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가입하기디지털 카메라 매거진 온라인 구독 서비스 가입하기
2022 P&I에서 만난 새하얀 전시
<THE WHITE> 김주원 작가, 서울포토 강철 디렉터 인터뷰
누구나 주머니 속에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촬영 기기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시대. 간편함과 뛰어난 화질을 양립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진을 즐기는 문화의 폭은 이전보다 더욱 넓어졌다. 한편 스마트폰을 통해 사진의 매력을 접하고 디지털카메라로 보다 전문적인 촬영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과 영상이 기존의 틀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 들고 있는 현재, 이미지 시장을 이끌어가는 기업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소니코리아가 택한 행보는 이미지 문화의 대중화다. 지난 3년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대중들과의 접점이 줄어든 가운데 소니코리아는 ‘알파 유니버스 코리아’라는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제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거나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 위한 꾸준한 소통을 이어왔다.
엔데믹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재 소니코리아는 대중들에게 더욱 다양한 이미지 경험과 영감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진가와의 협업을 기획했다. 역량 있는 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대중들이 일상에서 사진과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그 일환으로 소니코리아가 후원하고 서울포토가 주관한 김주원 작가의 개인전 <THE WHITE>가 서울국제사진영상전에서 진행됐다. 기업과 사진 문화의 상생을 위한 소니코리아의 첫걸음을 함께한 김주원 작가, 서울포토 강철 디렉터에게 사진 문화와 전시의 의의에 대해 묻는 시간을 가졌다.
에디터 박지인
<WHITE>,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한국의 설경에 대한 기록
서울포토2022의 초청작가로 참여한 김주원 작가의 사진전 <WHITE>의 주제는 한국의 설경이다. <THE WHITE>는 작가가 2009년부터 현재까지 이어 온 작업으로, 해마다 폭설이 내린 장소를 찾아가 그곳에서 담아 온 특별한 대상과 풍경을 다루고 있다. 작품으로는 2010년 <THE WHITE>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과 더불어 소니 A900을 활용해 파노라마로 촬영한 대형 프린트 작품 등 주요 대표작을 걸었다. 또한 사진 작품 이외에도 촬영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담아 온 스케치 영상과 <THE WHITE> 전체 작품을 담은 포트폴리오 영상을 상영해 관람자들이 작가가 촬영지에서 느낀 바와 전시 취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기획했다.
▲ 이번 전시인 <WHITE>에 모티브가 된 작품
한편 전시장 안쪽에서는 그동안 작가의 촬영을 함께 해 온 소니 카메라와 렌즈도 만나볼 수 있었다. 작가는 “나는 내가 쓰는 도구나 렌즈, 데이터까지도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러한 장비들보다 사진을 통해 담고자 하는 기록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는 <WHITE> 프로젝트를 작업하며 처음 프린팅했던 작품부터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프린트한 작품까지 주요 대표작 위주로 구성했다. 10년 전 빈티지 프린팅부터 모던 프린팅까지 내 작업의 연대기를 다룬 전시라고 할 수도 있다. 카메라를 전시한 점도 내 작업의 연대기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같은 맥락이다”라고 전시 구성에 설명했다.
그는 대관령에서 촬영한 사진 앞에서 “사람들이 잘 못 느끼고 있지만 요즘은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 일은 거의 없다. 올해는 작품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촬영하며 겪은 기후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처음에는 사계가 뚜렷한 한국에서 겨울이 가지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담고자 시작했다. 갈수록 그 풍경이 없어져 가고 있어 슬프다.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발 앞까지 다가왔음을 알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이번 전시의 취지에 대해 전했다.
▲ 좌측 김주원 작가, 우측 강철 디렉터
먼저 이번 전시를 주관한 서울포토에 대한 간락한 소개를 부탁한다.
강 철 사진에 대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특별전을 운영하는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2009년 아시아 최초 포토 아트 페어를 기획하며 시작했다. 세계 최대 포토 페어인 파리 포토를 표방했는데, 당시 콘텐츠를 제공하는 생산자는 많았지만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콜렉터 층이 기대한 바와 같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3년 정도 운영 후 콘셉트를 바꿔 지금까지 스폰서가 있는 특별전이나 포트폴리오 리뷰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라이카 카메라와 연계해 라이카 어워드 홍보에 참여했다.
