가 원점에서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쾌적한 조작성을 위해 카메라 조작에 반드시 필요한 조리개, 셔터 속도, 감도와 노출 보정을 다이얼로 조작하기로 했다. 단순히 디자인적인 부분만 생각했다기 보다 카메라 전원을 켜지 않아도 카메라 노출을 알 수 있고 이로써 셔터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이 네 가지 요소를 다이얼로 구현한 제품은 X 시리즈가 유일하다.


다음으로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촬영하는 방식에 최적화된 다이얼 배치를 고민했다. 가장 빈번하게 조작하는 노출 보정은 오른쪽 엄지 손가락, 그 다음 빈도가 높은 조리개는 왼손으로 렌즈 경통을 조절하는 방식, 셔터는 상단 중앙부에 배치했다. 이로써 양손 모두를 활용해 자연스러운 조작이 가능해졌다.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카메라와 동일한 배치가 됐고, 이러한 결과를 마주한 뒤 후지필름은 더욱 확신을 갖고 우리만의 디자인 철학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동시에 다이얼과 버튼의 배치, 클릭감과 소리, 바디가 가진 텍스처와 합성 피혁의 질감까지 사진가의 오감 모두를 자극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다이얼을 돌릴 때 딱딱 돌아가는 느낌과 소리, LCD를 열었을 때의 소리와 타이밍, 여닫을 때 탄력감과 닫히는 느낌. 그때 손에 닿는 감각까지. X 디자인은 설마 이런 부분까지 디자인했을까? 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 쓴다.






2010년 9월 포토키나를 통해 수많은 고민과 도전 끝에 탄생한 X100을 처음 발표했다. 많은 사진가가 “아버지 방에 있던 카메라다”라는 말을 했다. “이 카메라처럼 굉장히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은 카메라를 기다려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치 우리가 개발 초기에 설정한 콘셉트를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반응했다. 그 순간에 우리가 추구했던, 전 세계 카메라 팬들이 ‘딱 한 눈에 봐도 좋은 카메라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제품’이 제대로 구현됐구나 확신했다. 이렇게 2011년 1세대 X 시리즈인 X100은 성공적인 출시를 이뤄냈고 이후 후지필름은 X 시리즈로 ‘후지필름다운 카메라’ 라인업을 하나 하나 완성해나갔다.





True Story PART 2
X-Pro 3에 담겨진 사진을 담는 도구의 바람직한 모습

필요 이상으로 바꾸지 않는다
"카메라 본연의 클래식함에 가치를 둔 X -Pro 3"

X 디자인에 있어 후지필름 디자인센터가 반드시 지키는 두 가지 원칙이있다. 첫째 필요 이상으로 바꾸는 않는 것. 즉, 진보화에 치중하지 않는 디자인이다. 실제로 X 시리즈를 디자인할 때 전체 콘셉트는 유지한 채 해당 라인업 유저가 가진 성향에 맞춰 조작성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방향성을 잡는다. 형태는 바뀔지라도 근간에 있는 콘셉트는 절대 바꾸지 않는다. 단순히 디자인을 바꾸기 위한 디자인은 지양하는 것이다. 이처럼 통일성 있는 디자인은 유저로 하여금 애착감을 갖게 한다.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드는 일이 우리가 지켜나가고 있는 두 번째 원칙이다. 유저가 우리 제품을 보고 평생 곁에 두고 아끼며 사용하고 싶다고 느낀다면 이는 디자이너로서나 브랜드로서나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X 시리즈 중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크게 다양한 성능을 추구하는 T 시리즈와 카메라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는 Pro 시리즈 두 가지 플래그십을 갖고 있다. 후지필름은 둘을 계속 진화시켜왔고, 이 과정에서 각 기종이 서로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줬다. 자동차와 악기 같은 매력적인 제품 브랜드는 라인업 하나 하나 다 개성이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소형에 경량으로 스포츠 모드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이 있는 반면 어른 4명이 충분히 쾌적하게 탈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사람에 따라 자금만 있다면 양쪽 다 사고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좋은 개성을 가진 제품은 점점 더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라인업 안에 있는 각각의 제품의 매력이 커질수록 이와 비례해 라인업 전체의 매력도 커진다. 반대로 라인업 전체의 매력이 제대로 구성이 된다면 각각의 개성도 제대로 전달된다.


