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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여름 방학에 뭐 하지?8월 2주차 문화 뉴스 : 온가족이 함께 보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포토아크, 너의 이름은>
“동물원 동물들은 왜 갇혀 있어요?”
어느 날 아이가 이렇게 묻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목재를 얻으려고 숲을 베어 쓰러뜨리고 농사를 지으려고 대지 위의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풍부한 광물을 캐내려고 땅을 파헤친다. 또 우리는 아름다운 것과 강한 것을 탐낸다. 그래서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동물원에 잡아두거나 때때로 죽이기도 한다. 30여 년간 내셔널지오그래픽 작가로 활동하며 약 12,000종의 생명체를 사진으로 담아온 조엘 사토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우리는 뒤로 물러나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고 우리의 방식을 변화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모든 동물 중에서 인간은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에게는 아직 스스로의 잘못을 반추하고 지구를 치유하고 풍부한 종 다양성을 지켜낼 기회가 남아있다.”
이것이 멸종위기종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포토아크가 전하고자 하는 바다.
부모라면 아이가 실재하는 동물을 보는 일보다 동물이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야 행복한지를 알려주는 일이 우선시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동물들의 행복을 위해 실천 가능한 작은 것들을 아이와 나누는 기쁨이 우리의 마음까지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 여름 방학의 끝에 우리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포토아크, 너의 이름은>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이 전시에는 마치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 같은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동물의 초상사진이 전시된다. 모두 ‘포토아크’를 설립한 조엘 사토리가 촬영한 사진들로, 그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근 가능한 시각 매체인 사진을 활용해 위기에 처한 동물들과 이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우리를 연결하고자 했다.
포토아크는 2100년,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종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종 하나가 멸종된다면 그것은 지역 생태계 또는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 종의 동물을 멸종위기에서 구해낸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말이다. 동물원, 수족관 그리고 민간 동물 보호 단체는 멸종위기 동물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지금도 매순간 노력하고 있다. 동물원과 수족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동물원이 단순히 사람들의 욕망을 위한 공간이 아닌, 동물들의 보호를 위한 공간으로 작용한다면 아이들 역시 “동물원 동물들은 왜 갇혀 있어요?”라는 질문 대신 “이 동물은 어디가 아파요?”라거나 "이 동물은 다 나으면 어디로 돌아가나요?"와 같은 다른 방향의 질문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실제로 전시장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물부터 포토아크 전시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희귀종까지 다양한 동물들의 초상사진이 전시돼 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것을 지키려고 한다. 때문에 이곳의 동물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일이나, 그들을 기억하고 사랑을 주는 아주 작은 일만으로도 멸종을 방지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전시된 초상사진 옆에는 동물에 대한 정보와 함께 멸종위기 정도, 촬영 당시의 상황이 간략하게 코멘트되어 있다. 때문에 단순히 동물들의 사진을 보고 돌아오는 것이 아닌, 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고 기억해둘 수 있다. 또한 이 전시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초상사진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들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 혹은 그들을 기록해두기 위해 포토아크가 어떻게 촬영을 했는지, 이들을 보호하려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그들을 기억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소소한 실천들을 알아가기에도 좋은 정보가 된다. 오디오 가이드는 어른 버전과 초등학생용 아이 버전이 따로 있다. 부모는 전시장을 방문하기 전 사진과 함께 제공되는 어른 버전 가이드로 전시에 대한 사전 공부를 한 뒤 전시장에서 아이만을 위한 해설사가 될 수도 있다. 또 초등학생 연령 이상의 아이라면 전시를 재밌게 보는 데 도움이 되는 아이용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스스로 동물에 대해 공부하고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어린 맨드릴은 적도 가나의 야생 동물 고기 시장 인근에서 발견되었다. 내 카메라 렌즈 앞 유리필터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면서 난생처음으로 자기 얼굴을 보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 북극여우는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자포자기 심정으로 돼지처럼 꽥꽥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여우는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괴상한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나는 그 장면을 찍었다.”
전시장 곳곳에서 이와 같은 동물 초상사진 촬영에 대한 작가의 코멘트를 볼 수 있다. 또 전시 중간에는 포토아크 설립자인 조엘 사토리가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그는 포토아크 작업에 평범한 날은 없다고 말한다. 사육사와 사전에 협력하여 촬영을 견딜 수 있을 만한 동물만 촬영하며, 가능한 빨리 촬영하고 다시 그들의 집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돌려보내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는 목표라고 한다. 때문에 동물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무독성 페인트를 칠해 하얀 배경을 만들어 촬영하거나 하얀색 플라스틱 보드, 검은색 벨벳 배경판을 대고 촬영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물론 전시장에는 웃지 못할 동물들과의 촬영 에피소드가 기록돼 있기도 하다.
전시 마지막에는 조엘 사토리 외에도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보호하고 있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전시장을 나오는 길에 아이와 함께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통과를 위한 서명’에 동참해보길 바란다. 아이가 동물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 인지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함께 실천해나가다 보면 2100년은 다른 세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녹빌스 물고기 보존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팻 레이크스의 말을 전한다.
“사람들은 종종 우리에게 저 작은 물고기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는다. 그들은 저 작은 생명체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소유한 어떠한 것보다도 자연에서 수천 년, 또는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해왔던 저 생명체들을 보존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 조엘 사토리2018년 올해의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로 선정된 조엘 사토리는 사진 작가이자 연설가, 작가, 교사, 자연보호 운동가다. 1962년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서 태어난 사토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속 사진 작가로 30여 년간 활동했으며 전 세계 멸종 위기 동물과 서식지를 구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포토 아크의 설립자다. 한편 포토아크 프로젝트는 단순한 동물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는 경이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하나 하나의 생명체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소중한 자료이자 위대한 어머니인 지구가 낳아준 다양성과 공존하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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