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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텔지어를 찾아서
후지필름 새 필름 시뮬레이션 Nostalgic Neg.가 추구하는 바는?
  • 라이프
  • 최고관리자
  •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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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텔지어를 찾아서 

후지필름 새 필름 시뮬레이션 Nostalgic Neg. 


후지필름은 기념비적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새 필름 시뮬레이션을 발표한다. 핸드헬드 촬영이 가능한 1억 200만 화소 라지 포맷 미러리스 GFX100S와 함께 등장한 새 필름 시뮬레이션은 Nostalgic Neg.다. 후지필름이 Nostalgic Neg.를 발표하며 남긴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이 필름 시뮬레이션이 추구하는 바를 알아보고 어떤 장면에 활용하면 좋을지를 예측해봤다.


에디터・김진빈
 




▲ 하이라이트는 부드러운 앰버 톤으로, 섀도는 디테일이 살아 있으면서 선명한 색감으로 표현된다는 Nostalgic Neg.의 지향점과 일맥상통하는 사진이다. 



▲ Nostalgic Neg.의 사진처럼 인물 사진 역시 전체 풍경을 포함해 인물 피부톤에 주황빛이 감돈다. 골든 아워의 빛을 받은 듯 전체 인상이 차분하고 따듯한 느낌을 준다. 


후지필름 GFX100S는 Nostalgic Neg.를 포함해 총 19가지 필름 시뮬레이션을 지원한다. 필름 시뮬레이션은 저마다 다른 지향점을 갖고 설계되지만 대부분 사진가의 기억에 이미지 형태로 남아 있는 ‘기억색’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후지필름은 목표로 하는 색감이 정해지면 전체 색상의 균형을 고려해 모든 요소를 일일이 수치화한 뒤 노출이나 환경, 카메라 기종에 따라 각 색이 어떻게 표현될지 수없이 많은 테스트를 거친다. 오랜 시간 필름 제조사로서 쌓아온 후지필름의 노하우를 디지털 시대에 맞춰 재현하는 것이다. 때문에 필름 시뮬레이션은 필름이 그렇듯 어느 하나 같은 색감이 없다.




▲ 스티븐 쇼어가 본격적으로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한 1971년 부터의 작업.



Nostalgic Neg.의 색 재현 지향점은 1960-70년대에 컬러 표현의 가능성을 세계에 제기해 예술로 정착시킨 ‘아메리칸 뉴 컬러’의 대표작을 상기시키는 데 있었다. 후지필름은 이를 연구하기 위해 1960-70년대 사진을 수집해 공통점을 분석해나가는 일부터 시작했다. 당시는 흑백 사진만이 예술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컬러 사진은 상업적 용도로만 활용되던 때였다. 이러한 시대에 컬러 사진을 예술 형식으로 확립한 주요 사진 작가는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1과 스티븐 쇼어(Stephen Shore, 스테판 쇼어)※2다.


컬러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이글스턴은 이미 196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컬러 사진 영역을 탐구했다. 1970년대에 자신이 살던 멤피스와 미시시피 주에서 대형 카메라로 담은 일상적 모습을 컬러로 선보이며 컬러 사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스티븐 쇼어 역시 컬러 사진이 관광 엽서를 장식하는 저렴한 분야로 취급 받던 동시대에 소소한 일상을 수백 장의 컬러 스냅 사진으로 담았다. 이후 그는 초창기에 사용했던 35mm 롤라이 카메라 대신 8×10인치 대형 카메라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미국의 정취가 담긴 풍광을 컬러 사진으로 담는 작업을 이어갔다. 


※1 윌리엄 이글스턴

1976년 뉴욕 현대미술관의 <윌리엄 이글스텀 가이드> 전시에서 공간을 컬러 사진에 할애해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 타임스가 올해 최악의 전시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흑백 사진이 주를 이뤘던 당시에는 ‘평범한 구도와 평범한 순간 속에서 컬러를 보여줄 뿐’이라는 혹평이 이어졌다. 현재 그는 컬러 사진의 개척자이자 아버지라 불린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것은 없다는 그의 말처럼 사소한 주제라도 적절한 빛과 컬러로 표현될 때 아름다운 사진이 될 수 있음을 사진에 담아왔기 때문이다.

