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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에서 만나는 일본
발길따라 가보는 출사지 PLACE 06
  • 에세이
  • 최고관리자
  • 2022-06-21
  • 1,189
  • 0


 

후지필름 X-Pro3 / XF35mm F1.4 R / F1.4 / 1/3500초 / ISO 320 

화려한 일본식 색등이 걸린 상점들과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얽히며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2층 목조 건물로 이루어진 빽빽한 상점가와 처마 밑에 둥둥 걸려 있는 화려한 색등들. 낯선 이국의 노랫소리와 이따금씩 더해지는 방울소리가 귀에 맴돌고 사람들은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니고 있다. 이 모든 게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북쪽으로 올라와 만난 풍경이다. 일본의 옛 가옥 거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곳은 경기도 동두천시에 위치한 테마파크 니지모리 스튜디오다.

니지모리 스튜디오의 준공은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의 사극을 연출한 고 김재형 감독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해외 촬영으로 인한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일본 에도 시대의 마을과 료칸을 재현한 드라마 세트장을 만들고자 한 것. 완공은 김재형 감독의 사후에 이루어졌지만 그의 시도 덕분에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부담 없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넷플릭스 드라마 ‘범인은 바로 너’를 비롯해 SBS ‘펜트하우스’, tvN ‘구미호뎐’, 예능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이곳에서 촬영됐으며 이국적인 소재를 원하는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이 합장하는 모습을 닮은 2층 목조 구조의 전통 가옥들은 카페, 일식당, 의상실 등으로 운영되며 대부분 관람 및 체험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독특한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스튜디오 곳곳에 자리한 정자나 다실, 소원을 비는 기원단 등의 요소들도 흥미롭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만큼 문화적인 차이가 크게 느껴져 그야말로 해외로 여행을 온 듯 낯선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마을 가운데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언덕길도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 스튜디오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음은 물론 첩첩산중으로 이루어진 동두천의 빼어난 경관을 만날 수 있다. 눈 닿는 곳 끝까지 들어선 숲의 공간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담는 사람들의 셔터 소리가 폭죽처럼 느껴졌다.

스튜디오에서 운영 중인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진 몇 장을 골라 메시지로 일본 유학을 다녀온 선배에게 보내줬다. “일본 관광지 모습 그대로”라며 유난이다. 지금의 일상과 동떨어진 전혀 다른 지역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어쩌면 일본 여행은 이곳으로 충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이라면 명물을 확인하고, 사진 찍고, 다음 장소로 옮기는 바쁜 관광이 아닌 한적하게 산보하며 이 장소를 마음껏 즐기고 때론 멈춰 서서 일본 문화의 매력에 대해 고민하는 여행이 가능할 테니까. 본래 여행의 깊이는 고민에 달려 있는 법이다.

 

사진・글  박지인 





▲ 후지필름 X-PRO 3 / XF35mmF1.4 R / F5.0 / 1/250초 / ISO 160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가운데 통로를 사이에 두고 빽빡하게 들어선 상점가들을 만날 수 있다.





▲ 소니 A7R III / 시그마 24-70mm F2.8 DG DN | Art / F2.8 / 1/100초 / ISO 50
곳곳에 배치돼 있는 독특한 일본 문화 소재들이 니지모리 스튜디오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배가시킨다.





▲ 소니 A7R III / ZEISS Batis 2/40 CF / F6.3 / 1/50초 / ISO 100
스튜디오 곳곳에 설치된 기원단. 고양이 정령에게 소원을 비는 곳에 반려 고양이가 밥을 먹고 있는 재밌는 장면이다.



 

소니 A7R III / ZEISS Batis 2/40 CF / F7.1 / 1/80초 / ISO 100 

인공 호수를 중심으로 조성된 산책길 가장 높은 언덕길에 다다르면 마을 전경과 동두천의 빼어난 산세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 소니 A7R III / 시그마 24-70mm F2.8 DG DN | Art / F2.8 / 1/60초 / ISO 1600
해가 진 저녁 시 마을 호수에 소원을 빌며 등배를 띄우는 문화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소원은 반드시 사랑, 돈, 건강 중 하나여야 한다.





SHOOTING MEMO

 촬영 장소 : 경기도 동두천시 천보산로 567-12 니지모리스튜디오
 촬영 시간 : 오후 5시- 오후 9시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밤이 되면 조명불이 켜지며 낮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선사하는 장소로 바뀐다. 낮의 풍경과 야경을 함께 보고 싶다면 미리 일몰 시간을 파악해 두고 오도록 하자. 특히 낮 시간을 여유 있게 계획해 찾아오는 편이 좋다. 산골짜기에 위치해 해가 다른 지역보다 더 짧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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