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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어떻게든 된다!
지금까지 이런 에디터들은 없었다. 극한직업!
  • 에세이
  • 최고관리자
  • 20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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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FILM X-T3 / XF8-16mmF2.8 R LM WR / 8mm(환산 약 12mm) / 매뉴얼 모드(F4.0, 30초, 0.0EV) / ISO 3200 / 3200K 


하면 어떻게든 된다! 

황선우 작가는 <240번의 마감이 만든 근육>이라는 에세이에서 ‘에디터로 일하면서 내가 익힌 기술 중 가장 큰 부분은 결국 어떻게든 일이 되게 만드는 근성인 것 같다’고 했다. 저 문장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이후로 매달 마감이 다가올 때마다 저 문장을 꺼내 뒀다. (어떻게든) 하면 된다! 사실 카메라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면서 기획-섭외-촬영-글 쓰기 순으로 반복되는 에디터의 시간이 유달리 짧게 느껴질 때가 많다. 매달 직접 여러 장비를 테스트하고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 처음 촬영법 연간 연재를 시작했을 때는 마감이 다가오는 와중에 촬영-글 쓰기의 무한루프에 빠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생각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서, 섭외한 장소와 촬영 내용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아서,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등 재, 재, 재촬영을 가는 이유도 갖가지였다.


이 사진도 몇 번의 실패 끝에 원고만 간신히 넘겨 놓고 마감 직전 철원에 가서 재촬영한 별 궤적이다. 사실 출발 직전까지도 그냥 별 궤적이 덜 보이는 사진으로 해야 하나 고민했다. 곧 귀신이라도 나올법한 노동당사 앞에 서서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는 별천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생각했다. 됐구나. 방금 전 길을 잘못 들어 군인들에게 제지를 당했던 일도 패딩에 핫팩도 소용없는 영하권 날씨와 12시를 넘긴 지금부터 적어도 두 세 시간은 공포와 함께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사실도 다 상관 없었다. 오랜 촬영 메이트가 개미 한 마리 없는 새벽의 폐건물 앞에서 겁을 집어 삼킨 채 틀어놓은 노래도 절로 콧노래가 됐다.


마감 근육은 한층 단단해졌고 마감이 곧 끝난다 생각하니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이 새벽에 아는 이 하나 없는 철원에서 경찰서에 끌려갈 순 없으므로 참아 보기로 했다. 대신 우리는 그 노래를 더이상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뜯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마감 노동자를 위한 노동요라부르기로 했다. 마감이 끝나고 나는 ‘(어떻게든) 하면 된다!’를 ‘하면 (어떻게든) 된다!’로 고쳐 썼다. 적당히 내려놓을 때를 알더라도 그 적당을 적당히 타협하지 않기 위해.


사진・글 ● 김진빈 




SHOOTING MENO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

 

 장소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
• 날짜  11월 중순
• 시간  AM 1-4시 • 렌즈  광각줌렌즈

강원도 철원 대부분이 인공 광원만 없으면 별 천지가 되지만 특히 노동당사는 별 사진, 별 궤적, 은하수까지 계절에 따라 다양한 밤하늘을 촬영할 수 있어 유명한 장소다. 다만 노동당사는 굉장히 외진 곳에 동떨어져 있는 폐건물로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고 작은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채 촬영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 가는 편이 좋다.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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