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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찾는 봄날
발길따라 가보는 출사지 PLACE 02
  • 에세이
  • 최고관리자
  • 2022-02-14
  • 1,347
  • 0


 

후지필름 X-Pro3 / 빌트록스 AF 33mm F1.4 STM / F1.4 / 1/2200초 / ISO 160
고풍스러운 백색철골 구조물 앞을 아름드리 소나무가 꾸미고 있다. 본래 창경궁 대온실의 정문으로 활용되었지만 현재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좌측 문으로만 통행 가능하다.


어릴 적부터 겨울을 참 좋아했다. 머리가 맑아지는 차갑고 신선한 공기, 이따금씩 내리는 눈과 새하얀 풍경, 특히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실 때 몸이 녹는 감각을 즐겼다. 한 여름 에어컨 공기 아래서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여유와 행복처럼. 그러나 사진을 즐기는 이들에게 겨울이 혹독한 계절임은 사실이다. 날씨가 맑은 날은 한파가 몰아치고, 기온이 올라가면 안개와 미세 먼지가 하루를 가득 채운다. 2월은 계절과 계절 사이에 고여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마음은 이미 봄을 앞두고 있는데 바깥은 여전히 싸늘한 회색 빛이다. 따뜻한 남쪽 나라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샘솟는다. 

그래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찾아 식물원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무채색 겨울 일상에 반전을 더하는 식물원의 초록색은 먼 곳으로 떠나는 부담 없이도 계절을 넘나드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특별한 서사가 있는 공간이라면 그 재미는 배가 될 터. 이번에 찾은 곳은 창경궁의 대온실이다. 대온실 안은 바깥의 찬 공기가 무색하게 봄 기운이 한창이다. 100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들어서면 직사각형 형태의 통로를 따라 오밀조밀하게 진열되어 있는 석부작과 분재, 각종 희귀한 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분홍색과 붉은색 동백꽃도 만나 볼 수 있고, 한 켠에서는 이름 그대로 새의 모습을 쏙 빼 닮은 금관조가 높이 고개를 치켜들고 자태를 뽐낸다. 여기에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식물들의 푸르름을 한층 아름답게 한다. 대온실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앤틱한 패턴과 색감의 타일,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목조 구조물들. 약 100여년 전 지어진 건물다운 이러한 오래된 디자인과 시간의 흔적들이 이 공간만이 가지는 특별함이다. 

다시 바깥. 미처 장갑을 끼지 못한 손이 금세 아려 왔다. 여전히 겨울의 한복판이다. 그러나 창경궁 대온실에서 겪었던 잠깐 동안의 봄은 지난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그리워했던 온기를 충분히 충족시켜 줬다. 서울에는 창경궁 이외에도 여러 곳에 식물원이 있다.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은 넓은 규모와 현대적인 건축미를 자랑한다. 어린이대공원의 식물원은 가족들과 유유자적 공원 산책 중 함께 즐기기 좋은 장소다. 사진 소재가 적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면 식물원을 방문해 따뜻한 봄날을 미리 만나보는 건 어떨까.

사진・글  박지인





▲ 후지필름 X-Pro3 / 빌트록스 AF 33mm F1.4 STM / F1.6 / 1/640초 / ISO 160 
서울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동백꽃. 이 꽃을 보기 위해 멀리 제주나 부산까지 갈 필요는 없다.






▲ 후지필름 X-Pro3 / 빌트록스 AF 33mm F1.4 STM / F1.4 / 1/3500초 / ISO 160
창경궁 대온실의 100여 년 역사를 대변하는 대한제국의 상징 오얏꽃 문양. 입구는 물론 건물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이 지닌 역사와 가치를 생각하며 관광하면 경험의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 후지필름 X-Pro3 / 빌트록스 AF 33mm F1.4 STM / F1.8 / 1/1800초 / ISO 160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창경궁 대온실의 구조물. 프랑스 회사의 시공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 후지필름 X-Pro3 / XF20mmF2 R WR / F2 / 1/1250초 / ISO 160
직사각형으로 건물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며 관광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실용적인 공간 설계 덕분에 본래 공간보다 훨씬 넓게 느껴진다.




▲ 후지필름 X-Pro3 / 빌트록스 AF 33mm F1.4 STM / F2 / 1/900초 / ISO 160
창경궁 대온실에는 약 70여종의 희귀 식물이 전시되어 있다. 각 식물마다 이름을 확인하고 어떤 서사와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는 일만으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사진의 붉은 꽃은 장수매.





SHOOTING MEMO

 촬영 장소 :  창경궁 대온실
• 촬영 시간 :  오전 11시~오후 1시

창경궁 대온실은 유리창을 통해 사방에서 빛이 스며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실내이지만 순광은 물론 사광과 역광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한 때 그 자연광에 반한 포토그래퍼들이 모델과 함께 실내 촬영을 진행하면서 일반인들의 관광을 방해해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을 배려해 실내에서 다른 사람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촬영은 삼가도록 하자.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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