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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경험의 확장, 이함캠퍼스와 사일로랩 전시
발길따라 가보는 출사지 PLACE 12
  • 에세이
  • 최고관리자
  • 2022-12-19
  • 2,110
  • 0

▲ 후지필름 X-Pro 3 / XF23mmF2 R WR / F2 / 1/125초 / ISO 1250

사일로랩 엠비언스의 작품 ‘해무’. 제주 바다의 등대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줄기 빛을 비추는 등대 조형물뿐만 아니라 바다의 축축한 냄새와 차가운 공기까지 연출해 바다의 현장감을 재현한다.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에세이 『행복의 건축』에서 예술적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감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인생에 여러 가지 문제로 가장 심각할 때일지도 모른다. 낙담하는 순간들은 예술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준다”고. 즉 상실감이나 공허함이 대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자극하고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야기다.

언어로 와 닿지 않는다면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이함캠퍼스와 그곳에서 진행 중인 미디어 전시 사일로랩 엠비언스를 관람해 보길 권한다. 이함캠퍼스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전개 중인 두양문화재단이 선보인 새로운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두양문화재단의 이사장 오황택 사업가가 건축가 김개천과 공간을 기획했는데 완공은 1999년에 끝났지만 이곳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자그마치 20여 년 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그 고민 끝에 미디어 아트 그룹 사일로랩의 작품 사일로랩 엠비언스 전시와 함께하며 지난 2022년 7월 개관을 알렸다.

이함캠퍼스에 들어서면 잘 꾸며진 산책길과콘크리트를 활용한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보다도 높게 자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 곳곳에 배치된 장대석과 바위들이 도시에서 떨어진 공간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콘크리트를 소재로 한 주 전시동 건물은 사진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훌륭한 소재다. 외관을 따라 흐르는 물길이 정원으로 이어지며 주변의 풍광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창 너머로 자연광이 스며들면서 콘크리트 벽에 따뜻한 자연의 온도감을 더해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낯선 감각을 선사한다.

전시 사일로랩 엠비언스는 우주, 하늘, 태양, 별 등 자연을 모티프로 하는 미디어 아트 작품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짙은 어둠을 마주하는데 여기에 빛의 움직임과 안개, 향기, 바람의 촉감이나 음악 등으로 자연의 어떤 장면들을 묘사한다. 바다의 등대에서 영감을 받은 ‘해무’는 실제 바다에 있는 듯 습하고 축축한 냄새와 차가운 공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파도의 일렁임을 표현한 ‘파동’에서는 잔잔한 음악을 통해 보는 이들이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연출한다. 그 밖에 빛이 반사되는 잔물결의 반짝임을 재현한 ‘윤슬’, 밤하늘 별을 닮은 키네틱아트 ‘찬별’ 등의 작품들은 우리의 기억 또는 내면 속에 자리잡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상기시킨다.

전시를 모두 관람한 후 주 전시동 맞은 편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알랭 드 보통이 말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아름다움은 언제나 이상향이다. 안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차가운 콘크리트벽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따스한 햇빛이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건축물, 어떤 대상들을 볼 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상이 암시하는 행복이 주변을 둘러싼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 대조와 모순성이 경외와 숭고함, 무력감 등의 여러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이함캠퍼스와 전시 사일로랩 엠비언스를 관람하며 느낀 감상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낯선 장소, 특별한 공간에 대한 기억이 훗날 삶에서 슬픔이 닥쳤을 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로 위로를 선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글  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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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X-Pro 3 / XF23mmF2 R WR / F2 / 1/4000초 / ISO 160

이함캠퍼스의 주 전시동과 정원. 두양문화재단의 오황택 이사장이 완공 후 근 20여 년 동안 나무와 꽃을 심고 아름다운 석조 작품과 바위를 공수하며 직접 조경을 관리해 시간이 깃든 풍경을 완성했다.




▲ 후지필름 X-Pro 3 / Super Takumar 50mm F/1.4 / 1/125초 / ISO 160
주 전시동은 건물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없는 독특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덕분에 외부의 자연 풍경과 인공물인 콘크리트 소재의 건축물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 후지필름 X-Pro 3 / Super Takumar 50mm F/1.4 / 1/30초 / ISO 3200
물결 위로 햇빛 혹은 달빛이 반사되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 ‘윤슬’. 사일로랩 엠비언스는 자연의 어떤 순간들을 묘사해 그 순간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상기시킨다.



▲ 후지필름 X-Pro 3 / XF23mmF2 R WR / F2 / 1/200초 / ISO 160
파도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일렁이는 마음을 표현한 ‘파동’. 잔잔한 음악과 향기로 명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보는 이들의 사색을 이끈다.



 

SHOOTING MEMO

 촬영 장소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370-10
 촬영 시간 : 오후 1시- 오후 4시

경기도 양평, 남한강이 바로 앞에 흐르는 아름다운 장소에 위치하고 있는 복합 문화 공간 이함캠퍼스. ‘빈 상자’라는 뜻으로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담아내고 비워내는 그릇이자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또한 방문객들이 문화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캠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배움의 장소로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사일로랩 엠비언스는 2023년 6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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