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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 ‘파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Dig’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어떤 것에 집중해 파고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개인의 취향과 니즈가 소비로 직결하면서 요즘 라이프스타일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디깅 소비. 디지털카메라매거진 에디터는 어떤 것을 디깅할까? 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르는 에디터의 수집 취향을 공유한다.
에디터·이예진
▲ 엽서에는 그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낀 감정이 새겨진다. 옛 앨범 속 빛바랜 사진을 보고 있는 듯 한 장 한 장 추억이 가득하다.
카메라와 사진만큼 내가 열렬히 좋아한 것이 있을까 반문하다가 번뜩 엽서가 떠올랐다. 언제부터 엽서를 수집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서랍 한 칸에 있는 수십 장의 엽서들이 오랜 수집의 시간을 말해준다. 내가 모으는 엽서는 주로 미술, 사진 전시를 본 후 좋았던 작품을 기억하기 위해 사둔 ‘기록’의 의미를 갖는다. 학창 시절에 비싼 도록 대신 몇천 원으로 쉽게 작품을 간직할 수 있는 엽서를 골랐던 것이 엽서 수집의 시작이었다. 액자에 넣거나 벽에 붙여 두기만 해도 전시장에서 느낀 감명이 떠오른다. 손 안에서 종이의 물성으로 만져보는 엽서 속 작품은 사뭇 생경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무엇보다 가까이에서 작품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어서 좋다.
▲ 올해 본 전시 중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내 방 벽면에 붙였다. 사진가 한영수의 서울 뚝섬, 이중섭의 선착장을 내려다 본 풍경, 일본 데시마 미술관과 이우환 미술관에서 구입한 엽서들.
이제는 값비싼 도록에도 지갑을 열 줄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엽서 한 장이 주는 힘은 강하다. 전시 관람 티켓도 QR 코드로 바뀐 시대에 무엇 하나라도 손에 잡히는 것을 남기고 싶은 마음. 작품을 감상하며 느낀 감정이 휘발돼 사라지지 않도록 엽서 한장에 꾹 눌러 담아 고이 간직한다.
▲ 구입한 엽서를 넣어주는 봉투에도 미술관마다 특색이 있다. 언제 어디서 본 작품인지 기억하기 위해 봉투째 간직하고 있는 엽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