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가입하기디지털 카메라 매거진 온라인 구독 서비스 가입하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진이라는 언어로 한국의 역사를 말하다
강형원 작가, 직관적인 사진 한 장으로 한국을 이야기하다
  • 인터뷰
  • 최고관리자
  • 2021-12-02
  • 1,809
  • 0

국보 제285호 울주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선사시대 사람 얼굴 ⓒ 강형원
 


사진이라는 언어로 한국의 역사를 말하다 

한국에 있는 모든 것은 한국적이라는 포토 저널리스트 강형원. 그는 미국의 LA. Times, AP 통신, 로이터 통신에서 데스크를 역임했던 경험을 뒤로 하고 영어 문화권에 사는 세계인에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겠다는 신념 하나로 한국에 왔다. 강형원은 항상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사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 대상이 한국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범주라는 확신이 들면 강단 있게 취재를 이어간다. 사실에 근거해 정확한 메시지를 담은 사진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직관적인 사진 한 장으로 한국을 이야기하는 그의 취재 현장에 동행해 한국에서의 활동과 저널리스트로서의 철학에 대해 들었다


에디터・김진빈 







국보 제141호 청동잔무늬거울의 문양 ⓒ 강형원 

  

평생 포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사진 한 장이 가진 힘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경험하고 느껴왔을 것 같다. 사진이 가진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진은 시각적인 정보를 주는 동시에 무한한 감동을 전달할 저력이 있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면 흘러가는 장면이 아닌 스틸 사진처럼 멈춰진 한 장면으로 영화를 기억한다. 영상은 사람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모두 다르겠지만 사진은 인상 깊은 장면을 촬영하는 사람이 정의해줄 막강한 힘이 있다. 훌륭한 사진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한 번 보면 잊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 이유다.



그간 미국 LA 폭동과 이라크 전쟁, 911 테러, 한국 6월 민주 항쟁 등 굵직한 사건을 취재하며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도 많이 겪었다. 개인의 안전과 역사의 기록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느끼며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나는 포토 저널리스트인 동시에 스포츠 라이더이기도 하다. 오토바이를 타면 늘 ‘You don’t want to be right, and be dead.’라는 철학을 따른다. 아무리 올바른 일을 하더라도 목숨을 버리면서 하는 일은 무모한 행동이며 이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무책임한 태도다. 포토 저널리스트라면 철저히 준비해 무모한 피해가 없도록 주의해야 하며 늘 상식선에서 취재를 진행할 책임이 있다. 실제로 포토 저널리스트는 취재 시 필요한 안전교육, 안전장비, 유사시 백업 플랜 등을 철저하게 교육 받는다.





▲ 강형원 작가가 국보 제141호 청동잔무늬거울의 디테일을 담고 있다.


현장을 누비면서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 있나? 

사진이 왜곡된 스토리를 전달하지 않도록 하는 일에 가장 큰 무게를 둔다. 관련된 이슈를 깊게 이해한 뒤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정직하게 촬영한 사진만이 보도 사진으로써 가치가 있다. 때문에 포토 저널리스트는 알고 있는 지식과 보고 느낀 바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내는 능력은 무엇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하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 좋은 사진은 메시지가 명확한 사진이다. 예를 들어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국보 제141호 청동잔무늬거울을 전체적인 사진만 찍어서 보여준다면 얼마나 큰지, 그 안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청동잔무늬거울은 약 2500년 전인 청동기 시대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선을 무늬로 만들었다는 증거로써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 대단함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 1.4배율까지 담는 캐논 RF100mm F2.8 L Macro IS USM 매크로 렌즈로 촬영한 디테일 컷을 칼럼 메인 사진으로 게재했다. 때로는 천 마디 말보다 만국공통어인 사진 한 장이 더 명확하게 전달한다.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 강형원 


2020년부터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포토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어떤 작업을 이어가고 있나?

