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니 A1 / 시그마 24-70mm F2.8 DG DN | Art / F2.8 / 1/4000초 / ISO 100
산수유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꼽히는 내리 산수유 정보화마을의 입구. 산수유가 절정을 이룰 때면 멀리서 그림 작업을 하는 화가들이 찾아와 캔버스를 펴고 작품을 남긴다고 한다.
눈 깜짝할 사이 당도한 봄은 현기증 날 정도로 환했다. 하늘은 깨어질 듯 푸르고 콧속으로 스미는 공기는 따스하기만 하다. 벚꽃, 매화, 개나리가 한바탕 요란하게 폈고 사람들은 일상과 비일상을 전속력으로 오가며 봄날의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봄은 즐기는 자에게만 봄이라 했다. 꽃이 지나간 자리는 초록잎이 대신하고 곧 신록의 여름을 틔울 것이다. 노루 꼬리처럼 짧은 봄이 끝나기 전 서둘러 양평으로 향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출사지는 양평 개군면에 위치한 산수유 마을이다. 비교적 유명세가 높진 않지만 구례, 이천과 더불어 우리나라 산수유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대로에서 벗어나면 마을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길가와 산 곳곳에 산수유 꽃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산수유 마을은 추읍산을 중심으로 내리와 주읍리 두 곳에 형성되어 있다. 마을 사이 거리가 짧지 않아 걷기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면 교통 수단을 이용해 두 마을을 따로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산수유 군락은 내리는 마을 언덕 끝자락에, 주읍리는 노인회관 근처에 자리한다.
마을 입구 주변 공터에 주차하고 호젓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트렉터로 밭을 일구고 있는 할아버지, 한데 모여 노동요를 틀고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 비어 있는 집 입구를 지키고 있는 귀여운 강아지와 소를 키우는 우사. 넉넉하고 평안한 시골 풍경에 배부른 고양이 마냥 마음이 순해진다. 그제야 비로소 일상에서 벗어나 봄꽃을 즐기러 왔음을 실감했다. 햇빛을 가득 머금은 산수유 꽃들이 유난히 노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봄 햇빛 아래 걷고, 봄꽃 앞에 걸음을 멈추길 반복했던 양평 산수유 마을에서의 2시간. 마음은 봄 속에서 너그러워져 있었다. 누군가 내게 저질렀던 잘못도,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도 봄 앞에 모두 녹아내렸다. 이 봄 풍경 앞에서 누군가도 나의 잘못을 용서하고 있지 않을까. 돌아오는 길에 찾아본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었다.
▲ 소니 A1 / 시그마 24-70mm F2.8 DG DN | Art / F2.8 / 1/1250초 / ISO 50
마을 곳곳에 인가와 공터를 가리지 않고 산수유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낡고 허름한 건물과 산수유 꽃의 활기가 대비를 이루며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 소니 A1 / 시그마 24-70mm F2.8 DG DN | Art / F2.8 / 1/4000초 / ISO 100
토실토실 살이 오른 마을의 산수유 꽃. 군락을 이룬 모습만큼이나 가까이 들여다봤을 때 소담한 모습이 기분을 좋게 한다.
▲ 소니 A1 / 시그마 24-70mm F2.8 DG DN | Art / F4 / 1/1000초 / ISO 100
가끔 추읍산을 오르거나 산수유 꽃을 보기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과 마주하기도 한다. 소리 없는 탄성과 분주한 움직임이 뒤섞여 마을에 조용한 활기가 흐른다.
▲소니 A1 / 시그마 24-70mm F2.8 DG DN | Art / F2.8 / 1/800초 / ISO 50
아름다운 산수유 꽃과 넉넉하고 평안한 시골의 평범한 일상이 공존한다는 점이 산수유 마을의 매력이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호젓한 풍경에 마음이 누그러진다.
▲ 소니 A1 / 시그마 24-70mm F2.8 DG DN | Art / F2.8 / 1/125초 / ISO 50
시골 여행에 소 구경이 빠질 수 있을까.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 몸짓이지만 눈에는 호기심과 장난기가 가득한 모습이 재미있다.
SHOOTING MEMO
• 촬영 장소 : 경기 양평군 개군면 산수유1길 1
양평 개군면에는 추읍산을 중심으로 이름이 비슷한 산수유 마을 여러곳이 있다. 산수유 정보화 마을과 산수유 전원마을, 산수유 꽃마을 3곳이 대표적이다. 산수유 정보화 마을은 산수유 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마을 입구가 유명하고, 산수유 꽃마을은 산과 이어져 있지만 비교적 평탄해 산책하기 좋다. 산수유 전원마을은 새로 만들어진 전원 주택 위주의 마을로 사실 산수유를 보기 어렵다. 산수유 전원 마을과 산수유 꽃 마을 두 곳을 출사와 산책길로 추천한다.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