전시를 기획하는 디렉터와 사진가로서 한국의 전시 문화 현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강철 작가 층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를 보여줄 플랫폼이 많이 적은 상황이다. 유럽을 예로 들어보자. 유럽은 사진의 역사가 100년이 넘고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어 두루두루 문화를 교류하기에 좋다. 100년이 넘은 오래된 사진을 재미 삼아 수집하는 빈티지 사진 시장도 있다. 한국은 이와 비교하면 지리적으로 한계도 있고 사진의 역사도 짧다. 여러 방면으로 원인이 있지만 결국에는 사진 콜렉터 층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시 문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생산-유통-소비의 단계에서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발전을 위한 프로세스는 맞지 않게 된다.
김주원 사진 전시와 관련된 국내 몇 안 되는 행사 중 하나가 과거의 서울포토였다. 다만 사진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P&I가 점차 기술 시연, 제품 판매가 주를 이루는 행사로 변모하면서 콘텐츠는 줄어들고 대중들에게 볼 거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전시 문화가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이 SNS로 사진을 접하고 디지털 방식으로 사진을 소비하는 세대들에게는 전시회를 방문하거나 사진을 구매하는 행위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문화에서 전시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일까?
강철 우리가 책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종이책과 전자책, 어느 쪽을 구매할까? 종이책은 구시대의 유물일까? 반은 맞고 반은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다. 전시가 중요한 이유는 전시만이 가진 경험이 있다는 점.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지만 굳이 영화관을 찾아가는 이유와 같다. 사진에 대한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데서 전시는 사진 문화를 즐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어떤 문화를 즐길 때 다양한 방법을 접하면 그만큼 삶이 풍부해진다. 음식도 다양하게 맛보는 게 좋지 않은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을 보는 것도 물론 재밌다. 시대에 맞는 사진 감상법이다. 하지만 그 외에 사진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는 이야기다.
김주원 내 경험을 돌이켜보자면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이 없었다. 사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사진전이었다. 물론 사진을 공부하면서 사진집을 통해서도 작가의 작품을 봤지만 실제로 프린팅된 사진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실제로 이를 봤을 때는 책에서 경험할 수 없던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디지털을 통해 사진을 접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사진을 무척 빠르게 소비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 사진이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사진가의 입장에서도 본인이 촬영한 사진을 프린팅해 보는 건 새로운 경험이고 감동의 크기가 다르다. 이런 경험을 전할 수 있는 게 사진전이다. 다만 요즘에는 사진전 자체가 적다 보니 디지털에 익숙한 MZ 세대들의 사진에 대한 경험이 네모난 스마트폰에 갇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감동이나 아우라와 같은 요소들은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사진전은 꼭 가보라고 하고 싶다.
이번 김주원 작가의 전시 <WHITE>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강 철 소니가 김주원 작가를 글로벌 이미징 앰배서더로 선정한 만큼 브랜드 차원에서 작가를 좀 더 케어하고 프로모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는 이런 부분이 부족했는데 이번에 후원을 받으면서 김주원 작가가 오랫동안 기록해 온 <WHITE>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해보자는 기획을 하게 됐다. 이를 진행하는 데 있어 소니코리아가 적극적으로 작가를 지원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아트 마케팅이 성숙해지면 기업이 메세나 역할을 한다. 예술가 후원에 있어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이 이번 전시다. 소니라는 기업을 홍보하는 게 이번 전시의 목적이었다면 전시 부스 여기저기에 소니 로고가 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이런 요소 없이 철저하게 작가가 주인공이다.
김주원 기존 P&I는 시장의 주요 제조사인 캐논과 소니, 니콘이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전쟁터였다. 이번 P&I에서는 그중 소니와 니콘이 빠져서 우려했는데 오히려 이번 P&I를 보면 전시가 P&I를 둘러싸고 제품 판매는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P&I의 방향성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콘텐츠를 즐기고 작품을 관람하는 게 주가 되고 장비를 보는 건 부가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소니코리아의 지원으로 분위기가 전환된 느낌이다.
기업의 전시 문화 후원이 이미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강 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선순환이 필요한 법인데 지금까지는 하드웨어에만 치중된 느낌이었다. 카메라를 사면 꾸준히 촬영해보고 이를 통해 프린팅이나 전시를 하는 등 문화를 즐기는 과정이 이어져야 다음 소비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자인 셈이다. 소비자들의 문화가 활성화되어야 제조사도 판매가 잘된다. 그동안 전시 문화가 상대적으로 너무 밸런스가 안 맞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조사에게 간다.
