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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에디터의 책장3월 3주차 문화 뉴스 : DCM이 점 찍어 둔 4권의 책
SUMMARY오늘의 문화 소식
ㆍ 수지 린필드 <무정한 빛: 사진과 정치폭력>
ㆍ 제프 다이어 사진 비평집 <지속의 순간들>과 <인간과 사진>
ㆍ 박해영 대본집 <나의 아저씨 대본집 초판 에디션>
01행동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는 것들수지 린필드 <무정한 빛: 사진과 정치폭력>
2022년 3월, 21세기에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무자비한 테러를 강행하고, 전 세계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행동으로라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과거 독일과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폴란드는 국경에 도착한 피란민들을 위해 차에 먹을 거리를 잔뜩 싣고 와 국경을 지켰다. 독일은 자신의 집에 몇 명이 묵을 수 있다는 피켓을 들고 피란민들을 맞았다. 전 세계 각국에서 건축물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형상화하는 파란색, 노란색 미디어 파사드를 진행하는가 하면 지금도 곳곳에서 모금 활동을 이루어지고 있다. 21세기 전 세계인은 전쟁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 하나로 연결된 우리가 행동해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 이 연결점을 만드는 데 기성 매체인 방송이나 신문 외에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온라인상의 소셜 미디어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러시아의 무자비한 테러가 시작되자마자 우크라이나로 떠난 종군 기자 8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실시간 상황을 사진으로 전하고 있다. 또 러시아 곳곳의 실시간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기록돼야 한다. 폭탄 테러로 산산조각난 도시와 그을린 주검들,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홀로 국경을 넘는 아이들. 사진과 영상은 세계가 발하는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빛을 담아내야 한다. 사실 이러한 사진이나 영상이 착취적이고 선정적이라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수지 린필드의 <무정한 빛: 사진과 정치폭력>을 꼭 읽어 보길. 이 책은 사진 속 사람들과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가? 사진은 세상을 더 살 만하게 바꿀 수 있는가? 사진은 어둠을 비출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사진에 대한 회의를 피력한 발터 벤야민, 베르톨트 브레히트, 수전 손택의 말들을 근거로 우리 시대 대표 포토저널리스트의 작품을 분석한다. 어찌할 수 없는 세계의 비참함 앞에 고작 "외면해!"라고 말하는 회의주의자에게 수지 린필드는 그럼에도 보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고 대답한다. 이 책의 책장을 덮음과 동시에 행동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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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사진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하여제프 다이어 사진 비평집 <지속의 순간들>과 <인간과 사진>
한편 대중에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예술 분야에 있어선 때때로 답이라고 정해진 것들이 없기 때문에. 사진과 영상에 대한 고찰 기술적인 글을 매달 다루면서도 예술에 관한 깊은 사유를 매혹적인 문장으로 풀어내는 이의 책을 만날 때면 시기와 질투가 샘솟으면서 동시에 본받고 싶은 이유기도 하다. 존 버거가 그랬고 수전 손택이 그랬다. 최근에 알게 된 제프 다이어는 존 버거의 <사진의 이해>를 엮은이로 존 버거의 심정적 후계자로 꼽히는, 현대 사진 비평계에서 가장 높은 명성을 지닌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사진, 재즈, 여행 등 한 작가가 다뤘다고 보기 어려운 다양한 소재를 소설, 에세이, 르포르타주 등 여러 장르에 담아낸다. 국내에서 제대로 찾아보기 어려웠던 제프 다이어의 비평을 이제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최근 을유문화사가 제프 다이어의 사진 비평집 <지속의 순간들>과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사진 비평집 <인간과 사진>, 재즈 음악인에 대한 상상적 비평집 <그러나 아름다운>을 시리즈 형식으로 선보인 것. 그의 두 사진 비평집 <지속의 순간들>과 <인간과 사진>은 세계적인 사진 작가 스티글리츠, 워커 에번스, 다이앤 아버스, 윌리엄 이글스턴, 비비언 마이어, 데니스 호퍼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각 사진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파악하고 짧은 비평을 통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두 권의 책에선 예술에 대한 한 사람의 깊이가 사진 비평에 있어 어떤 길을 열어주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세계적인 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이 두 권의 책이 가장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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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지안, 편안에 이르렀나?박해영 대본집 <나의 아저씨 대본집 초판 에디션>
누군가 인생 드라마를 묻어올 때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의 아저씨>를 말한다. 같은 영상은 절대 두 번 보지 않는 내가 무려 세 번이나 정주행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퍽퍽한 삶에 따듯한 마음이 가 닿으면 어떤 새로운 세상을 선물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삶에 지친 어른들의 판타지이자 위로의 드라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만약 후계동처럼 지칠 때마다 돌아갈 곳이 있다면 삶이 많이 퍽퍽하진 않겠구나, 생각하며 드라마의 주옥같은 대사들을 어딘가에 옮겨 적어두곤 했다. 그 인생 드라마가 인생 책으로 돌아온다. 세계사가 <나의 아저씨 대본집 초판 에디션>을 출간하는 것. <나의 아저씨 대본집 초판 에디션>은 드라마의 명장면 스틸 사진과 함께 명대사가 기록돼 있다. 또한 초판본에만 우리의 마음을 울렸던 드라마의 명장면이 오하이오 일러스트 작가의 따듯한 일러스트로 표현돼 있다. "지안 편안에 이르렀나?"라는 마지막 대사에서 많은 걸 느꼈던 어른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립고 정겨운 후계동 어른들의 삶으로 다시 빠져보는 건 어떨까. 글과 사진, 일러스트가 만드는 감동은 영상으로 볼 때보다는 조금 느리게 내 마음을 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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