직장은 직업과 별개의 경험이다. 내 커리어는 미 주류 언론에서 일한 33년으로 멈추지 않고 한국에서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는 프리랜서 포토 저널리스트로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찬란한 우리문화역사(Visual History of Korea)’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는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가치 있는 21세기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늘날 광개토대왕비가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약 1600년 전 역사를 알 수 있다. 이처럼 내가 포토 저널리스트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기록하는 사진이 21세기 우리 문화와 역사의 가하고 나아가 훗날 후손들이 조상들이 지켜온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갖도록 만드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살아온 환경적 요인도 이 프로젝트 진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맞다. 미국에서는 영어 문화권 즉, 주류 문화에 참여해 살아야만 성공한 삶이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구태여 지킬 필요가 없는 환경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으로 이민한 세대가 정착해 살면서 세대가 거듭될수록 한국에 대해 정확히 말해줄 사람이나 콘텐츠가 부재하다. 동시에 그동안 중국과 일본이 전파한 왜곡된 시각이 미국 사회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점차 흐려지는 것이다. 세대가 거듭돼도 한국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즉, 우리의 정체성을 마련해주는 일을 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기 자신과 뿌리를 성찰하는 일이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는 일이고 그래야만 주관을 갖고 비평적인 사고를 통해 세상을 더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다. 다른 국가가 우리 고유 문화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내용을 알아야 반박하지 않겠나. 영어 문화권에 사는 한국계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정보가 많이 주어지지 않으니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된 내가 역사적 증거와 사실적 기록을 남겨두고 있다. 판단은 보는 사람이 할 수 있도록 말이다.





▲ 강형원 작가가 국보 제141호 청동잔무늬거울이 소장돼 있는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학예연구사에게 또 다른 해석의 여지에 대해 묻고 있다.


한국의 어떤 요소가 찬란한 우리문화역사 프로젝트의 취재 대상이 되는지 궁금하다.

미국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는 김치, 온돌, 한글처럼 한국 고유의 문화 하면 떠오르는 것이 취재 대상이었다. 막상 한국에서 취재를 다니면서 보다 세분화된 한국 보물이 많다고 느꼈다. 지금은 우리 영토, 문화, 사람, 역사에 포함되는 문화 콘텐츠를 범주로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지개처럼 펼쳐지도록 구색을 맞춰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21세기 한국 문화 백과사전 만들기가 목표다. 영어 문화권의 누구든지 한국에 이런 것이 있다는 새로운 발견과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가고 싶은 마음의 동요가 일도록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만국공통어인 사진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현재 사진, 한글, 영문을 포함한 사진집을 전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하는 출판의 결정 단계에 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한국은 모든 것이 취재 대상일 것 같다.

취재를 다니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취재 대상이 생겨난다. 새롭게 눈에 띄는 것이나 온라인상에서 찾는 자료 외에도 개인이 알고 있거나 소장하고 있는 것을 끊임없이 수집하고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중요성을 체크한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누군가 주장한 이야기나 새롭게 발견한 사실을 취재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서 시작한다. 타당성이 증명돼야 작업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왜 이런 해석이 있는가?”, “다른 해석은 없는가?”처럼 전문가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소통하는 이유다. 실제로 칼럼을 쓴 후에도 전문가에게 내용을 보내 혹시 내가 잘못 이해한 점은 없는지, 스토리텔링한 부분에 오해의 소지가 없는지 체크한다. 오보를 하고 나중에 정정하는 일은 엄청난 수치기 때문이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표현의 방식은 다를 수 있어도 그 안에 담긴 사실을 담은 정보는 늘 같아야 하니까.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제주마 망아지들의 도토리 키재기식 서열 싸움 ⓒ 강형원 



프로젝트 사진과 내용이 미주 한국일보와 코리아 헤럴드 영문판 전면 칼럼으로 영어 문화권에 소개되고 있다. 또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한국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노출하고 있다. 이 점이 역사적 관점에서 어떠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주변 국가들의 역사 왜곡은 우리 다음 세대의 역사에 대한 무지로 완성된다. 우리 조상들의 역사와 우리 문화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사진으로 보여줌으로써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다. 글보다 사진이 우리 문화 유산과 역사를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다음 세대가 학습할 콘텐츠로도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실감하기도 하나? 

