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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밤의 대화
폭포의 내면
한밤의 폭포 사진은, 마치 검은 먹으로 그려진 전통 회화 같다.힘찬 물줄기가 지닌 생명력이 다양한 계조 안에서 꿈틀거린다.
힘찬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치기를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폭포.
그런 새로운 생명력의 꿈틀거림이 밤의 폭포에 숨어 있다.
낮의 폭포는 보편적이고 정형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밤의 폭포는 다르다.
쉽게 보이지 않는 그 내면적 요소를 표현하고자 했다.
까만 밤 위에 검은 먹으로 밑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 하얀 먹으로 농담(濃淡)의 질감을 하나하나 덧칠하며
폭포 너머의 또 다른 모습을 그려냈다.
전통 수묵화는 먹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떠한 대상도 농담(濃淡)으로 담아낼 수 있고
그 먹의 깊이는 바다만큼이나 깊다.
밤의 폭포를 표현한 이 작업은 짙은 농묵부터
중간 계조의 중묵, 그리고 아주 맑은 청묵까지
다섯 가지 모든 먹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 민연식
고요한 숲의 서사시
어두운 숲길을 걸었다.마음속 깊이 담아두었던 아픔을 치유했던 그 밤,그 숲에서의 미미한 빛들이 다중노출로 담겨 있다.
사랑하던 이가 죽었다.
낮에는 슬픈 감정을 드러낼 수 없어 감추고,
밤이 오면 어둠에 온전히 기대며 생각도 부끄러움도 내려두었다.
세상이 너무 밝아 차마 꺼내기 힘들었던 검푸른 속마음을
밤길 곳곳에 흩뿌려놓고 자근자근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어둠이 빛났다.
어둠 탓에 불분명하지만 그래도 낮과는 다른 차분하고 따스한 빛.
쉽게 치유되지 않던 그 죽음은 이렇게 홀로 밤을 걸으면서부터 아물기 시작했다.
밤이 스며든 자연의 신비로운 풍경들이
상처받고 지친 사람들을 치유케 한다.
여러 유형의 억압과 겹겹의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밤과 자연은 위로를 건넨다.
- 정은진
검은 바다
해안가에서 나고 자란 이유로 곽범석의 시선은 늘 바다를 향해 있었다.밤바다가 신비로운 이유는, 낮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만의 반짝임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낚시를 하며 어둑한 밤바다를 지켜보는 동안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들이 눈에 들어왔다.
플랑크톤의 반짝임, 물고기의 실루엣, 보름달이 비친 바다.
어둠 속에 약간의 실루엣만 보이는 대상들을 보는 순간, 저절로 카메라를 들었다.
해초, 갯바위 등 작고 소중한 대상들과 섞여서 교감하며
대상과 소통하듯 우연히 다가오는 것을 렌즈 안으로 들여보냈다.
촬영하는 동안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었지만,
낮에는 눈길이 가지 않던 미약한 존재들의 생명력과
신비로움이 사진 속에 스며들어 있다.
- 곽범석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