※2 스티븐 쇼어

9살에 사진을 시작했고 14살에 뉴욕 현대미술관에 사진 3장을 팔았으며 24살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현존 사진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윌리엄 이글스턴과 함께 컬러 사진의 개척자로 불린다. 일상적인 대상을 흔치 않은 작품으로 보여주는 일을 ‘의식적인 주목’이라 부르며 세상을 향해 늘 마음을 열어 놓고 촉수를 다듬어 안테나를 세워둔다고. 그는 최근까지 보테가 베네타의 패션 광고 사진을 촬영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디지털 작업을 보여주는 등 꾸준히 컬러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전체적으로 하이라이트 부분에 주황빛이 감돌고 사람과 사물 뒤로 길게 늘어선 그림자가 늦은 오후의 빛을 연상시킨다.

두 작가의 공통점은 미국의 보편적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데 있다. 여기에 사용된 도구는 대형 카메라와 컬러 필름이다. 그들의 주된 피사체는 양념통이나 아침으로 먹은 팬케이크가 놓인 테이블, 여행 중 머문 모텔의 인테리어, 고속도로 주변 들판처럼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것들이다. 또한 그들은 소형 카메라로 기동력 있게 순간을 포착하는 일 대신 순간적으로 주제 의식이 생긴 일상적 장면을 대형 카메라로 신중하게 작업하는 방식을 택한다.


특히 스티븐 쇼어의 경우 삼각대를 사용해 정적인 일상을 담는 작업이 많다. 후지필름이 GFX100S와 함께 아메리칸 뉴 컬러를 말한 이유는 일상적인 것에서 주제를 발견해 작업화하는 21세기의 다큐멘터리 작가들에게 서정성을 부여하는 색감과 큰 포맷의 카메라가 주는 신뢰감 모두를 주지시키고 싶었던 선택이 아닐까. GFX100S가 1억 200만 화소 라지 포맷임에도 핸드헬드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진가의 표현 스펙트럼은 그때보다 훨씬 넓어질 테다.



▲ 스티븐 쇼어의 2007년 작업. 뉴욕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1970년대 스티븐 쇼어의 작업에서 느껴지는 색과 톤이 변함없이 남아 있다.

색 표현의 영역에서 보자면 두 작가의 풍경 작업에서는 강렬한 원색보다 마치 골든 아워의 따듯한 빛으로 촬영한 듯한 사진이 많다. 특히 스티븐 쇼어의 많은 작업을 담고 있는 『Stephen Shore: Survey』를 보면서 대부분의 작업에서 흰색이 정확히 흰색으로 표현되기보다 주황 계열 미색이 더해진 듯한 인상을 받았다. 마치 그림자가 길어지는 늦은 오후의 풍광을 재현하듯 말이다. 나라마다 특유의 색채가 있어 일본과 한국의 하늘색이 다른 색온도로 표현되듯 당시 두 작가가 주로 사용했던 필름의 특징과 미국 풍경이 갖는 특유의 색온도가 반영돼 이러한 색과 톤이 구현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또한 이러한 색감은 해 질 녘의 포근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사진 안에서 따듯하게 드러나는 작가의 서정이 마치 기억 속 어떤 순간을 떠오르게도 한다. 두 작가의 사진 작업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작가의 서정적 자아가 담긴 작업으로부터 발현되는 향수 같은 것이 느껴져서가 아닐까.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는 의미를 지닌 ‘Nostalgic’을 택한 후지필름의 작명 센스야말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지점이다.




후지필름 필름 시뮬레이션
Nostalgic Neg.



Nostalgic Neg.에 대한 후지필름의 설명은 ‘노을빛 하이라이트와 풍부한 암부 톤으로 인화된 사진의 느낌 연출하는 것’이다. 이 모드는 컬러 표준 옵션 모드인 PROVIA와 비교하면 독특한 계조 표현 덕에 하이라이트 부분이 부드러운 주황빛의 앰버 톤으로 묘사되며 섀도는 디테일을 살리는 선에서 선명한 색감으로 구현된다. 빨간색을 촬영했을 때 색조를 조절한 듯 주황 계열로 묘사되는 점, 사람의 피부가 해 질녘 태양빛을 받은 듯 표현되는 점에서 이 필름 시뮬레이션이 추구하는 ‘아메리칸 뉴 컬러’의 특징이 제대로 재현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Nostalgic’을 사용한 바와 같이 우리의 기억 속에 서정적인 형태로 남아 있는 어떤 순간을 떠오르게 만드는 색이라는 점 또한 이 모드가 가진 매력이다.




인용•참고 문헌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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