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지필름 X-Pro 3 /XF23mm F2R WR / F3.2 / 1 /2900초 / ISO 640
공원 곳곳에 여러 종류의 꽃과 식물들이 조금씩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여유롭게 꽃 구경을 하며 거닐 수 있도록 산책길에 공간을 내어준 모습이 연천 시골마을 풍경과 닮았다.
서울을 빠져나온 지 2시간. 연천에 들어서자 마음이 넉넉해졌다. 연천은 눈에 닿는 모든 풍경이 여유롭고 고향처럼 편안하다. 굽이굽이 산길과 탁 트인 들판, 유유히 흐르는 강. 절로 숨이 깊어지는 풍경 속을 느긋하게 달리고 있자니 방금 떠나 온 서울이 마치 다른 세계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이번에 찾은 곳은 연천에서도 깊고 깊은 시골에 있는 임진강 댑싸리공원. 사실 가는 길 내내 고개를 갸웃했다. 산 허리를 꺾고 한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가야하는 이런 시골에 정말 사람들이 찾아올 만한 공원이 있는 걸까? 하지만 주차장에 다다르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백일홍과 천일홍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SNS 속 소식에 이끌려 온 사람들의 들뜬 목소리가 입구에 닿기 전부터 넘실대고 있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있는 사진가들도 여럿 보였다.
공원에 들어서니 황화 코스모스와 형형색색의 백일홍이 가을의 절정을 뽐냈다. 댑싸리도 차가워진 가을 바람을 맞아 붉게 물들고 있었다. 봄꽃은 투명한 모습으로 눈을 환하게 밝히지만 가을 꽃은 마치 불꽃축제의 화려함을 닮은 진한 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활력이 넘치는 그 모습을 사진가들은 저마다 삼각대에 커다란 망원 렌즈를 얹고 진지한 표정으로 담았다. 공원 전체는 한눈에 담기 어려울 만큼 넓지만 꽃들은 조금씩 군락을 이루고 있어 어딘가 아담하고 정감가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곳곳에는 액자를 닮은 구조물과 산책 중 쉬기 좋은 흔들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연인들은 서로의 어깨를 꼭 껴안은 채 인스타그램 사진을 만들고 아이들은 흔들의자에서 마냥 즐겁게 그네를 타고 있다. 규모는 작지 않지만 다른 공원에 비해 한적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장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천을 방문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름난 호로고루성이나 재인폭포를 보기 위함일 것이다. 그 여행지들 사이에 댑싸리공원을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곳은 두 유명 관광지에 비해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느긋하게 걷고 싶은 연천 시골 마을 풍경을 닮아 있다. 켜켜이 쌓여 있는 연천 사람들의 태도가 녹아있다고 해야 할까. 일상을 벗어난 여행에서 한 순간만큼은 시선을 압도하는 풍경이 아닌 평화로운 공간을 거닐며 마음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 후지필름 X-Pro 3 / Super Takumar 50mm F/1.4 / 1/1800초 / ISO 64
▲ 후지필름 X-Pro 3 / Super Takumar 50mm F/1.4 / 1/1250초 / ISO 160
군락을 이루고 있는 황화 코스모스와 백일홍, 댑싸리 외에도 여러 종류의 가을 꽃이 곳곳에 숨어있다.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는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
▲ 후지필름 X-Pro 3 / Super Takumar 50mm F/1.4 / 1/170초 / ISO 160
공원곳곳 산책길을 걷다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벤치 또한 꽃에 둘러싸여 운치가 있다.
▲ 후지필름 X-Pro 3 / Super Takumar 50mm F/1.4 / 1/640초 / ISO 640
액자 혹은 문을 닮은 구조물을 군락과 산책길 사이에 통로처럼 설치했다. 덕분에 꽃밭에 들어가 식물을 상하게 하지 않고도 근사한 인증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 후지필름 X-Pro 3 / Super Takumar 50mmF/1.4 / 1/640초 / ISO 640
마을을 대표하는 보호수가 공원 끝에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는 요소다.
SHOOTING MEMO
• 촬영 장소 :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422
• 촬영 시간 : 오후 4시 - 오후 6시
깊숙한 시골 마을 한가운데 조성되어 찾아오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렵다면 연천군 중면면 사무소를 검색하자. 바로 맞은편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평소 사람들의 인적이 적은 시골인만큼 가로등과 같은 시설이 녹록치 않다. 해가 지면 상당히 어두우므로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자. 또한 우리나라 최북단 지역의 추운 날씨에 대한 대비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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