다시 T 시리즈와 Pro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약 8년의 시간 동안 T 시리즈는 만능 기기로 진화했고 다른 X 시리즈도 꾸준히 진화를 거듭해왔다. 후지필름은 이제 X 시리즈 전체의 매력이 충분히 형성됐다는 가설을 세웠고, 지금부터는 Pro 시리즈가 개성을 폭발시켜도 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Pro 시리즈는 3세대에 와서 클래식 카메라에 대한 가치를 보다 완벽하게 부각시킬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카메라의 핵심 사양에 집중했다. Pro 시리즈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추구했다. ‘와, 이렇게 디자인이 나온단 말이지?’라는 카메라 팬들의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시장의 요구, 고객의 요구 사항을 다 들어주고 다 제품에 반영시키다 보면 특징이 없는 제품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벗어나 완전히 반대 지점에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고민했다.




 


 

1998년에 출시된 파노라마 카메라 후지필름 T-X1을 두고 필름 카메라가 가진 후면의 심플함을 Pro 시리즈 진화 방향성에 맞춰 고민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X-E2에서 X-E3로 세대가 교체될 때 후면 다이얼을 일자로 배열한 심플한 디자인을 도입했고 이를 Pro 시리즈에도 도입하고 싶었다. 또 한 가지는 들여다 보면서 찍는 행위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했다. 촬영할 때의 몰입감과 촬영 행위로서의 기법을 소중히하겠다는 생각으로 이는 X100 시리즈부터 지켜온 콘셉트다.


개인적으로도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서 시야를 오려내는 듯 촬영하는 감각을 굉장히 좋아한다. 또한 전자식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면서 촬영 화면에 대해 프리뷰를 하고 설정을 변경하고 간단한 조작을 하는 행위를 좋아한다. X 시리즈 촬영자 중에는 이러한 촬영 기법을 좋아하는 유저가 많지 않을까 예상했다. 이러한 행위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쾌적한 조작성을 갖춘 카메라를 Pro 시리즈에서 구현하고 싶었다. 그러한 염원을 담아 히든 LCD가 탄생했다. 개성의 진화, 카메라 외관의 진화, 들여다 보며 찍는 행위를 위한 조작성의 진화가 X-Pro 3가 가진 진화 포인트이자 콘셉트다. 많은 기능을 집약하는 디지털카메라가 가진 특징에서 벗어나 카메라 본연의 모습을 구현하는 점이 지향점이었다.




후지필름만의 자산인 필름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후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디자인센터 내에서도 환호성을 질렀다. 유니크함과 유머 감각 모두를 살린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필름 커버에는 필름 이름과 ISO 감도가 쓰여져 있고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많은 사진가가 이 필름 커버의 상단부를 뜯어 카메라 후면에 끼워놓고 현재 사용하는 필름 정보를 확인한다. 그 추억의 느낌을 이 카메라에 묻어나게 디자인했다. 히든 LCD와의 조합을 통해서 그야말로 필름 카메라만의 촬영 감각을 다시금 향유시킨, 후지필름만이 할 수 있는 후지필름의 독자적인 카메라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X-Pro 3는 모든 카메라 팬들이 사랑하는 카메라가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카메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촬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감
"티타늄이라는 소재가 갖는 니즈에 대하여"

카메라 본연의 모습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X-Pro 3는 금속 소재를 사용하는 선에서 가치를 높이고자 했다. 금속이 가진 질감을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Pro 시리즈는 다큐멘터리와 저널리즘 사진이 제품 콘셉트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강도, 내구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특한 금속 소재와 그 소재만이 가진 색감, 그리고 내구성까지 티타늄은 완벽히 Pro 시리즈를 위한 소재였다. 티타늄이라는 소재는 지금의 30-40대가 어렸을 때 처음으로 세상에 탄생한 소재다. 단단하고 강도가 높고, 자동차로 치면 슈퍼카와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 X-Pro 3에 채택한 특수한 표면 처리와 굉장히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도 우리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 수석 디자이너가 말하는 X 디자인의 모든 것 2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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