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미지 창작자가 되는 시대엔 법칙이나 규칙처럼 틀에 가두려는 습성을 가진 것들은 고리타분하다 여겨질 뿐이다. 지금은 어떤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누구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21세기가 아닌가.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즐겨 보는 포토그래퍼@jordi.koalitic는 CG라고 생각할 만한 영화적 이미지를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구현해낸다. 그 바탕에는 법칙이나 규칙을 떠나 자신의 경험적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건져 올리는 관찰력과 틀을 깨는 위트가 있다. 비주얼 독립 매거진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 역시 아이디어의 출발선은 일상의 영역에 있지만 결과물은 어딘가 낯선 초현실적인 이미지의 형태를 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지만 어쩐지 기괴하기까지 하다. 다만 이게 어떤 의미인가 주의 깊게 들여다 보지 않아도 좋다. 법칙이나 규칙도 그 안에 숨겨진 엄청난 의미도 없다. 그들은 애초에꼭 전달해야 하는 무언가가 없어도 이미지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진짜 자유를 만들기 위해 이 매거진을 창간했으니까.
SUMMARY
오늘 놓치면 안 되는 문화 소식
ㆍ 매거진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
ㆍ 전시 <TOILETPAPER: The Studio>
▲ TOILETPAPER MAGAZINE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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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매거진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바나나에 대해 아는지? 이 바나나의 가격은 무려 2019년 기준 12만 달러에 달했다.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은 2019년 12월 페로탕 갤러리 벽에 평범한 바나나 하나를 은색 덕트 테이프로 붙여 '코미디언(Comdedian)'이라는 작품명을 더했다.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돼 그해 최고 이슈로 꼽혔던 이 작품은 미국 뉴욕 출신 행위 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David Datuna)가 배가 고프다며 이 작품을 먹어치우면서 더 큰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페로탕 갤러리 측은 바나나는 발상일뿐이라며 그가 작품을 파괴한 것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작품 자체도 정품 인증서를 판매하는 형식으로 거래됐다. 발상의 발상. 존재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의 가치. 풍자와 해학. 21세기 예술 시장에서는 불가능이란 없다.
▲ 자료제공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이 놀란의 작품을 만든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은 광고 및 패션 사진계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해온 피에르파올로 페라리(Pierpaolo Ferrari)와 함께 2010년 비주얼 독립 매거진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를 만들었다. 쉽게 쓰고 버리는 화장지처럼 누구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간단하고 사실적인 이미지 중심의 매거진이 이들이 생각하는 콘셉트이자 방향성이었다. 반면 매거진은 쉽게 쓰고 버리지 못할 만큼 강렬한 비주얼로 채워졌다. 폭발할 듯한 높은 채도의 색감과 평범한 소재로 기괴한 장면을 연출해 시각적 공포를 선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진 위트까지.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는독립 매거진임에도 엄청난 파급력과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매거진을 창간한 둘은 2014년 W 코리아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영감의 원천에 대해 묻는 질문에 "최악의 추함과 최고의 매력을 융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에 항상 집중한다. 그리고 그 둘을 본래의 아이덴티티가 아닌 가장 익숙한 '그것'처럼 다루고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작업 방식"이라고 답했다. 강렬한 색채와 틀을 깨는 독창적인 시도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매거진 이름처럼 '이건 그냥 휴지일 뿐'이라며 가볍게 넘길 수 있도록 심오한 의미를 담지 않는 것.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 이러한 왜곡을 통해 작품에 꼭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 말하며 예술과 출판 영역에 일종의 자유를 선사했다.
▲ 토일렛 페이퍼의 첫 국내 전시 <TOILETPAPER: The Studio> 공식 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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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상상의 거침없는 콜라주
전시 <TOILETPAPER: The Studio>
최근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의 본사 스튜디오가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다. 놀이공원처럼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을 펼쳐진 이유는 이들의 거침없는 상상력과 독특한 미학이 담긴 오피스, 거실, 정원 등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의 만화경의 세계가 한국에도 상륙했다. 현대카드가 서울 이태원에서 운영 중인 전시 공간 '스토리지(Storage)'에서 오는 2022년 2월 6일까지 밀라노에 있는 이들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에서 이들의 다양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TOILETPAPER: The Studio> 전시를 진행하는 것.
▲ 자료제공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 자료제공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 자료제공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본사 스튜디오로 변신한 지하 2층 전시 공간에서는 빨간 립스틱을 든 남성의 손이 그려진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의 독특한 외관은 물론 강렬한 작품이 담긴 가구와 거울, 조각상, 소품 등을 그대로 재현해 초현실적인 본사 스튜디오의 풍경을 시차 없이 한국에서 그대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디자인 위크 기간 외에는 공개된 적 없는 공간이라 한국에서 진행하는 전시의 의미가 더 크다. 지하 3층 전시 공간에서는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 특유의 예술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가구와 홈데코 제품, 테이블 웨어 등 100 점의 아이템을 함께 선보인다. 또한 전시 기간 동안 현대카드 DIVE 회원이라면 누구나 <토일렛 페이퍼 TOILETPAPER>가 직접 디자인한 스마트폰용 월페이퍼를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전시를 본 뒤에 그들의 강렬한 이미지에 매료됐다면 스마트폰 배경 화면을 한껏 키치하게 꾸며보는 건 어떨까.
전시 <TOILETPAPER: The Studio>
• 전시 기간 : 2021년 10월 8일-2022년 2월 6일(월요일 휴관) • 관람 시간 : 화-토 12:00-21:00 / 일, 공휴일 12:00-18:00 • 전시 장소 :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Storage • 관람료 : 일반 5000원 / 중고생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