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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 ‘파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Dig’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어떤 것에 집중해 파고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개인의 취향과 니즈가 소비로 직결하면서 요즘 라이프스타일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디깅 소비. 디지털카메라매거진 에디터는 어떤 것을 디깅할까? 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르는 에디터의 수집 취향을 공유한다.
에디터·박지인
▲ 폴 매카트니의 13번째 정규 앨범 <Chaos And Creation In The Backyard>. 커버의 사진은 앨범명처럼 집 뒷마당에 앉아 혼돈과 창작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젊은 시절 폴의 모습을 동생 마이크 매카트니가 1962년에 촬영한 사진이다. 앨범에는 과거 비틀즈의 음악처럼 사랑스럽고 동화적인 분위기의 노래가 가득했다.
디깅을 소개하자는 이야기에 가장 먼저 음반의 앨범 커버를 떠올렸다. 사실 나는 LP도, CD도 아닌 MP3와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접한 세대다. 하지만 음악에 심취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악을 단편적인 한 곡이 아닌 음반이라는 완성된 작품으로 접하고 싶어 학창시절부터 CD로 된 음반을 조금씩 모아왔다. 음악은 생각보다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꽤나 많은 예술이다. 악보는 추상적인 음표 기호들의 모임이며, 곡이 수록된 음반 커버는 한정된 면적의 포스터다. 많은 음악가들이 이 정사각형의 면적을 자신 혹은 음반의 정체성을 표방하는 인쇄된 무대로 활용한다. 특히 좋은 음반 디자인은 음악 감상을 확장시키기도 한다. 마치 무형의 음악을 눈으로 보는 느낌이랄까. 음반을 모두 듣고 앨범 커버를 다시 보면서 음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수차례 겪곤 했다.
▲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앨범 커버로 손꼽히는 비틀즈의 <Abby Road>. 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로 기억하지만 개인적으로 뒷면에 게재된 저속 셔터의 사진을 더 좋아한다.
최근에는 뉴트로의 인기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 LP를 ‘파고’ 있다. LP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징들도 즐겁지만 내게는 앨범 커버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당시의 한정된 기술로 만들어낸 독특한 이미지,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패션과 에티튜드. 지금 보더라도 참고할 만한 놀라운 시선과 아름다운 표현들이 무궁무진하다.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 함께 게재하는 몇 장의 사진들이 내가 경험한 앨범 커버를 보는 재미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오아시스의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의 속지에 포함된 사진. 1994년에 촬영한 사진이지만 갤러거 형제가 입고 있는 코트나 가죽 자켓, 청바지 등의 패션은 지금 보더라도 촌스럽지 않다.
▲ 봄여름가을겨울의 1992년 앨범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 지난 22년 12월 31일에 별세한 김중만 사진작가가 참여했다. 마치 봄여름가을겨울의 여행 사진집같은 커버 작업이 인상적이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