소셜 미디어는 영어 문화권 사람들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한국계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우리 문화를 알리려고 시작했다. 수천 명의 팔로워가 전부 실시간으로 코멘트를 하진 않지만 자기가 좋아하거나 관심이 생긴 콘텐츠에는 댓글을 달거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한다. 또 최근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호주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뿐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한국 친구에게도 메일이 왔다. 한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항상 미국을 동경하며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내 작업을 보고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내 작업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충분한 동력을 얻는다.



촬영 장비의 발전이나 새로운 장비의 도입이 불러온 변화가 있나?

사진을 찍는 사람의 능력을 넓혀줬다. 필름 카메라나 초창기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훌륭한 폴로 포커싱(Follow Focusing), 정확한 노출을 잡아내는 노출 측정 시스템 등이 신속하게 변화하는 취재 현장에서 엄청난 도움을 준다. 캐논 EOS R3는 동체 추적에 탁월하고 추적 대상을 사람, 동물, 자동차 등 다양하게 지정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초점 방식과 Eye-AF를 제공한다. 다만 어떤 시스템도 완벽한 것은 없고 발전된 기능들은 촬영하는 사람이 기존과 다른 점을 인지하고 상황이 바뀔 때마다 맞춰서 사용할 줄 알아야 제 실력을 발휘한다.


또 카메라보다 더 중요한 장비는 렌즈다. 카메라만큼이나 다양하게 발전해온 새로운 기술로 만든 렌즈를 쓰는 경험은 사진을 업그레이드하는 단계적인 결정이다. 렌즈는 각각 다른 개성이 있다. 렌즈의 독특한 기능적 차이를 공부하고 각 렌즈의 최대 기능을 연마하는 책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 소홀히 하면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사진 경험이다.






▲ 강형원 작가가 사진을 통해 국보 제141호 청동잔무 늬거울에 대한 시각적 정보를 주기 위해 캐논 EOS R3 로 여러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EOS R3와의 호흡은 어땠나? 

쓰면 쓸수록 훌륭한 카메라다. 10대면 10대 각각 다른 기능을 하도록 세팅 가능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학습 정도에 따라 이 카메라가 가질 쓰임의 양과 질이 다르다. 물론 EOS R3를 자세히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이 카메라가 가진 최소한의 기능만 써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이 카메라가 가진 고도의 과학적인 기능을 제대로 학습했을 때 확장 가능성은 더욱 무궁무진해진다. 40년 동안 사진을 찍어온 나 역시 쓰면서 날마다 배우고 있는 카메라다.



만약 또 한 번의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예가 주어진다면 어떤 사진이 될까?

앞으로 한반도 주변에 있는 모든 우리 문화 유산을 21세기의 모습으로 기록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전 세계에 진출해서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다양한 모습들을 사진으로 기록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통일되는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를 통해 수상의 영예를 안는 영광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PROFILE 


 

강형원 Hyungwon Kang 


미 주류 언론에서 33년간 포토 저널리스트로서 역사적인 현장을 취재해왔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그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만국공통어인 사진으로 스토리텔링된 콘텐츠를 전하는 시각 전문 저널리스트다. 현재는 한국에 머물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한글/영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한국 고유의 문화를 영어 문화권에 알리는 ‘찬란한 우리문화역사(Visual History of Kore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www.kang.org






 
 

Visual History of Korea 사진전 


•전시 일자 : 2021년 11월 23일-12월 26일

•관람 시간 : AM 11-PM 8

•입장료 : 무료

•전시 장소 :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217 캐논플렉스 지하 1층 

 


<사진&카메라 전문 잡지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추천 콘텐츠
  • 추천 콘텐츠가 없습니다.
안내
해당 페이지는 DCM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입니다.
온라인 정기구독에 가입해 DCM의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즐겨보세요.