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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매거진을 만든 사람들 ④
재창간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해 준비한 DCM 에디터 인터뷰! - 이예진 기자 편 -
  • 인터뷰
  • 최고관리자
  • 2021-10-20
  •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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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놀타 SRT101b / MC ROKKOR 58mm F1.2 / Kodak TX400 
▲ 일요일 오전 동네 산책을 하던 중 야구 소년을 발견하고 찍은 컷.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확대해 보니 아이가 정확히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디지털카메라 매거진을 만든 사람들
- 번역 에디터 이예진 편 -

이따금 디지털카메라매거진 편집부로 전화가 한 통씩 걸려온다. 오래 전 편집부를 떠난 에디터의 이름들을 대며 그 에디터를 찾는 전화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다고 설명하면 그제서야 궁금했던 물음을 수화기 너머로 쏟아낸다. 이런 이야기를 선배에게 했더니 예전에도 그런 전화나 애독자 엽서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지금이야 다이렉트 메시지 한 통이면 모든 게 가능하지만. 그 뒤로도 몇 번 더 그런 전화를 받고 나니 디지털카메라매거진 독자에게 그때의 에디터들은 신뢰의 대상이자 사진과 카메라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묻고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나 하는 결론에 닿았다.


2021년 9월호. 재창간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해 디지털카메라매거진 전•현직 에디터가 생각하는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유다. 저마다의 이유로 사진을 시작해 매달 카메라를 이야기해왔지만 그 안에는 늘 각자의 시선과 기준이 있었다. 매달 매거진을 읽으며 도대체 이 에디터들은 어떤 사람들이길래? 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전화로, 편지로 이야기를 나누듯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에디터・김진빈 







미놀타 SRT101b / MINOLTA MC ROKKOR 58mm F1.2 / 58mm / Kodak TX400 

▲ 일본에 살 때 혼자 출사를 나갔다가 찍은 사진. 이때 반려 동물이나 아이들을 많이 찍었는데 가족의 둥지에 안착해 있는 모습에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본인에게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을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 번역을 하고 싶었다면 잡지 외에도 다른 선택지가 있었겠지만 무작정 사진에 관한 일을 하고 싶었다. 최근에 찍은 사진들을 모아 보며 ‘내가 이 사진들을 왜 찍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순간 행복해서 셔터를 누른 것 같다. ‘이 순간이 행복해서’,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남긴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에서도 행복이나 사랑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가시화하는 무언가인 것 같다.



전문지 번역 에디터로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매달 일본 임프레스사의 <デジタルカメラマガジン> 데이터를 받아 한국 독자가 유익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번역한다. 일본에서 넘어오는 데이터 중 내부 회의를 거쳐 시의성, 적절성, 재미 등을 고려해 번역할 기사를 선별하고 있다. 그 밖에 일본 거래처와의 연락, 저작권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어려운 점은 기술적인 내용을 번역하는 데 있어서 혹여 놓치는 부분, 오역 등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이다.





라이카 mini / 35mm / Lomography Color Negative 100 
▲ 이제는 목말을 못 태워줄 정도로 많이 커버렸지만 이 시절에는 아빠 목말이면 하늘까지 닿을 줄 알았던 꼬마.


한편으로 매달 기사를 번역하면서 새로운 부분을 알아가고 그 지식을 다시 번역이나 일상에 적용해보는 선순환이 될 것 같다. 이 일을 하고 난 뒤 사진과 카메라를 대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나?

정말 그렇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사진 용어도 잘 몰랐다. 그저 사진을 좋아하는 일본어 전공자였기 때문에 지금에 비해 번역 시간도 훨씬 많이 걸렸다. 다행히 당시 사수들이 사진 전공자, 일본 10년 거주자였다. 든든한 두 사수 덕에 많이 배웠다. 이 일을 하면서 카메라의 세계가 정말 넓고 깊다는 사실을 매달 느낀다. 나는 넓게 휘젓고는 있는데 아직 깊게는 못 들어가고 있다. 여전히 배울 게 많고 나아갈 길이 멀다.



흔히 번역은 외국어 실력으로 시작해서 한국어 실력으로 완성된다고 말한다. 이는 번역가의 언어 센스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일본어는 수동적인 표현이 많고 문장도 긴 편이다. 어려운 내용일수록 잘 읽히도록 최대한 능동 표현을 지향하고 긴 문장은 끊어서 간결하게 옮긴다. 내가 100%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하면 독자에게도 어렵고 모호하다. 스스로 원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꼼꼼히 팩트 체크를 하는데 이 과정이 어렵기도 재밌기도 하다. 또 일본에서 쓰는 카메라 용어 중 사전에 나오지 않는 고유 명사도 있다. 그런 표현은 문장이 길어지더라도 최대한 말을 풀어서 옮기는 편이다.

 





라이카 mini / 35mm / Kodak ColorPlus 200 

▲ 나무 그늘 아래로 걸어가는 사람들과 뙤약볕 아래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의 모습이 대비된다. 멀리서 보면 행복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이 지쳤던 아빠.

최근 국내 사진 작가의 전시나 책을 소개하는 기사도 진행하고 있다. 에디터로서 안목이 돋보이는 영역인데 평소 어떤 스타일의 사진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로베르 두와노의 사진을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스냅 사진이나 따뜻한 느낌의 필름 사진이 좋다. 사진 자체가 주는 아련한 감성도 좋지만 ‘왜 이 순간에 셔터를 눌렀을까?’하며 사진가의 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재미있다. 그리고 일본 사진가 우메 카요, 가와우치 린코, 가와시마 코토리, 요코나미 오사무 등을 좋아한다. 꾸며진 멋진 사진보다 날 것의 순간을 담은 사진들에 더 끌리는 것 같다.


   

현재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나? 

라이카 mini와 리코 YF-20D를 주로 사용한다. 둘 다 중고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서 그런지 잘 찍히고 잘 나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라이카 mini는 말 그대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카메라다. 일상에서 놓치기 싫은 순간들, 상대에게 찍힌다는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스냅 촬영할 수 있다. 리코 YF-20D는 카메라 자체에 스트랩이 연결돼 있어 미니 백처럼 메고 있다가 쓱 찍을 수 있다. 둔탁한 셔터음이 ‘제대로 찍혔다’는 묘한 확신을 줘서 찍으면서 기분이 좋다.



모든 수식어를 떠나 사진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나?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집을 만들고 싶다. 어릴 때 부모님이 찍어 주신 사진이 쌓이면 자연스레 앨범이 됐고 그런 앨범이 하나 둘 늘어나 지금은 소중한 보물이 됐다. 평소 아이 사진은 많이 찍지만 정작 인화해서 앨범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사진을 쉽게 소비하는 시대인 만큼 사진 한 장에 담긴 소중함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 아이 사진으로 엮은 사진집을 몇 권 만들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 밖에 한국과 일본 사진가를 양국에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PROFILE 



번역 에디터 이예진
 

책 사는 것을 좋아하지만 끝까지 다 못 읽고, 필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인화는 몇 개월 뒤에나 하는 게으른 몽상가다. 본캐는 번역가지만 부캐는 아이돌 덕후다. 성덕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번역을 하고 있다. 잡지 외 번역서로는 「소니 A7 III 마스터 가이드북」 「후지필름 화질 철학의 모든 것」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 @3mfoto_o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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