김주원 나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여기에서 자극을 받아 나도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마추어니까, 작품이 뭔지 모르니까 여러 카메라를 만져보게 됐다. 결론은 장비는 도구일 뿐이고 이를 통해 담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 장비 교체를 멈추게 됐다. 앞서 전시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사실 우리나라에 사진을 좋아하는 인구가 많다. 노년, 중년, 청년, 중, 고등학생까지. 이런 학생들이 내게 사진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 보는데 내가 사진을 해 온 선배지만 사실 부끄럽다.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도 없고 책도 없고. 제시할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전시가 사진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도 할 수 있을까?
강 철 지금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왔다. 전시가 없으니 당연히 발전도 없었다. 그러나 소니코리아와 같은 기업과의 콜라보를 통해 앞으로는 더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니코리아가 전시 공간, 제작 일부, 진행 일부를 지원했다. 소니코리아가 아니었으면 전시가 없었을 것이다. 사진가들은 각자 작품을 판매하고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을 이어간다. 작가들도 이러한 지원을 받으면 작품을 더 알릴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야 하는데 유통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메타버스나 NFT에 대한 시각은 어떠한가?
김주원 작년 말부터 NFT를 통해 디지털 작품을 판매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경험해본 바로 디지털 세계의 NFT 작품은 아직까지 힘이 없다. 유명한 작가가 아닌 이들은 세계 시장에서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콜렉션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고 독특한 형태의 작품들만 일부 거래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우리 세대가 보면 이해가 잘 안 되지만 그냥 재미로 사진을 소비하는 거다. 작품 사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넣어 놓고. 벤츠를 사면 인증샷을 올리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마 작품으로 플렉스하는 시대가 될 것 같다.
이번 전시로 한국 전시 시장에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강철 이번 전시가 P&I를 통해 많이 알려지면 다른 기업에서도 이러한 행사를 진행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그게 효과라고 본다. 작가들도 적극적으로 이런 기회를 찾아 전시를 더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러한 일들이 조금씩 변할지 급격히 변할지는 알 수 없겠지만 기대하고 있다.
향후 두 사람의 계획은 무엇인가
강 철, 김주원 전시에서
내건 작품은 <THE WHITE> 프로젝트의 대표작들이고 다른 작품들을 함께 정리한 책을
만들 계획이다. 이후에는 김주원 작가가 발을 들인 메타버스나 NFT 관련
작업도 같이 해보고 싶다.
PROFILE
김주원 사진가
김주원은 풍경 사진가이자 사진 교육자,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사진잡지 월간 <포토넷> 기자로 재직했고 동료 사진가들과 사진 에이전시 ZAKO를 만들어 사진 프로젝트, 전시, 광고, 강의,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론리플래닛 매거진과 함께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진 작업을 했으며, 세계의 정부관광청 등과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1년 눈 내린 한국의 겨울 풍경을 담은 <WHITE> 시리즈로 스페인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7년 한국인 사진작가 최초로 소니 글로벌 이미징 앰배서더에 선정되었고 2018년 ‘소니 A7R III, 프로의 오리지널리티’ 2019년 ‘소니 알파 프로페셔널’ 광고 모델로 출연했다.
강 철 디렉터
디자인하우스 <디자인> 수석기자, 김달진미술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 코엑스 서울포토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스웨덴현대사진, 2010년 스페인현대사진, 2011년 러시아현대사진, 2013년 체코&슬로바키아현대사진 등 영미 중심 밖의 현대 사진을 한국에 소개하고, 야스마사 모리무라, 왕칭송 등 한중일 아시아 대표 사진작가의 특별전을 코엑스에서 열었다. 또한 기요사토사진미술관 포트폴리오 리뷰, 오스카바르낙라이카어워드를 한국에 소개해 젊은 사진작가의 해외 진출에 일조했다. 2012년부터 <사진연감>을 발행하여 해외 도서관과 미술관에 한국 사진을 아카이브하고 있다. 라이카어워드코리아 운영심사위원 등 서울을 중심으로 사진출판과 사진기획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