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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도 걷고 싶은 서촌 옥인동
발길따라 가보는 출사지 PLACE 08
  • 에세이
  • 최고관리자
  • 2022-08-10
  • 840
  • 0

소니 A7R III / FE 24-105mm F4 G OSS / 조리개 우선 AE(F4, 1/250초) / ISO 200

수성동 계곡의 상부 인왕산 등산길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다다르면 발 담그고 더위를 식히기 좋은 얕은 물가가 있다. 가족들이 냇가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다.


광화문의 빽빽한 빌딩 숲을 지나 경복궁에 닿으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판이하게 바뀐다. 기와지붕과 낡은 벽돌, 커피 볶는 향이 맴도는 구불구불한 골목길. 가회동과 계동, 통인동, 효자동 등 경복궁 좌우를 둘러싸고 있는이 일대를 일명 북촌과 서촌으로 부른다. 이곳은 서울 사대문 안쪽 가장 복잡한 중심에 있지만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한 한옥들과 낮은 높이의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하고, 그 사이로 새롭게 들어선 세련된 카페와 편집샵, 레스토랑들이 어우러져 있다. 인위적인 예쁨이 아닌 때묻고 그리움이 깃든 빈틈 가득한 풍경들. 뉴트로 문화를 동경하는 젊은이들과 서울의 속살을 보고싶어 하는 사진가들의 발걸음으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야말로 땡볕이 가득한 8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에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지만 갑갑한 실내에서 벗어나 어딘가 걸어보고 싶다면 서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옥인동을 추천하고 싶다. 빼곡하게 들어선 작은 빌라들 덕분에 그늘이 많아 햇살에 등과 어깨가 따가울 일이 없다.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이 시야에 들어오고 인왕산의 멋진 산세도 볼 수 있다. 동네는 한없이 조용한 듯하지만 은근한 활기가 흐른다. 마을버스가 부릉부릉 골목을 누비고 인왕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뜬 분위기를 만든다. 곳곳에 숨어있는 독특한 가게와 갤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80년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뛰어놀았을 것 같은 건물들 사이로 이국적인 인테리어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교차되는 모습이 계속해서 카메라를 들게 만든다. 골목마다 숨어있는 보물 같은 공간을 찾아 걷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서촌 옥인동에서의 산책 같은 출사는 끝에 자리잡은 수성동 계곡에서 절정을 맞는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겸재 정선의 산수화 장동팔경첩에 등장하는 계곡의 실사판을 볼 수 있다. 과거의 웅장한 수세는 이제 없지만 계곡을 이루는 깎아지른 바위들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경치를 이룬다. 그 길로 올라 인왕산 등산길이 시작되는 입구 쪽 얕은 물가에 잠시 발을 담그고 있으면 어느새 숨막히던 더위도 한풀 꺾인다. 발바닥에서 서서히 퍼지는 서늘한 냉기.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도 좋지만 자연이 주는 시원함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폭염이 지나간 자리에도 그 시원함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터다.

  

사진・글  박지인 






▲ 종로09 마을 버스 종점 주차장에 자라는 능소화 덩쿨. 옥인동의 포토존으로도 유명하다.





▲ 소니 A7R III / FE 24-105mm F4 G OSS / 조리개 우선 AE(F4, 1/125초) / ISO 200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건물. 외벽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들 덕분에 이국적인 건물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 소니 A7R III / FE 24-105mm F4 G OSS / 조리개 우선 AE(F5, 1/800초) / ISO 200
멋진 흑백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았던 ‘미술관 옆 작업실’. 이름 그대로 박노수 미술관 바로 좌측에 자리하고 있다. 각종 필기구와 소소한 인테리어 소품, 직접 촬영하고 제작한 사진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소니 A7R III / FE 24-105mm F4 G OSS / 조리개 우선 AE(F5, 1/500초) / ISO 200

조용하지만 은근히 활기가 흐르는 마을. 등산객과 관광객을 가득 태운 마을 버스가 끊임없이 오간다. 거리에서 그 풍경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주민들도 몇몇 눈에 띈다.




▲ 소니 A7R III / FE 24-105mm F4 G OSS / 조리개 우선 AE(F7.1, 1/250초) / ISO 200
기와지붕을 얹은 한옥 풍의 집과 오래된 건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복잡하지만 건물의 높이가 낮고 채광이 좋아 답답하지 않은 점이 서촌의 매력이다.





SHOOTING MEMO

 촬영 장소 : 서울 종로구 옥인동 185-3
촬영 시간 : 오후 2시 - 5시

서촌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시작되지만 이번에 소개한 옥인동을 살펴보고 싶다면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종로 09번을 타길 권한다. 수성동 계곡을 종점으로 하고 있어 옥인동의 끝자락으로 한번에 올 수 있다. 이곳을 출발점으로 한 바퀴 휘돌아 서촌을 탐방하고 돌아오면 미로같이 얽혀있는 서촌 골목길 사이에서도 길을 크게 잃어버릴 염려가 적다.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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